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태훈] 섬뜩해지는 지방 인구 소멸 앞에서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잔인한 4월이 자연의 생명력을 다독이고 있다. 무심한 대지는 봄꽃으로 세월을 노래하지만, 인구 감소에 지방은 서늘한 늦가을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겨우 9년 만에 0.3명 반등에 위안을 두지만, 지난 5년 동안 우리 국민 45만 명이 사라진 것이다. 현상 유지가 가능한 2.1명은커녕, OECD 38개국 평균 합계출산율 1.47명의 반 토막에 불과한 실정이다.

합계출산율 0.75명은 부부 200명(100가정)의 자녀가 75명이란 의미다. 그다음 대엔 28명이 된다. 부모 세대 인구가 자녀 세대에 3분의 1씩 가속해 감소하는 추세가 섬뜩하다.

우리는 낯선 환경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 어린이집 2천231개, 유치원 1천140개가 폐원했다. 초중고의 학급 축소와 폐교 그리고 대학교 폐교도 이어질 것이다. 올해 전국 49개 초교가 폐교했으며, 184곳은 입학생 수가 0명이다. 대구경북에서도 47개교가 그렇고, 10명 미만도 적지 않다.

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와 산업·일자리 기반을 위축시켜 지방 인력의 수도권 유출을 촉진한다. 부산을 포함한 8개 시도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인 가운데, 다음은 대구일 것이다. 지자체들이 개발 정책, 아파트 건축 등으로 인구 유지·증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국 타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사망 증가에 따른 지방 소멸 공포는 광역시에도 통합을 압박하고 있어, 기초지자체의 통폐합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1인 가구(35.5%)와 빈집이 더욱 증가하고 향후 중소도시에는 빈 아파트도 생겨날 것이다. 대학촌 쇠퇴에서 보듯 인구 감소는 자영업자 비율이 유독 높은 우리나라 골목상권의 발목을 잡으며 서민경제 활성화에 구조적인 짐이 될 것이다. 예식장은 줄고(5년간 176개), 향후 군 입영 자원(2040년 14만 명)은 국방을 위협할 것이다.

이에 지역 개발에 수요와 사후 관리 등 지속가능성을 살펴야 하며, 의욕에 찬 광역적 도로·철로 개설은 인구 검토 등 신중 속에 '콤팩트 개발 방식'을 좇아야 한다.

힘든 일을 꺼리는 풍조와 맞물려 산업현장과 농촌 그리고 대학교도 외국인이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 노동력 확보를 위한 외국인 문호 개방은 유럽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수 인력이 유입되도록 치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시작된 초고령사회의 사회적 큰 이슈인 노인 돌봄 문제는 연금과 연관되어 세대 간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된다.

이젠 출산장려금 지원 경쟁 등 인구 빼앗기를 넘어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과 출산 전 단계인 결혼 장려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근 10년간 8만 명의 인구 감소를 겪은 대구 달서구는 전국 최초의 결혼장려팀 신설(2016년) 등 대응으로 179쌍을 성혼시켰다.

굳어지는 우리 사회의 비결혼·비출산 문화를 사회 온 주체가 나서서 '잘 만나 보세 뉴(NEW) 새마을운동'으로 극복해야 한다. 대학, 군부대와도 결혼·가족의 가치관 확산 협력을 강화하여 달서구의 최근 3년 혼인 건수 증가율(8.15%)을 전국 평균(0.3%)보다 26배 높였다.

'인구 증가 수가 국가 번영과 존폐의 가장 명확한 척도'라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소환해야 한다. 결혼 장려 분위기 조성에 합치된 힘으로 인구 소멸 공포를 떨쳐 내야 한다. 숱한 역경을 극복하며 이룬 번영과 자유 속에 국민이 사라지고 있다. 이젠 독립운동을 하듯, 교육·경제·언론·종교계 등 총체적 연대로 가족 가치와 결혼·출산 장려에 범국민운동 깃발을 높이 들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