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30주기에도…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서 자취 감춘 참사

사상자 수·원인 짧게 언급하고 그쳐…전용관·프로그램 없어
전용 교육 시설 요청했지만 이미 한 차례 무산
유족 "지역 내 대형사고 언급 없는 테마파크, 건설 취지와 맞지 않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1층에 있는 방재미래관 벽면에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가 언급된 모습. 정두나 기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1층에 있는 방재미래관 벽면에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가 언급된 모습. 정두나 기자.

오는 28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 폭발 참사 30주기를 맞는 가운데, 참사 교육 기관인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이하 테마파크)에서도 참사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테마파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공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4일 테마파크를 방문한 결과 상인동 가스 폭발 참사와 관련한 정보는 1관 1층에 있는 '방재미래관' 구석에서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마저도 서울과 경기, 강원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함께 한차례 언급된 것에 그쳤다.

벽면에는 참사 당시 사진 1장과 함께 작은 글씨로 인명 피해 규모와 '도시가스관 파손으로 인한 폭발'이라고 적힌 것이 전부였다. 자료가 적다 보니, 교육 프로그램 강사조차 해당 참사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기도 했다.

반면 2.18 대구지하철 참사의 경우 비교적 교육이 철저히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1관에 마련된 전용 교육공간에서는 참사 상황과 원인에 대한 영상물이 재생됐고 참사 현장을 복원한 현장과 실제 지하철을 탈출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테마파크는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2.18 대구지하철 참사 등 잇따른 참사의 유발 요인을 분석하고 시민 안전의식을 함양하고자 설립됐다. 2관을 추가 개관하는 등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거쳐, 지난 2022년 누적 관람객 18만명을 돌파했다.

유족들은 테마파크가 당초 목표와 달리 상인동 참사를 외면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유족들은 대구시에 전용 교육 공간 마련을 요청했지만 당시 대구시는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사실상 이들 요청을 거절했다.

송인숙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유족회장은 "101명이 숨진 대형 사고인데 제대로 된 언급이 없다는 게 속상하다. 각종 참사를 알리겠다며 만든 테마파크인데, 제 기능을 못 하는 게 아니냐"며 "만약 정보와 자료를 달라고 했다면 충분히 협조했을 텐데,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참사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피해 사실이 시민들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테마파크 뿐 아니라 영남중학교에 보관돼 있는 참사 당시 물품도 내년 영남중 이전을 앞두고 보관처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다. 해당 물품은 영남중 이전 부지의 공간이 협소할 경우, 다른 보관 장소를 골라야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테마파크 측은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관련 콘텐츠 확충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테마파크 관계자는 "상인동 참사 관련 콘텐츠나 교육의 공간을 제작하자는 요청도 없었고, 기획안도 아직까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구시 역시 관련 논의에 대한 진전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희재 사회재난과장은 "2018년 추모관 건설이 무산된 이후, 추모관에 대해서는 재논의하지 않았다"며 "추모관은 어렵더라도 테마파크 내에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검토할 수 있으나, 대구시와 테마파크가 이를 주제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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