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 끝내라" 프란치스코 교황 유언, 푸틴 '일시 대화모드'

생전 부활절 메시지 "평화는 가능, 희망을 갖자"
교황 선종 이후 러시아-우크라 대화 시도
네타냐후 "하마스 궤멸, 전쟁 계속할 것"

22일(현지시간) 인도의 한 수녀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죽음을 애도하며, 엎드려 울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인도의 한 수녀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죽음을 애도하며, 엎드려 울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쟁 끝내라"는 생전 마지막 메시지가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지에서는 수년간 총성이 끊이지 않으면서 전쟁 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교황은 선종 전날인 부활절(19일) "평화는 가능하다. 희망을 갖자"고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교황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전쟁 당사국들은 교황 애도기간에는 전쟁을 잠시 멈추고 평화를 모색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평화를 갈구한 교황의 선종이 전 세계 분쟁지역에 전쟁 종식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블로 버질리오 필리핀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파블로 버질리오 필리핀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평화와 공존의 전도사,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낸 종교 지도자로도 평가받는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의 2015년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천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 이라크 땅을 밟아 무장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발발한 이래 교황은 끊임없이 평화의 목소리를 냈고,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두고도 민간인 희생을 막고 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교황은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교황은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

2015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2015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푸틴의 애도 "우크라와 양자 회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했다. 그는 이날 크렘린궁이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교황은 기독교 신앙의 헌신적인 봉사자이면서 현명한 종교인이자 정치인, 인본주의와 정의의 뛰어난 가치를 견고하게 지키는 수호자로서 국제적으로 큰 존경을 받았다"며 "러시아는 그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교황과의 각별한 인연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 뛰어난 분과 대화할 많은 기회를 가졌고,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고 추모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13년, 2015년, 2019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났다. 또 푸틴 대통령과 교황은 전화 통화로도 대화했는데 마지막 통화는 2021년 12월에 이뤄졌다.

교황 선종 소식과 함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회담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요구하던 푸틴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전쟁 발발 후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인 공격 중단을 위한 어떠한 논의에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관계없이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관계없이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네타냐후 "교황은 교황, 우리는 우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달리, "가자지구에서 승리할 때까지 전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주말인 이날 심야 TV 연설을 통해 "우리의 생존을 위해 승리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가 하마스의 요구에 굴복한다면 우리 군인과 전사자, 다친 영웅들이 이룬 모든 업적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궤멸하고 억류 인질들을 데리고 오기 전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최근 이스라엘이 제안한 휴전안을 거부한 것을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야 할 이유로 제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무장해제가 포함된 이스라엘의 휴전 제안을 최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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