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권의 '자기편 심기' 수단으로 변질된 헌법재판관 임명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국회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퇴임하지 않고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등은 헌법 정신과 삼권분립(三權分立)에 어긋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극한 대결을 펼치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최후 보루(堡壘)'가 아니라 '정치 진영의 교두보'로 전락(轉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헌재 9인 체제 구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즉각 임명하라"고 공격했다.

국회가 법률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임명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위헌적이다. 다만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7일 이후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개정안을 만들겠다면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 '가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정해 정치적으로 편향(偏向)된 후보가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도록 제도를 먼저 정비하는 것이 옳다. 지금처럼 국회가 특정 정치 성향이 뚜렷한 헌법재판관을 선출해 놓고,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입법 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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