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엄격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종합적인 평가가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인들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날이 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치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준 것은 미국 그 자신이다.
먼 역사 속에 우리는 그 시작 점을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주의적'이고 일방적인 보편관세와 상호관세의 발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번 관세정책은 미국의 대중국 경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잘못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첫째,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간과했다. 미국은 중국의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품고 있는 '범위와 밀도의 경제(economies of scope and density)'를 간과한 듯하다.
둘째, 동맹 접근 방식의 리모델링 혹은 업그레이드 방식이다. 종전의 '지휘통제형 외교(diplomacy)'에서 '역량 중심 국력 운영(statecraft)'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도모하는데 실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도 저도 아닌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먼저, 지금은 전략적 우위가 다시 한 번 '규모의 힘(power of scale)'에 좌우되는 시대다. 중국은 고령화, 막대한 부채, 정체된 생산성, 주택 시장의 위기, 청년 실업, 민간 부문에 대한 규제 등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거시경제적 도전들이 반드시 전략적 열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중국이 향후 수년 내에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으로 이 경제 문제들을 해결해 낼 경우, 미국은 자칫 강대국 경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간축과 지표상에서의 중국의 규모와 역량을 간과한 것에 대한 결과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세계은행의 구매력 평가(PPP) 기준을 사용해 지역별 물가와 구매력을 반영하면, 중국 경제규모는 30조 달러로 현재 24조 달러 수준인 미국경제를 이미 10여 년 전에 추월한 셈이된다. 즉, 서비스가 아닌 상품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의 생산 능력은 미국의 세 배에 달하며, 이는 군사 및 기술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20년 동안,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다섯 배 증가해 30%에 달했고, 미국의 점유율은 절반으로 줄어 약 15%가 되었으며, 중국의 생산력은 그 다음으로 큰 9개국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유엔은 2030년까지 이 불균형이 '중국 45%, 미국 11%'로 확대되면서 그 차이가 점차 더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시멘트는 20배, 철강은 13배, 자동차는 3배, 전력은 2배를 생산하면서 이미 전통 산업에서도 일부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고, 첨단 산업에서도 점차 우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통해 중국은 이미 세계 화학 제품과 선박의 약 절반을 생산하고, 전기차의 3분의 2 이상, 전기 배터리의 4분의 3 이상, 소비자용 드론의 80%, 그리고 태양광 패널과 핵심 희토류 정제 광물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의 절반이 중국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미국의 7배에 해당한다. 4세대 원자로 상업화에서도 중국은 타국보다 10년 앞서 있으며, 20년 내 100기 이상을 건설할 계획에 있다. 187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이처럼 세계 생산을 전면적으로 지배했던 강대국은 미국이었다.
우리는 종종 중국의 혁신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서구의 기술을 단순히 복제하는 나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국, 독일, 일본,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제조업 강국은 결국 혁신의 토대를 제공한다. 국가 주도의 투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과학 분야 투자에서 중국은 이제 미국에 필적할 수준이다.
또한 중국의 거대한 인구는 풍부한 인재 풀과 경쟁적 규모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산업 및 혁신력은 동시에 군사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중국 해군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이며, 향후 5년 내에 65척이 추가되어 총 435척 규모를 보유, 현재 약 300척 규모의 미 해군보다 50% 더 커질 전망이다.
항공력에서는 아직 미국에 뒤처지지만, 자국산 제트 엔진 생산이라는 기술적 장벽을 돌파했고, 연간 100기 이상의 4세대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세계 최초의 대함 탄도 미사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재래식 순항 및 탄도미사일 보유 및 더 나아가 양자 통신, 극초음속 무기 등 여러 군사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선도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강점들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것이며, 설사 중국 경제가 둔화된다 해도 그 전략적 우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국이 이러한 중국에 대해 자체적인 경쟁 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동맹 접근 방식의 재설계에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이 과거보다 훨씬 더 동맹과 파트너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동맹외교는 '힘을 투사'하는 외교에서 '힘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projecting power, but about preserving it.) 둔 외교 전략으로 변해왔다.
냉전 시기, 미국과 그 동맹들은 소련을 압도했고, 오늘날에는 호주, 캐나다, 인도, 일본, 한국, 멕시코, 뉴질랜드, 및 EU 등이 연합하면, 이들 확장된 동맹 구조가 중국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이들은 시장 환율 기준으로 중국 18조 달러에 비해 60조 달러 규모의 경제 규모를 형성하며, 구매력 기준으로도 중국의 두 배 이상이다. 이들 연합은 전 세계 제조업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중국보다 훨씬 많은 특허 및 학술 인용 건수를 기록하고, 연간 국방비는 1조 5천억 달러로 중국의 두 배 수준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서반구 내 영향력의 영역으로 후퇴한다면, 세계의 나머지 부분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국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동맹과 파트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 외교전략의 출발점이어야지 종착점이어서는 안 된다. 냉전 시대의 가정에 뿌리를 두고 80년간 관성적으로 연장되어 온 접근 방식은 동맹국들을 '힘의 공동 창조자'라기보다는 보호를 받는 의존자로 여겨왔다.
동맹국들은 때로는 도움이 되었지만, 부담스럽거나 심지어 방해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이미 낡았다. 미국이 진정한 규모의 이점을 확보하려면, 동맹 구조를 관리되는 관계들의 집합에서 군사·경제·기술 영역 전반에 걸친 통합된 공동 역량 구축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함정을 건조하고, 한국과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공장을 세우며, 미국은 최고의 군사 기술을 동맹들과 공유하는 가운데, 모두가 함께 중국에 맞서는 공동 관세 또는 규제 장벽 아래 시장을 통합하는 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관되고 상호운용 가능한 블록은 중국이 단독으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총합적 이점을 창출하게 된다.
이는 '역량 중심 국력 운영(statecraft)'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들의 연합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중국을 압도하지만, 이 힘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그 이점은 단순한 가정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으로서는 미래 연합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 21세기 미국 외교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과 같은 동맹 접근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를 잃기란 매우 간단하다. '강요와 포기(coercion and give u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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