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관세 뇌관' 7월까지 이어질 듯…4개 분야 '패키지딜' 목표

7월 8일까지 '관세 폐지' 목표 협상 본격화
다음 달 USTR 대표 방한, 1차 분수령 전망
협상 속도 놓고 한미 양국 간 온도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정부와 '2+2 통상 협의'를 하고 상호관세 등 무역 현안에 대한 협의 과제와 일정의 틀을 마련했다. 국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 최소화 기반은 마련했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협의 기한으로 정한 7월 초까지 통상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차 분수령은 다음 달 중순 한국을 찾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우리 정부와의 고위급 통상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4개 분야 중심 실무협의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번 2+2 통상 협의에서 이른바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90일)이 끝나는 올해 7월 8일까지 '관세 폐지'를 목표로 협상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이번 협의에 한국 측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했다. 이는 리더십이 부재한 국내 상황에서 미국과 통상 협의와 관련해 긍정적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워싱턴 D.C. 브리핑에서 "상당히 좋은 출발을 했다"고 평했다. 그리어 USTR 대표도 "생산적인 회담이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미 양측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나선다. 협의는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2+2 협의에서 미국의 요구 사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앞으로 실무 협의에서 각종 비관세 장벽을 꺼내 들면서 한국의 양보를 압박할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무역장벽(NTE) 보고서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부터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까지 한국에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주장하는 '환율' 문제는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 채널에서 별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협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전부터 지적해 온 방위비 증액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측이 '더 큰 규모의 청구서'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상존한다.

◆美 USTR 대표 방한이 1차 분수령 될 듯

미국 정부가 유예한 25%에 달하는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는 한국 측 우려만 전달했을 뿐 방향성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통상 불확실성이 적어도 7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장관도 "실제 품목 관세가 어떻게 될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할 부분"이라며 "실무 협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7월 패키지' 일괄 타결을 놓고 협상 속도와 관련한 온도 차도 감지된다. 현재 한국은 4개 분야 의제에 대해 미국 측과 의견 접근을 이뤄가면서 6·3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협상을 마무리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 측은 협의에 속도를 낼 기세다.

베센트 장관은 2+2 협의 직후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4월 마지막주) 양해에 관한 합의에 이르면서 기술적인 조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분과별로 본격화되는 한미 통상 협의는 다음 달 중순 그리어 USTR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어 대표는 5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다. 이 기간 한미 고위급 통상 접촉을 통해 그간 협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이 미국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협상력이 점차 약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일련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에 한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은 이미 -0.2%로 3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0%대 이하' 성장이다. 여기에 역대급으로 장기화하는 소비 부진, 투자 위축 등이 회복되기도 전에 수출마저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민간소비는 0.1%, 건설·설비투자는 각각 3.2%·2.1% 쪼그라들었고 수출은 1.1% 감소했다. 민간 경기 부진 흐름에도 정부소비마저 0.1% 줄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과다한 국가채무와 세수펑크에 갇힌 탓이다.

심지어 작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가 극도의 혼란에 빠진데다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경제 리더십의 부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부총리 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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