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R 리츠 1호, 대구서 출범…미분양 해소 신호탄 될까

수성구 파동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288가구 매입

지난 15일 오후 9시쯤 방문한 대구 수성구 파동의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아파트. 입주율이 20%에 그치면서 불 켜진 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민수 기자
지난 15일 오후 9시쯤 방문한 대구 수성구 파동의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아파트. 입주율이 20%에 그치면서 불 켜진 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민수 기자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기업구조조정(CR) 리츠 1호가 대구에서 출시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JB자산운용이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전날 등록을 마쳤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3월 CR 리츠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밝힌 이후 약 1년 만에 실현된 첫 사례다.

해당 리츠는 467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해 수성구 파동에 있는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미분양 아파트 288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전체 394가구 규모로 지난해 3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율은 20%에 불과한 단지였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이자 대구의 중견 건설사인 우방은 지난해 이 단지의 공사비 745억원 중 445억원을 공사미수금으로 회계 처리했고 이를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했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시행사의 채무 1천285억원도 유동성충당부채로 떠안은 상황이다.

해당 PF 대출은 오는 7월 22일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이는 우방의 지난해 전체 매출(1천213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책임준공확약과 관련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서 기각돼 우방은 PF 채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같은 부실 위기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이후 비수도권 중심으로 부실 건설사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만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가 11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채권 증가와 수익성 저하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 건설사들은 신용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방 측은 "현재 부채비율이 150% 수준으로 재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며 "CR 리츠를 통해 남은 PF 채무를 전액 상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에도 대구와 전남 광양의 미분양 아파트 약 1천500가구를 매입할 CR 리츠 3건이 추가로 등록될 예정이어서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CR 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전세로 임대한 뒤 향후 시장 회복 시점에 매각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유동화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PF 부실로 인한 연쇄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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