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현장에서 집을 보러 다니는 과정 자체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매물을 둘러보는 활동) 기본 보수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새로 취임한 김종호 협회장이 주재한 기자간담회에서 임장 활동에 대해 일정 비용을 책정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장 비용은 소비자에게 사전에 받고, 만약 실제 거래가 성사되면 중개 수수료에서 이를 차감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협회는 최근 임장 활동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업무 부담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공인중개사는 단순히 매물을 보여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국민 재산을 다루는 전문 직역"이라며 "임장 과정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이 같은 요구는 최근 등장한 '임장크루'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러 명의 실수요자가 함께 매물을 둘러보는 임장크루 활동이 늘어나면서, 매번 수십 건의 매물을 안내해야 하는 중개사들의 피로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하루 종일 매물 안내에 매달리다 결국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최근 전세를 알아본 직장인 신모(34) 씨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려고 여러 부동산을 전전했지만, 원하는 조건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중개사를 찾기 어려웠다"며 "계약이 안 됐다고 임장비까지 내야 한다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크루 활동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직장인 최모(32) 씨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최 씨는 "혼자 부동산에 가면 제대로 응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럿이 팀을 이뤄 가면 중개사들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친절하게 대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고 전했다.
협회 측은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정상적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임장 비용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이 임장크루를 가장해 중개사들을 붙잡아 두는 등의 사례가 보고되면서 현장에서는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강동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 씨는 "하루에도 임장크루로 의심되는 팀이 몇 번씩 다녀간다"며 "정작 진짜 계약 의사가 있는 고객과의 상담이 끊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 하다 보니 누가 집을 진지하게 보러 왔는지, 그냥 매물만 스캔하려는 것인지는 어느 정도 감이 온다"고 덧붙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설 부동산정책연구원 박은성 제도개선과장도 "순수한 실수요자를 구분하기 어렵고, 일부 악용 사례로 인해 현업 중개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임장 기본 보수제를 통해 일정 부분 시장 질서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중개사들이 계약 전후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국내에서도 중개 서비스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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