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아이들의 마음 속을 이루는 것들

상처·불안·감사 등 다양한 감정들 존재
부모는 아이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야

학생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학생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3월 중학교 진단평가 성적이 나왔다. 진단평가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학습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치러지므로 문제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보통 중간고사, 기말고사보다 평균 점수도 훨씬 높다. 반 아이들 성적을 쭉 보다가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따로 불러야겠다 싶었다. 우리 반에서 평균이 가장 낮은 학생을 불렀다. 작년 지필 평가 성적도 너무 안 좋고 이번 진단평가도 거의 모든 과목이 기준 점수 미달이라 기초 수업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아이 표정을 살폈더니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곧 울 듯한 표정을 한 아이에게 선생님이 너의 정확한 상황을 알려 주기를 원하는지, 모른 척해주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의외로 정확하게 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 어두운 아이의 표정 위로 묘하게 누군가 겹쳐 보였다. 중학생 때 남동생의 모습이다. 시험만 쳤다 하면 울면서 침대에 스스로를 내동댕이치던. 엄마는 뭐라 했다. 공부도 안 하면서 뭐 그렇게까지 속상해하느냐고.

그렇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하든, 그렇지 않든 아이들은 늘 마음속에 공부로 인한 부담감과 생채기를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에 대한 감사한 마음

나는 수업 초반 3분을 할애해 학생들에게 감사 일기를 쓰도록 한다. 어제 하루를 기준으로 감사한 일들을 3가지 쓰는 것이다. 감사의 대상은 사람, 경험, 사물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오늘 하루 지각하지 않고 등교한 나 자신에게 감사합니다'와 같이 자기 자신에 대한 감사함도 가능하다. 형식은 '~해서 감사합니다'를 지켜줘야 한다. 그리고 지원자 3명이 발표하도록 한다.

중학생이면 한창 친구를 좋아할 나이라서 나는 당연히 친구 얘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발표 내용은 대부분 부모님에 대한 것이었다. '맛있는 밥을 차려준 엄마께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 태우러 와준 아빠께 감사합니다' 등 특정 행동에 관한 감사함도 있고 '낳아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본질적인 감사함도 있다. '짜증 내는 모습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을 담은 감사함도 있다. 나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며 다음 시간까지 해 올 숙제를 낸다. 바로 감사의 내용을 부모님께 직접 이야기하는 것. 다음 시간에 물어보면 말하지 못했다고, 오늘은 꼭 말할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표현에 서툴 뿐이지 부모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족 간 갈등으로 불안한 마음

중학생 12명과 가족을 소재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내용 생성을 위해 빙 둘러앉아 가족과 관련된 행복한 경험, 불행한 경험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부모님이 말다툼할 때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는 것, 할머니·할아버지가 노쇠해 걱정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아이가 불행한 경험으로 꼽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질병을 경험하고 노쇠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가족 간 갈등으로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부부 간 갈등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가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번도 아이에게는 엄청난 일일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할 것 같다.

가족과 관련된 행복한 경험, 불행한 경험 중 한 가지를 골라 글을 쓰게 했는데 불행한 경험을 쓴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부정적 경험이 더 충격적이기도 하고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글에서 걱정에 밤새 뒤척이는 모습,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불안함을 읽을 수 있었다. 단순한 의견 차이에서 시작된 사소한 갈등일지라도 아이에게는 어마어마한 것일 수 있음이 글에 여실히 드러났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건네야 할 말

공부로 인한 생채기와 가족 간 갈등으로 괴로우면서도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오늘 저녁은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면 어떨까. 공부 걱정으로 힘든 거 잘 알고 있다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엄마 아빠도 네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이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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