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 북동부 산불'을 유발한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공병훈 영장전담판사는 성묘객 A(50대) 씨와 과수원 임차인 B(60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공 판사는 "피의자들의 실화를 입증할 주요 증거들이 이미 수집되어 있으며, 실화와 다른 원인이 경합해 수만㏊에 달하는 산림이 소훼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의자들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 범위를 확정하는 부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출된 수사 기록만으로는 주거 부정, 도망 및 증거 인멸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해 현 단계에서는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3일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산소에서 묘지 정리를 하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산불로 번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찌감치 법원에 도착한 A씨는 법원 정문 인근에서 변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영장실질심사 출석 시각이 다 돼서야 법원으로 들어섰다.
A씨는 "불을 낸 사실을 인정하느냐", "불을 내게 된 경위가 무엇이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빠르게 취재진을 지나쳐 법정으로 향했다.
경찰과 산림 당국은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영덕과 청송 등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용기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시 풍산면과 풍천면 하회마을 일대로 번진 것으로 파악된다.
안계면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B씨는 이보다 앞서 의성지원을 찾았다.
B씨는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소작물을 태우고, 불씨가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법정으로 들어서기 전 기자들에게 "억울하다. 절대 불을 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B씨는 "쓰레기는 불이 나기 전날(3월 21일) 오전 6시쯤에 태운 뒤 물을 뿌려 불이 꺼지는 것까지 확인했다. 산불이 난 당일에는 과수원에 들러 사다리만 가져왔을 뿐 불을 피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 북동부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접 시·군으로 확산됐다.
이 산불로 경북에서는 26명이 목숨을 잃었고, 산림 9만9천289㏊가 피해를 입었다.
또한 주택 3천819채가 불에 타 이재민 3천494명이 발생했고, 농작물 2천3㏊(과수 1천851㏊), 시설하우스 1천480동, 축사 473동, 농기계 1만7천265대가 소실됐다.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