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이정훈] 한덕수와 반기문, 플라톤과 이재명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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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4·4 대통령 파면 후 보수가 지리멸렬임을 보여준다. '뉴스를 보지 않고 산다'는 중산층이 많다는 게 좋은 증거다. 12·3 계엄 후에도 비슷했는데 김진홍 목사가 "국민을 깨닫게 한 계몽령이었다"고 하면서 반전이 일었다. 보수를 해야 할 이유를 갖게 해줬기 때문이다. 눈사태를 만들려면 최초의 눈덩이를 '제대로' 굴려주어야 한다.

6·3 대선을 앞두고 보수에서 '한덕수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반대하지 않지만 셈법은 제각각이다. 한덕수를 이겨야 진정한 보수의 후보가 된다며 붙어보자는 이가 많다. 이 대망론이 실현되려면 한덕수 후보는 여당에서 결정된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이를 장담할 수가 없다.

이기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결선을 치러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앞선다는 보장이 없다. 숱한 선거를 구경해온 필자의 예측으론 이준석은 물론 이낙연과 단일화해도 한덕수 후보는 49대 51 정도로 질 것 같다는 느낌이다. 충분히 노련한 그도 이 예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니, 대망론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초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신드롬이 일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사유로는 부인의 강한 만류와 함께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겨울엔 낙상하기 쉬우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 저도 낙상 주의로 입장을 바꿨다"고 하고, 새누리당에 반발해서 나간 바른정당이 압박을 가한 것 등이 거론된다. 박근혜 파면 후엔 황교안 대행 추대론이 일었으나 그도 고사했다.

보수는 4월 29일쯤 한 대행이 사직하고 출마를 선언하리라 보고 있지만 그는 승산 없는 전투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녹록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태우 이후 선거나 경선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대통령이 된 이는 윤석열 뿐이다. 단 한 번의 출마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박근혜보다 빨리 파면된 것은 출마 이력이 없는 한 대행에겐 부정적인 정보가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인 강한 '권력 의지'다.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윤석열은 이 의지가 부족했기에 좌파 척결을 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뒤늦게 역전을 위해 계엄을 발동했다가 자멸했다. 반면 전과 4범으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강한 권력 의지를 보여왔다.

대장동 게이트에 휩싸여 있던 2023년 9월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에 걸리자 24일간 사이비 단식을 했다. 진짜 단식을 하면 단식 중은 물론 후에도 투쟁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함에도 민주당 비명계의 반발로 그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해 그는 실낱 같은 기회를 잡았다.

불구속으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에선 재판을 오래 끌어온 강규태 판사가 사직해, 2024년 4월 총선 전에 1심 판결을 받지 않는 행운도 누렸다. 그리고 유죄를 받았지만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고 윤석열 파면까지 선사 받았다. 끝까지 가보자는 그의 권력 의지가 행운을 만든 것이다.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후보 사건에 대해 헌재처럼 전원일치로 원심확정을 한다면, 한덕수 대행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

아무것도 안 보고 안 듣겠다는 보수가 문제이다. '이재명 만은 안 돼'라고 했던 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이재명 대통령 등극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럴수록 플라톤이 "정치에 무관심한 죄에 대한 가장 가혹한 형벌은 나보다 못한 저질적인 인간들에 의한 지배를 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말에 집중해야 한다. 이 후보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으려면 불리한 뉴스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눈뭉치를 굴려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한덕수를 비롯한 보수의 후보들은 모든 것을 거는 권력 의지를 내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입법 독재를 하는 국회 해산과 개헌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고, 이 국민투표에서 승리한다면 각계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어 다시 국민투표로 확정 짓고 새 공화국을 만든 다음 조기 퇴임하겠다"는 등의 '6공 종언'이라도 준비해야 한다. 이길 가능성을 따질 게 아니라 반전을 향한 모든 수를 써야 하는 것이다.

보수는 이재명의 행운과 집요함에 지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반전의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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