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집계됐다. 세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逆成長)을 기록하면서 올해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성장률 예상치 1.5%는커녕 IMF(국제통화기금) 등이 내놓은 1% 달성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1분기 성장률은 지난 2월에 발표한 공식 전망치 0.2%보다도 낮다. 내수 부진과 정치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통상 여건이 크게 악화됐으며,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의 감소와 대형 산불 등도 악영향을 끼쳤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저성장의 장기화다. 1년가량 0% 안팎의 저조한 성장률에 묶여 헤어나지 못하는데, 통계 기록이 남아 있는 1960년 이후 분기 성장률이 이처럼 장기간 가라앉은 적은 없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때에도 한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곧바로 반등(反騰)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 체력인 잠재성장률부터 다르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5%대에 달했으나 최근엔 2%까지 떨어졌다. 저출생·고령화에다 생산성·효율성 저하 등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어 가고 있으며, 치솟는 가계부채와 환율 문제는 재정 운용과 통화 정책을 어렵게 한다.
1분기 역성장은 미국의 상호 관세 파급 효과가 미치기도 전에 발생했다. 관세 협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최악의 상황까지 내다봐야 한다. 국내외 주요 경제 기관 10곳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1%로 낮췄고, IMF는 22일 올해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로 낮췄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뿐 아니라 미국·유로존·일본·영국·캐나다 등 IMF가 분류한 선진국의 전망치 낙폭(落幅)보다도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특수(特殊) 상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그러나 기회는 남아 있다. 2분기 정치 상황이 안정되고 내수가 살아나면 성장률 회복은 가능하다. 관세 협상에 따라 경제 심리가 회복될 수도 있다. 어두운 터널의 끝과 기세 좋은 반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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