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관세협상 핵심으로 부상한 '조선'…관세 면제 이끌어내나

한국은행의
한국은행의 '한국의 주력산업과 경제발전 기념주화'. 한국 대표단은 미국 협상단에 해당 주화를 기념품으로 전했다.

한국 조선업이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미국의 협력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이어질 실무 협의에서 어떠한 지렛대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협의에서는 구체적인 협력 범위나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측이 조선업 협력을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올린 데 이어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 태도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세 등 다른 의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조선기술력에 주목

25일 정부 및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USTR)를 만나 한미 2+2 통상 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보이는 한국과 미국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가 주요하게 거론됐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은 미국 측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은 미국 내 스마트조선소 구축과 기술 이전, 조선 인력 양성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이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체결한 선박 생산성 협상 및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가 예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MOU는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위한 공정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AI) 도입 및 생산인력 육성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나 상선 및 군함 건조 협력에 관한 요청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및 중국과의 경쟁 관계를 거론했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를 들며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조선소에 대한 인수 및 지분매입 등 현지 투자에 매우 관심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이 큰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오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며 "그들은 자기들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덕근 장관도 베선트 장관의 발언과 관련,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특히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공감대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조선산업 협력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인력 양성, 기술협력 등 앞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미국 행정부가 목말라하는 조선산업 역량 강화에 잘 맞아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평택항에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향후 협상의 '키'도 조선

이번 고위급 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가 좁혀진 가운데 구체적 협력 범위를 정하는 양측 간의 실무협의는 내주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구체적 조선 산업 협력 비전이 제시될 수 있어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한미 고위급 협의에서 조선업이 양국 산업 협력 의제로 다뤄진 점은 매우 의미 있게 보고 기업 차원에서 이에 화답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해 울산과 거제에 있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을 가능성이 커 이 자리에는 양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모두 총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조선은 미국 안보의 핵심산업임인 동시에 미국은 열위, 한국은 우위에 있는 산업"이라며 "동맹인 한국은 패권 경쟁 리스크가 없고, 신뢰할 수 있을뿐더러 빠른 제조 역량을 갖춘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을 '키'로 활용하는 것은 아주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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