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3월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울진 산불은 213시간 동안 1만4천여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181가구의 이재민을 남겼다.
당시 울진군 북면 신화2리는 마을이 불타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지난 24일 찾은 이곳은 검게 그을렸던 산과 집들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낸 곳에서는 어린 묘목이 푸르름을 뽐내며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힘겨운 삶을 지탱해주던 임시 조립용 주택 대신 새롭게 단장한 집들이 아름다운 전원 마을을 연상케 했다.
28가구 중 20가구가 전소됐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정부와 경북도, 울진군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해 기반시설을 조성했고 주민들은 자비와 정부보조금, 전국에서 보내온 성금을 보태 집을 신축했다.
전호동 이장은 "생전 처음 당한 엄청난 산불로 주민 모두 충격과 공포,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며 "전 국민이 우리 마을에 보내준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새로운 삶이 가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민들은 새롭게 조성된 기반시설 위에 각자 처지에 맞게 58㎡~120㎡ 규모의 집을 지어 지난해 7월 입주를 완료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미자 노인회장은 "인생의 전부를 살아왔던 옛 집이 사라져 아쉬움이 컸지만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새 집에서 사니까 예전보다 편리해 살기에는 훨씬 좋기도 하다"며 웃었다.
신화2리는 새롭게 조성한 기반시설 위 철제 울타리에 옛 이름인 '화동마을'이라는 별도의 표식을 달았다.
신화2리보다는 화동마을 명칭이 더 친숙한 데다 앞으로 꽃처럼 아름다운 마을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마을 뒷산에는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벚나무가 심겨 있다. 이날도 인부들이 벚나무 심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몇 년 후 벚꽃으로 물들어 있을 화동마을의 봄이 떠올랐다.
마을주민들은 산불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바로 '주민 화합'과 '일심동체'다.
전 이장은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산불이라는 큰 아픔을 겪은 주민들은 동질감이 더 커져 오히려 예전보다 더 화합하고 결속력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경북 초대형 산불에 주민들은 십시일반 모은 성금 500만원을 지난 16일 영덕군에 전달했다. 주민 30여명에다 대부분 8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재민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에 주저하는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은 "우리 마을이 피해를 입었을 때 도움을 받았는데 당연히 우리가 도와야지요. 성금이 적어서 부끄럽지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전 이장과 주민들은 이 한마디를 꼭 당부했다.
"경북 북동부 5개 시·군 주민들이 지금은 심한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 있겠지만 국민들의 사랑이 여러분들에게 향해 있는 만큼 힘을 내기 바랍니다. 저희 마을처럼 반드시 다시 일어서서 화창한 봄 날을 맞을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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