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불 피해서 집 나온지 한 달 만에 새삶터 마련돼 눈물"

안동 일직면 명진리에 선진이동주택 설치 19세대 입주 시작
23일, 떠돌이 한달 살이 끝내고 7세대 10명 마을로 돌아와
권기창 안동시장, "산불 피해 주민들 불편함 없도록 노력할 것"

산불로 마을 전체가 불에탄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에
산불로 마을 전체가 불에탄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에 '선진이동주택'이 설치돼 23일 마을 주민 7세대가 입주했다. 엄재진 기자

23일 오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 이 마을은 지난달 25일 의성에서 넘어온 괴물 산불이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덮쳐 주택들이 모두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전쟁터 같았던 화마를 피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집을 빠져나와야 했다.

이들은 안동실내체육관을 거쳐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 리첼호텔 등 곳곳을 떠돌면서 한달살이 불편을 감당해야 했다. 본격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농지가 가까운 마을회관에서 옹기종기 비좁은 생활을 이어왔다.

산불을 피해 집을 떠난 지 한 달여 만인 23일 주민들은 고향 마을 옆에 마련된 새 삶터 '선진이동주택'에 입주를 시작했다. 이날은 7세대 10명의 주민들이 새 보금자리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여 만에 돌아온 마을을 둘러싼 산에는 녹음이 짙어지면서 화마가 할퀴고 간 상흔이 더욱 선명하다. 시커멓게 타거나 화마가 지난 나무들은 붉은색으로 말라죽고 있다.

이날 주민들이 새 삶을 시작한 선진이동주택은 3인 기준 1세대당 1동이 공급됐다. 27㎡의 넓이에 싱크대·옷장·신발장·에어컨·바닥 난방 등이 갖춰져 있어 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했다.

가족들이 4명 이상일 경우 1동 이상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이날 입주한 주민들은 3세대가 2인 거주고, 나머지 4세대는 홀몸 어르신이 생활한다.

이날 입주식에는 권기창 안동시장, 김경도 안동시의회 의원을 비롯해 주민과 지역 기관단체들이 참석해 피해 주민들의 그동안의 고통을 위로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하했다.

이호운(64) 이장은 "35개 주택 가운데 30개 집이 불탔다. 졸지에 35여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집을 잃어버렸다"며 "마을 노인회장님께서 자기 땅을 부지로 선뜻 내놓으면서 주민들이 고향마을 곁으로 돌아와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입주한 이호창(78)·이재영(78)씨 부부는 "아무것도 가져 나오지 못하고 몽땅 불에 탔다. 그동안 안동체육관, 모텔 등에서 살았으나 농사를 시작하기 불편했었다"며 "한 달여 만에 고향 마을 곁으로 돌아와 눈물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입주가 시작된 명진리 단지에는 19세대 26명의 이재민이 입주할 예정이다. 대부분 이 마을 주민들과 이웃 마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지역은 이번 산불로 1천637여 채의 주택이 전소, 반소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안동시가 선진이동주택 지원을 신청받은 결과 956동으로 설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2개 단지 37동(모듈러주택 18동 포함)은 설치를 완료했고, 67개 단지 823동에 대한 공급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주택 설치도 최대한 서둘러 4월 말까지는 입주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안동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74호를 활용한 긴급 주거지원도 병행하고 있으며, 4월 9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최대한 서두르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에게는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질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거주공간 마련은 물론, 피해 주민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산불로 마을 전체가 불에탄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에
산불로 마을 전체가 불에탄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에 '선진이동주택'이 설치돼 23일 마을 주민 7세대가 입주했다. 사진은 이호창 이재영씨 부부가 주택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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