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테랑의 헌신' 삼성 라이온즈 불펜의 새 얼굴 백정현

백정현, 8년 만에 불펜 전환해 뒷문 수호
백, "이젠 훌륭한 후배들이 선발로 뛸 때"
올 시즌 11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1.76
"불펜의 히든 카드", 박진만 감독도 신뢰

환하게 웃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환하게 웃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오랜만에 입는 옷인데도 잘 맞는다. 봐 줄 만한 정도가 아니다. 프로야구 2025시즌 우승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불펜의 핵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베테랑 왼손 투수 백정현(38) 얘기다.

백정현은 '삼성맨'이다. 대구상원고를 거쳐 2007년부터 고향팀 삼성에서만 뛰었다. 신예일 때는 불펜으로 나서다 데뷔 10여 년 만에 붙박이 선발투수가 됐다. 2021년엔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후 삼성과 4년 최대 38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후 모습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22년 4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23년엔 7승을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만드나 싶었다. 그러나 지난해 6승 5패, 평균자책점 5.95로 부진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라 반등이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겨우내 절치부심,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입지는 예전같지 않았다. 아리엘 후라도와 데니 레예스, 원태인에다 새 식구 최원태와 대구상원고 후배이기도 한 이승현이 선발투수진에 합류했기 때문. 선발진 공백이 생길 때 투입될 임시 선발이 새 역할이었다.

이번 시즌 개막 직후 선발로 뛸 기회가 왔다. 부상을 당했던 원태인과 레예스에게 회복할 시간이 좀 더 필요했기 때문. 한 차례 선발 등판했으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3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나섰으나 2⅔이닝 2실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후 불펜으로 전환했다. 8년 만에 다시 맡은 보직. 마침 삼성엔 왼손 불펜이 모자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애초 구상을 수정, 백정현에게 임시 선발 대신 불펜 역할을 맡겼다. 박 감독은 "백정현이 긴 이닝도 던져줄 수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백정현도 덤덤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생각보다 선발을 더 오래했다. 진작 어린 후배들에게 맡기도 뒤로 빠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다행히 좋은 후배들이 많아져 뿌듯하다. 이젠 훌륭한 후배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공이 빠르지도 않다.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30㎞대 후반. 전성기 시절 구위도 아니다. 그래도 경기 도중 등판, 안정적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고 있다. 정교한 제구, 적절한 볼 배합 등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인다. 박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주무기는 슬라이더. 여기다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공으로 상대 타선을 농락한다. 공을 숨겨 나오는 동작(디셉션)도 여전히 좋다. 불펜에서 짧은 이닝을 던지기에 투구 수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 투구도 가능하다. 시속 140㎞가 넘는 공도 많아졌다.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삼성 불펜에서 안정감만큼은 최고다.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76(1승)을 기록 중이다. 최근 5경기에선 6이닝 무실점. 박 감독이 백정현을 '히든 카드'라 할 만하다. 신인 배찬승 등 젊은 불펜 요원들에겐 귀감이 된다. 백정현의 야구는 다시 시작이다.

한편 삼성과 KIA 타이거즈의 22일 대구 경기는 비로 순연됐다. 이 경기는 추후 다시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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