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페인 '블랙아웃'에 일상 마비, 한순간 '올스톱'

정전 덕에 강제 디지털 디톡스, 아날로그 여유 찾기도
일상의 소중함 일깨워, 전기 들어오자 한마음 '환호'

정전 사태로 암흑으로 변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 연합뉴스
정전 사태로 암흑으로 변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 연합뉴스

"블랙아웃(정전)이 가져다 준 전기의 소중함!"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전기와 인터넷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28일(현지시간) 정오 12시 33분 갑자기 전기 공급이 차단된 스페인에서는 깜깜해진 늦은 오후가 돼서야 전력망이 일부 복구되기 시작했다.

정전은 모든 일상을 멈추게 했다. 지하철과 기차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승객들은 차 안에 갇혀 수 시간을 보내거나, 열차에서 뛰어내려 선로를 건너 인근 마을을 찾아가야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출신 관광객 아나 코르데로는 바르셀로나로 향하던 기차에서 3시간 동안 갇혀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전자식이라 너무 황당했다. 손을 씻기 위해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먹통인 상황에 정보에 목이 마른 사람들은 아날로그 라디오를 켰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동영상 속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라디오를 켠 이의 주변에 십수 명이 모여 귀 기울이는 모습도 연출됐다.

도로에 나간 운전자들은 신호등이 고장 나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했고, 낯선 곳에 여행 온 이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 없이 길을 찾아야 하는 모험에 나서야 했다. 택시를 타려는 이들은 현금이 없어 거부당하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마저 고장 나면서 추후 지불을 약속해야 했다.

정전 사태를 계기로 일부는 뜻밖의 디지털 디톡스(해독)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햇빛이 쏟아지는 광장에 모여 누군가의 즉흥 연주를 다 함께 즐기거나 그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둠이 깔린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할 때,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기뻐했다.

한편, 스페인 전력망 관리업체인 레드엘렉트리카(REE)는 스페인 남서부에서 태양광 발전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 건의 전력 생산 중단 사고를 확인했고, 이로 인해 전력 시스템이 불안정해져 프랑스와 전력 연결망이 끊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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