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정조 때 화원화가 김덕성의 '뇌공도'는 귀신도다. 자연현상인 천둥번개를 사람 같기도, 짐승 같기도 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벼락신인 뇌신(雷神)으로 그렸다. 언뜻 보아도 선신(善神)은 아니다. 우리나라 욕 중에 '벼락 맞아 죽을'이라는 말이 있고 실제 그런 일도 일어난다.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인 악신(惡神)을 그린 매력적인 작품이다.
위협적인 표정과 다이내믹한 자세, 울퉁불퉁 괴상한 근육질 신체가 악신답고, 얼굴 생김새도 기괴하다. 머리는 대머리인데 정수리가 둘로 갈라졌고 뿔을 나타낸 듯 꼭대기가 볼록하다. 눈썹에, 귀 앞뒤로, 입술 위로, 턱 아래로 빳빳한 털이 이상야릇하게 뻗쳤고, 몸과 팔다리에도 짧은 털이 징그럽게 나 있다. 중국의 뇌신은 여성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의 남성 신격이어서 뇌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하의는 헐렁한 반바지고 어깨엔 스카프 같은 것을 둘렀다. 거의 맨몸인 것은 야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붉은 기가 도는 갈색 피부는 명암을 넣어 입체적인 생동감이 느껴지고 특이하게 묘사한 근육이 위력적이다. 입을 크게 벌린 것은 마치 맹수가 물어뜯으려는 것 같고 붉은 아가리 속의 흰 이빨과 뾰족한 송곳니는 긴 손톱발톱과 함께 공격의 무기이다. 눈동자가 작고 흰자위가 많아 노려보는 눈빛이 으스스하다.
자세가 매우 역동적이다. 마치 먹구름 속에서 번개가 순식간에 내려 꽂히듯 하늘에서 하강하는 뇌공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착지하는 포즈인 듯하다.
지니고 있는 물건이 뇌공의 역할을 말해준다. 어깨에는 북과 북을 두드리는 북채의 용도인 망치, 끌을 짊어졌고 오른손엔 서슬이 푸른 긴 칼을 들었다. 북과 망치는 천둥소리를 내기 때문이고, 끌은 형벌의 도구이며, 칼은 벼락을 만들 때 쓰는 도끼인 뇌공지부(雷公之斧)를 조선식 칼로 그렸을 것 같다. 허리에 찬 붉은 호리병은 이 신이 도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논어'에 '선생님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라고 나온다. 괴이한 일, 힘으로 하는 일,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 귀신에 관한 일을 공자는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우리나라 그림에는 귀신도가 드물다. 귀신 이야기는 구미호, 도깨비방망이, 달걀귀신, 처녀귀신, 백발귀신 등 많지만 그림은 그렇지 않다. 지금으로 보면 판타지 장르에 속하는 문화인데 이미지가 많이 전하지 않아 아쉽다.
오른쪽 위에 '현은玄隱) 김덕성金德成) 소화(所畵) 뇌공(雷公)'으로 기록이 있고 제화는 약오(藥塢) 엄계응(1737-1816)이 1804년 8월에 썼다. 호가 현은(玄隱)인 김덕성은 아버지부터 아들, 손자, 증손자까지 화원인 전문직 집안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