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연극 리뷰] "권력과 생존의 줄타기, 그 정치적 욕망" 김도형 연출 〈줄〉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대하사극 드라마 <여인천하>는 명종의 즉위 이후에도 현실 정치에 개입하며 수렴청정한 문정왕후의 절대 권력을 중심으로 한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뤘다. 중종의 총애를 받은 후궁으로 장자 복성군을 낳고 궁중 권력자로 부상한 경빈 박씨(도지원 분)와 문정왕후(전인화 분)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외척 세력의 정치 투쟁과 대립 장면이 등장한다. 세자(인종) 저주 사건인 '작서의 변'으로 폐서인된 경빈 박씨와 문정왕후의 권력 투쟁 구도에서 도지원이 분한 인물은 권력에 대한 욕망을 "뭬야" 한마디로 표현하며 국민 유행어가 되었다. 연극 <줄>(최해주 작 / 김도형 연출)이 문정왕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조선 중기의 역사적 정변과 대윤(大尹)‧소윤(小尹)의 갈등을 서사화해 동시대 조직 사회의 내부 권력 투쟁으로 치환하며, 반복되는 권력 구조의 본질을 묻고 있는 연극이다.'밥줄'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은, 권력의 줄을 타는 자와 그것에 기대어 살아남으려는 자, 끝내 줄에 타지 못하고 추락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역사와 현재를 직조해낸다. 정치 세력 간의 분열, 왕위 계승을 둘러싼 암투, 음모와 배신, 아첨과 권력욕은 오늘날 조직 사회의 권력 구조와 다르지 않다. 연극은 조선왕릉관리소에서 문정왕후 태릉이 파헤쳐져 사라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수렴청정한 문정왕후의 '여인천하'시대를 소환하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작품은 태릉에서 극중인물 정팔복이 문정왕후 유령을 목격하면서 전개되면서 문정왕후 사후 460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상징하는 권력의 흔적과 정치의 음영이 어떻게 현재와 맞닿아 있는지를 권력의 역사로 묻는다.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 무덤 사건으로 소환된 조선 정치의 오마주- 권력과 생존의 줄타기

유실된 무덤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관리소 직원들은 명종과 인종, 문정왕후 시대의 대윤과 소윤 계파 갈등과 사화의 주요 인물들과 중첩되며, 왕권 찬탈을 위한 줄은 곧 개인 욕망의 밥줄로 반복되는 현재를 투영한다. 작품은 문정왕후의 태릉이 파헤쳐지고 관이 유실된 채 발견되지 않는다는 가상에서 출발한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실제 정릉(중종의 능)이 왜구에 의해 파괴되고, 시신이 훼손된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중종은 장경왕후의 희릉 곁에 묻혀 있었으나, 문정왕후가 선릉 옆으로 옮겼다. 그 능역은 '자주 물이 들고 터가 좋지 않다'는 기록과 함께, 역사 속 여성 권력자의 흔적이 묻혀있다. <줄>은 이러한 역사적 단서 위에 오늘날의 조직 사회를 포개며, 무덤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권력 암투를 통해 현실과 역사의 경계를 환타지로 흐리기 시작한다.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는 관리소 내부의 갈등은 소장직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 게임으로 번지고, 극중 인물들은 조선의 정치사 속 등장인물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각자의 생존을 위한 충성 맹세, 조직적 은폐, 아부, 음모 등은 마치 중종 이후 벌어진 대윤·소윤 간의 정치 투쟁과 을사사화를 연상시킨다. 무대는 역사적 현실과 현재의 조직 구조가 겹쳐지는 이중적 시간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드러나는 아첨과 권력 투쟁은 조선왕조를 이어온 역사의 '줄'이자, 절대 권력을 향한 '줄타기'가 성공을 위한 '밥줄'로 보온한 역사이며, 현재로 이어지는 생존의 역사이기도 하다.

극의 인물은 정치적 알레고리 구조를 환기하고 있다. 윤정순은 문정왕후의 재현이며, 현실 조직의 실세이자 잔혹한 전략가로 그려진다. 강문중(명종)과 정인정(인종)은 각각 생존형 권력자와 정통성의 상징으로 대립하며, 윤형원, 정난정, 윤임 등 역사적 인물들을 패러디한 현대 조직 인물들이 그 사이를 교묘히 줄타기하며 긴장을 증폭시킨다. 특히 '신입 계약직' 임하라는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역사를 공부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관객과 가장 가까운 시선에서 권력 구조의 내부를 관찰하고 '조선왕조실록'을 뒤척이며 질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연극의 핵심은 '줄'이다. 밥줄, 권력줄, 생명줄, 혈연줄, 조직의 줄서기 등 '줄'이라는 단어가 가진 중층적 의미를 바탕으로, 극은 현실의 생존 조건이 어떻게 권력 구조 속에 엮여 있는지를 해부한다. 무대 중앙에 배치된 반원형 탁자는 이 모든 줄의 집결점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탁자는 조직의 회의 공간이자 조선시대 왕권의 위계 공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정치 토론 프로그램의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무대로 기능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인물들의 대화는, 현재의 정치 현실과 역사적 갈등의 다이나믹한 리듬감으로 장면화 된다. 시공간의 전복과 유령의 개입이라는 환상극적 요소와 역사적 재현이 메타적인 긴장감을 부여한다.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 밥줄의 역사, 인간의 정치적 욕망

문정왕후와 명종의 유령은 단순한 과거의 환영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등장한다. 비정규직 직원 임하라조차 밥줄의 역사 속으로 편입되고, 범인인 정팔복이 관리소 부장 자리를 얻기 위해 차기 소장과 음모를 꾸민 사실이 밝혀질 즈음,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목소리)에 의해 밥줄 찬탈(절대 권력)의 음모가 역사처럼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줄 위에서 작동한다. 그 줄 위를 걷는 것은 왕후든, 공무원이든, 비정규직 계약직이든, 우리 모두다. 특히 연극<줄>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밀도 있는 연출을 통해 이러한 시대적 공명으로 극대화 된다. 57세에 승하한 중종이 문정왕후에 의해 선왕 성종의 선릉 옆으로 옮겨진 정릉, 문정왕후의 태릉, 명종의 강릉 이야기도 작품의 묘미다. 무대 중앙에 배치된 반원형 탁자는 정치 권력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마치 TV 정치토론 프로그램의 스튜디오처럼, 이 탁자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권력의 본질을 투사한다. 이 오브제가 변형 가능한 장치로 활용되었더라면 상징성과 장면 전환에 효과를 주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무대는 제한된 공간에서 역사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층적 서사를 자막, 극중극 형식으로 구현한다. 인상적인 건, 이 작품이 다루는'줄'이라는 개념의 다층성이다. 생계를 의미하는 밥줄에서부터, 정치 권력을 잇는 계보, 그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한 줄다리기, 그리고 인간 내면의 욕망과 생존 본능을 관통하는 줄기까지. 연극 <줄>은 '줄'이라는 단어에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욕망을 엮어내며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사회적 통찰을 던진다. <줄>은 조선 중기 여성 권력자 문정왕후와 그녀를 둘러싼 역사적 갈등을, 21세기 대한민국의 행정 조직으로 치환하며 과거와 현재, 권력과 생존, 비극과 블랙코미디로 엮어내는 작품이다. 현실 정치인을 보는 듯한 승의열(명종 , 강문중 분), 선종남(인종 역, 정인정 분)은 무게감을 가진 연기를 선보인다. 이다해가 연기한 문정왕후는 시대를 장악했던 인물의 위엄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관리인 정팔복 역을 맡은 강승민, 이형주, 이선영, 홍광표, 박소은 등은 감정선을 유지하며, 8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몰입을 유지하게 하는 작품이다.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미니 인터뷰 ('연극 <줄> 연출/ 서울연극협회 부회장 김도형)

"연극진흥법 법제화는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 연극<줄> 희곡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2022년 제가 노원연극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노원문화재단 예술씨앗 지원사업이 있었어요. 씨앗 사업이라 작은 소액을 지원받아 어떤 사업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다 지역 문화콘텐츠를 작품으로 개발하자는 취지로 태릉을 소재로 신작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와 1년 동안 미팅을 하면서 <줄>이라는 희곡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1차 낭독공연까지 이어졌지요. 그 후에도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서 2023년 12월 서울연극 25 페스티벌에서 2차 낭독공연을 하게 된 작품입니다. 작품에 애정을 커서인지 그 후에도 다시 6개월간 공연 대본화 작업을 했고 이번에 공간아울에서 실연하게 되었습니다."

─ 중종, 명종과 문정왕후 이야기가 현시대에도 설득력이 있더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어떤 줄을 잡아야 성공할까? 누구라도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무한경쟁의 현실에서 도전과 좌절을 반복한 사람이라면 더 그렇겠죠. 성공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 편법을 쓰고, 그럴수록 세상은 권모술수가 횡행하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인간은, 사회구성원이기 때문에 대의와 명분, 이념과 철학, 정의와 도덕의 가치에서 갈등하게 마련입니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내적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죠."

─ 김도형 연출은 목이 마른 지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켰다. " 역사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죠.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은 현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역사 속 수 많은 사건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을사사화'라는 조선시대 권력다툼의 중심인물을 작품 속으로 가지고 온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요즘 현실구조하고 똑같거든요. 그렇지만, 연극 <줄>은 팩션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 상상력을 더한 극이죠. 과거나 현재나 이익이 되는 줄을 잡으려는 사람들, 밥줄을 둘러싼 욕망, 그 누구도 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군상에서 역사는 유사 이래 반복된 생사를 건 밥줄의 역사이죠. 그 역사는 말씀하신 대로 현재진행형임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연극 <줄>은 이런 세상을 블랙 코미디로 형상화하여.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교차하며 인간의 욕망을 그려 보임으로써 나를 돌아보고 우리의 현실을 사유케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줄. 극단 시절인연프로젝트 제공.

─ 공연에서 충분히 연출의 의도가 보인 것 같다. 460년 전 문정왕후 시대인데도 요즘 정치권력을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준비기간 동안 힘들었을 텐데….

"언제나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시간은 연극인으로 경이롭고 두려운 일입니다. 힘들었던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과거와 현재가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작품의 특성상 시간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어떻게 연출해 낼 것인가 하는 고민이 깊었어요. 결과적으로 배우라는 에너지에서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배우들의 앙상블이었습니다. 8명의 배우가 등 퇴장이 거의 없어요. 개성이 강한 캐릭터의 중견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앙상블의 연기 호흡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이 싶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 맞다. 연출의 의도가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들 연기가 컸던 것 같다.

"극 중 수습 사원역의 박소은 배우를 제하고는 출연자들이 연기력이 있는 캐릭터와 개성이 강한 대학로의 중견 배우들이에요.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소중히 여겼던 것은 배우였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대의 교차에도 의상이나 소품, 무대의 변화 없이 오로지 배우의 연기와 앙상블 표현에 집중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배우들도 서로의 연기 호흡에 절실한 교감이 한층 더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3개월간 서로를 믿어주고 호흡해 준 배우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 <줄> 무대 중앙에는 반원형 탁자가 배치되어있는데, 정치권력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탁자를 고정화하는 것보다 가변적으로 변화를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실제 무대 탁자는 가변형으로 구상했어요. 바퀴까지 달아서 각 장면에서 조형적 변화를 주려고 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각 장면의 물리적 시간의 계산과 등 퇴장이 없는 인물들의 빠른 템포의 장면변화에서 가변성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연출로 고민하다 무대의 가변성보다는 인물 중심의 빠른 템포 변화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앞으로 무대 탁자의 가변성을 더 고민해서 다음 공연 때는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김도형
김도형

─그는 서울연극지부 협의체 의장을 7년째 맡고 있다. 지부 연극 활성화에 많은 발전을 주었다는 평가다. 서울연극협회 산하 지부들의 활동은 어떤가?

"2013년부터 서울연극협회 지부들이 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각 지부는 2014년 서울연극지부 협의체라는 협의기구를 창설해서 지부 간 소통과 협조를 도모하면서 공통의 주제를 협의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울연극의 중심 대학로라는 연극적 기반을 벗어나 지역 내에서 연극예술을 향상하고 뿌리내린다는 것은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역 전문연극인들의 창작 환경 개선, 시민참여 지역연극 활성화, 연극을 통한 지역 문화콘텐츠개발, 질 높은 문화 향유권 제공, 체계적인 행정 시스템 구축 등 앞으로 산적한 과제수행은 지부의 몫이죠." (웃음)

─ 송파지부가 설립되고 있죠?

"그렇습니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개 지부가 설립되었고 올해는 송파지부가 설립될 예정입니다. 지부가 설립된 지 12년, 지부 소속 회원은 700여 명입니다. 각 지부는 구청 및 지역 기초문화재단, 문화원과 협업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서울시 구석구석에 연극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지부협의체 공통 사업으로는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서울시민연극제, 그리고 매년 서울 각 자치구의 고유한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여 연극적 가치를 지닌 페스티벌로 기획, 서울연극 25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 김도형 연출은 서울연극협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연극인과 연극생태계 변화를 위한 정책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연극계 정책변화에 대해 몇 가지 물었다. "앞으로 연극인을 위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가?"

"연극계에는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정책변화의 몇 가지 말씀드리면 우선 연극진흥법의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연극창작 및 제작 환경 개선, 연극인 복리 증진, 배우역량 강화, 관객의 저변확대 등 오랜 기간 풀리지 않는 산적한 과제들을 늘 말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연극계에 선거가 있을 때면 이러한 현상은 더 극명해집니다. 이제 연극환경이 변해야 하고 연극계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연극창작 환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극진흥법을 법제화해야 해요. 타 공연 분야는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발의 중입니다. 법제화를 통해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는 연극진흥 정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시행해서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김도형
김도형

─ 연극진흥법 법제화는 연극인 모두가 필요성에 대해 얘기를 하더군요.

" 맞습니다. 그만큼 연극진흥법 법제화는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서울시 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입니다. 많은 연극인은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받아야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서울시에는 20개의 문예회관이 존재합니다. 공공극장인 문예회관은 대관시스템에서 벗어나 제작극장화로의 운영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원사업에만 종속되지 않는 연극인의 삶의 변화와 안정적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갖춰 시민들에게 양질의 공연 향유권을 제공할 수 있는 연극 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인 것이죠."

─ 그는 연극정책 얘기가 나오자, 할 말이 많은 듯 보였고 말을 이어갔다.

"세 번째는 중·장년 연극인을 위한 지원 정책 강화가 필요해요. 서울연극인들의 60%가 40~50대 중·장년층입니다. 청년 지원사업, 원로 지원사업은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분명 필요한 정책이죠. 그러나 연극계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중·장년들을 위한 지원 정책은 따로 없는 실정입니다. 척추가 무너지면 몸은 무너집니다. 그만큼 우리 연극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세대가 중·장년층입니다. 이들을 위한 특화된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연극정책도 고민해야 하고, <줄>도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연극인이라면 좋은 작품을 계속 창작하고 싶은 욕망은 당연하죠. 앞으로 산적한 과제인 연극정책 변화와 실현을 위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장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소박한 꿈이지만 협회가 있어 든든한 연극계를 꿈꿉니다."(그는 여전히 연극계를 위해 할 일이 많아 보였고 연극진흥법 법제화 이야기를 할 때는 뜨거워 보였다.)

김도형 연출은 '실험극단'을 시작으로 2017년 극단 노원을 창단해 2024년 시절인연 프로젝트로 극단명을 변경했다. 작품으로는 <나미와 부기>, <한여름밤의 꿈>, <산송>, <작전명DMZ>,<멀희가비>,<백석을 기억하다>등이 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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