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KT 해킹 여파에 유심 품귀…'네 곳 돌고 겨우 교체 불만 폭주'

유심 재고 바닥난 대리점 속출…교체 기다리다 지친 가입자들
'한 시간 기다려 5분 만에 교체'…주말 반납한 소비자들 한숨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8일부터 2천300만명에 달하는 전 고객을 대상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25일 서울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8일부터 2천300만명에 달하는 전 고객을 대상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25일 서울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오전, 수도권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유심(USIM) 무상 교체를 위해 모여든 가입자들은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SK텔레콤이 지난 25일 해킹 사고 이후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을 무료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리점마다 대기 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유심 재고 부족으로 혼란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 주변 대리점과 차로 수십 분 거리의 대리점까지 모두 전화해본 끝에 교체 가능한 곳을 겨우 찾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해당 이용자는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약 한 시간 넘게 대기한 끝에 5분 만에 교체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줄을 서는 동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며 "내 잘못이 아닌데도 주말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SK텔레콤은 오는 28일부터 전국 23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을 무상 교체한다고 예고했지만, 복제폰 피해를 우려하는 고객들의 조기 방문이 이어지면서 일부 대리점에서는 이미 재고가 바닥났다. 실제로 수도권 여러 대리점에서는 "준비된 유심이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문을 부착해 이용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가입자들은 "대리점 네 곳을 돌았지만 모두 허탕을 쳤다"거나 "언제 유심을 받을 수 있을지 대리점 직원들도 장담하지 못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심은 이동통신 단말기와 통신사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가입자 고유번호 등이 저장돼 있다. SK텔레콤은 해커 공격으로 일부 유심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지난 22일 공개하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유심 교체 조치를 발표했다.

대기업들 또한 임원진을 중심으로 빠르게 유심 교체를 지시하고 나섰다. 삼성, 현대, 한화 등 주요 그룹은 보안 강화를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대리점에서는 유심 교체를 둘러싼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교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9일 오후 11시 40분께 해커의 악성 코드 공격으로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내부 점검을 거쳐 이번 사태를 공개했다.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고유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입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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