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김종민] 검찰 무력화와 '수퍼 공수처'의 탄생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수사·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통한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강화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대선공약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검찰은 기소권만 가진 공소청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가고 중대범죄수사청이 별도로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6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공수처는 홍콩의 반부패수사기구 염정공서(ICAC),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을 모델로 고위공직자의 반부패 수사기구로 추진됐지만 입법 단계에서 2018년 3월 신설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사례가 참고됐다.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국무원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인민검찰원 반부패 수사조직을 통합한 거대 사정기구다. 행정기관, 사법기관의 지위를 동시에 부여받은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 심문, 구금, 재산 동결 및 몰수 권한을 갖는다.

공수처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패 범죄와 무관한 직권남용, 직무유기, 피의사실공표, 공무상비밀누설 등이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되었고 군검사의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군과 국회, 사법부를 아우르는 정치적 수사기구로 변질되었다.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의 상징이었지만 매년 200억원 상당의 예산을 쓰면서도 출범 후 5년 동안 6천527건의 사건을 접수해 직접 기소 6건, 유죄 확정 1건의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한 공수처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수퍼 공수처'를 공약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주요 통치 수단으로 활용할 의도를 분명히 했다.

검찰이 무력화된 가운데 정치권력이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수퍼 공수처'와 경찰(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구도로 바뀌게 되면 공안과 국가감찰위원회를 양대 축으로 하는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로 변모하게 된다.수사 제도는 일관되고 통일적이며 단일한 체계로 구성되어야 한다. 범죄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형사사법을 지향해야 한다.

내란죄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수사기관 간 권한 충돌과 대혼선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형사사법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따라서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맞춰 일관된 수사체계 하에 효과적 수사를 보장하면서도 수사권 남용과 위법을 방지할 수 있도록 형사사법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사권 조정 이후 범죄 현상은 심각하다. 2025년 1분기에만 5천878건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 규모는 3천116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사건은 17.2%, 피해액은 120%가 폭증한 수치다. 2017년 IDS홀딩스 사건은 피해자 1만 2천명, 1조 1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밸류인베스트먼트 사건도 피해자 3만명, 피해금액 7천억 원의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이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범죄와 대형금융범죄가 폭발하고 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검찰 개혁, 형사사법제도 개편만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중요 민생 문제인 이러한 중대범죄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인 형사사법체계를 갖출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형사사법개혁의 목표는'정권의 검찰' '정권의 경찰'을 '국민의 검찰' '국민의 경찰'로 되돌려 주는 것이어야 한다. 핵심은 인사권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공수처는 폐지하는 것이 순리다.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중앙집권화된 검찰과 경찰의 조직과 권한을 분산하고, 모든 수사에 대해 효과적 사법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함부로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검찰과 경찰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범죄의 확산에 수사기관과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 요소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는 무력화된 검찰과 '수퍼 공수처'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검찰 개혁, 형사사법 개혁의 길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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