지난달 23일 오후 의성군 점곡면 윤암2리. '괴물 산불'이 태풍급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던 불길이 마을 쪽으로 접근하자 주민들도 비상이 걸렸다.
주요 지점마다 소방 인력과 차량이 진화에 나섰지만, 한, 두가구가 사는 외진 곳은 불길을 막아 줄 소방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보다 못한 주민들은 각자 사용하던 농업용 장비를 앞다퉈 몰고 나왔다. 농약살포기와 동력분무기 등 물을 뿌릴 수 있는 농기계는 모두 동원했다.
주민들은 주택이나 고가의 농기계를 보관한 창고로 불길이 옮겨 붙지 않도록 일제히 물을 뿌리며 맞섰다. 불길이 강해진 곳마다 함께 달려가 농기계로 물을 뿌리며 막아섰다.
주민들은 사흘에 걸친 사투 끝에 가까스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주민 A 씨는 "창고 안에 있는 트랙터와 이앙기라도 지키자는 생각으로 농기계를 꺼내 물을 뿌렸다"면서 "다행히 불길을 막아내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 현장에서 일부 농가가 농업용 장비를 활용해 산불 확산을 저지한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의성군이 농업용 장비를 전문 소방 장비의 보완재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성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의성군 내 농경지 504㏊가 피해를 입었고, 경운기와 트랙터 등 주요 농기계 1천92대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불길이 번지는 와중에도 일부 농가는 기민하게 농업용 장비를 활용, 불길 확산을 저지하고 피해를 줄였다고 의성군은 설명했다.
특히 광역 방제기와 동력분무기(고압수 분사기)로 농기계 보관 창고와 축사 주변에 물을 뿌리거나 불길을 직접 차단하면서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피해 현장 실사 과정에서 고속분무기(SS기)와 동력분무기 등으로 창고로 번지는 불길을 막은 사례가 여러 건 확인됐다"면서 "전문 소방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농업용 기계가 화재 대응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성군은 농업용 장비로 산불 확산을 저지한 사례를 수집해 산불 대응 매뉴얼에 포함하기로 했다.
더불어 농업용 장비의 다목적 활용 방안을 마련해 재난 대응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방제기 등 고압 분사 장비의 안전 운용과 활용법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즉시 대응이 가능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장비 교육과 예방체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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