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加 총선 집권 자유당 승리, 일등공신은 트럼프 미 대통령

전체 343석 중 167석 안팎 확보 예상
한때 여론조사 27%p 앞섰던 보수당 집권 패배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던 트럼프 리스크

29일(현지시간) 자유당의 총선 승리 확정 후 선거본부에서 연설을 마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
29일(현지시간) 자유당의 총선 승리 확정 후 선거본부에서 연설을 마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 등 캐나다 국민들을 낮잡아보는 언사를 쏟아내며 자극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현 집권당인 자유당의 총선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집권 자유당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9년의 집권 기간 동안 물가, 주택 가격 폭등이라는 악재로 올초 중도 사임한 터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캐나다 국민들의 반미 감정에 불을 질렀다. 자유당은 '반(反) 트럼프'를 핵심 구호로 내세우며 미국의 관세전쟁에 적극적으로 대항했고 결국 총선 승리를 따냈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와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 자유당이 28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의석 343개 중 167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해 집권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른다. 주요 외신은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니는 인기 없는 전(前) 정부를 이어 받은 총리 중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극히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며 "자유당이 네 번 연속 집권당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올 1월까지 자유당은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에 27% 포인트 차로 뒤졌다.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의 차기 총리직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배경이다. 대반전 시나리오가 펼쳐진 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부터다. 그가 자행한 관세전쟁은 진심이었다. 자동차, 알루미늄, 강철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북미 제품으로 인정되지 않는 캐나다 수출품에도 동일 관세를 적용했다. 캐나다 경제 핵심 분야를 타격하는 조치였다. 캐나다 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솟구친 건 수순이었다. 캐나다 국민들은 미국 여행을 선택지에서 지웠고 미국산 맥주, 와인, 위스키는 주류 판매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미국과 대립은 자유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카니의 이력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짧은 정치 경력이지만 정통 경제학자 출신으로 미국과 무역전쟁에 대응할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며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일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되어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무료로 증강하라"고 했다. 자유당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는 표현이 무리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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