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배추 뒤엔 '20% 수익'"…가락시장 도매법인, 작황난 속 고수익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 치솟는 와중에도 도매법인, 매출·순익 모두 급증
5대 도매법인 작년 순이익 18% 증가…"공영시장 독점이 수익 보장" 비판
출하가 오른 만큼 수수료도 증가…독점 구조에 정부 개입 필요성 제기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생산지에선 이상기후로 작황이 줄고, 소비자에겐 '금사과' '금배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은 지난해,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요 청과 도매업체 5곳이 2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고수익 구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 내 5대 청과 도매법인인 서울청과·중앙청과·한국청과·동화청과·대아청과의 지난해 총매출은 1,886억 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17억 원으로 17%, 당기순이익은 379억 원으로 18% 각각 늘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2%로, 이마트(0.7%), 롯데마트(0.9%)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1% 미만의 수익률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수치다.

가락시장은 전국 농산물 유통의 20%가 집중되는 대형 공영도매시장이다. 농산물 유통은 일반적으로 생산자→도매시장 법인→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이며, 도매법인은 경매를 주관하면서 낙찰가액의 4~7%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 수수료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는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실제, 지난해 가락시장 도매법인 5곳 가운데 4곳은 141억2,500만 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법인들은 배당으로 수익을 환원한 셈이다.

도매법인 제도는 1985년 정부가 공영 도매시장 제도를 도입하며 특정 민간업체에 경매 주관권을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 가락시장 주요 도매법인 대부분은 농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서울청과는 철강기업 고려제강, 동화청과는 수산물 기업 신라교역이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아청과는 호반건설 계열사인 호반프라퍼티 소유다.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유족이 운영하는 태평양개발이, 한국청과는 사학재단 서울학원 일가가 세운 컨설팅 업체 더코리아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도매법인이 농산물 시장의 안정성보다는 이윤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도매법인들이 민간 자본에 의해 운영되면서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은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며 "농산물 유통시장이 정유업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유통 구조 개혁에 미온적인 사이, 철강·건설 자본이 농산물 유통을 수익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제도 개편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출범시켜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농가 수취가격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온라인 도매시장은 출범 첫 해에만 6,737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유통비용률은 7.5%포인트 줄었으며, 농가 수취가격은 3.6% 상승했다. 정부는 앞으로 이 거래 규모를 1조 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도매법인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5~10년 주기로 법인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설립된 40년 동안 실제로 재지정이 철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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