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텍, 조현병에 '마음병' 아닌 '생물학적 장애' 증명

조현병 조기발견과 약물개발 등 후속연구 속도 기대

포스텍 박상기 교수
포스텍 박상기 교수
포스텍 김태경 교수
포스텍 김태경 교수
포스텍 김민성 교수
포스텍 김민성 교수

포스텍 연구팀이 조현병을 마음의 병이 아닌 태아기 뇌발달 과정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장애임을 밝혀내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조기 발견과 약물개발 등 조현병 치료에 대한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박상기 교수, 김태경 교수, 김민성 교수 연구팀이 조현병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발병 원인과 과정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최근 게재됐다.

조현병 환자들은 현실인식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겪고 있는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규모 유전체 연구에서 'AS3MT' 유전자가 조현병과 밀접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이 유전자가 실제로 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AS3MT 유전자의 특정 변이인 'AS3MTd2d3'에 주목했다.

이 변이가 있는 생쥐를 연구한 결과, 이들은 조현병 환자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뇌 속 공간(뇌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화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등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들이 발현됐다.

연구팀은 뇌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경줄기세포의 분열 방식'이 교란된다는 점에 착안해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뇌 발달에서는 줄기세포가 균형 있게 분열하면서 뇌의 다양한 세포들을 만들어 내지만, AS3MTd2d3 변이가 있으면 이 균형이 무너진다. 특히 대뇌 피질의 상층부에 있어야 할 신경세포들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연구팀은 AS3MTd2d3 단백질이 신경줄기세포의 '중심체'라는 구조물에 비정상적으로 달라붙어 세포 분열 방향을 교란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포스텍 박상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조현병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관련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도 도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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