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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팩션] ②흥부전…현대판 흥부는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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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이해한 자

※우리 명작 고전소설을 뒤틀어 지금 현실을 바라보는 팩션(사실을 뜻하는 '팩트'와 허구를 의미하는 '픽션'의 합성어)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고전 팩션 시리즈] ②흥부전-구조를 이해한 자 표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고전 팩션 시리즈] ②흥부전-구조를 이해한 자 표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원작 설명

가난하지만 착한 흥부는 다친 제비를 정성껏 돌봐주고, 그 보답으로 얻은 박씨를 심어 큰 부를 얻는다. 이를 목격한 형 놀부는 욕심을 부려 같은 방식으로 재물을 얻으려 하지만, 되려 화를 입는다. 결국 놀부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형제는 화해한다. 선행과 나눔을 조명하며 욕심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권선징악 이야기다. 신라시대 '방이설화'를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강의실 분위기는 오전 수업 특유의 무기력함으로 채워져 있었다. 직전 강의의 묘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다. 교수는 흥부전을 다룬다고 했다. 역시나 익숙한 이야기였고, 대부분 학생이 내용을 잘 아는 작품이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유명 전래동화.

"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나?"

한 학생이 대답했다.

"권선징악 이야기입니다."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중요한 걸 놓치지."

흥부네 가족(왼쪽)과 놀부네 가족. AI로 생성한 이미지
흥부네 가족(왼쪽)과 놀부네 가족. AI로 생성한 이미지

교수는 칠판에 두 단어를 적었다.

제비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제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존재다. 즉, 고정된 공간에 속하지 않는다. 교수는 제비가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로 작품을 다시 읽어보자고 했다.

"그럼 흥부는 뭘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윤재가 말했다.

"그 흐름과 연결된 인물입니다."

흥부는 제비를 돌보고, 그 관계를 유지하며, 대신 씨앗을 받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선행의 보상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자원을 얻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반면 놀부는 이 구조와 단절된 상태다.

흥부와 제비의 네트워크. AI로 생성한 이미지
흥부와 제비의 네트워크. AI로 생성한 이미지

교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은 축적이다. 시간이 쌓인 결과."

박은 씨앗에서 자라난다. 이 과정엔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와 기다림, 그리고 성장이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흥부는 이 과정을 거친다. 반면 놀부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얻으려 한다. 이 차이가 상반된 결과를 만든다.

"흥부가 얻은 재물은 '기적'이 아니라 구조(救助: 제비를 구조하다, 構造: 정보를 매개로 하는 네트워크 구조)의 결과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축적과 그 축적이 만들어낸 확장이지."

"그럼 박에서 사람이 나온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윤재가 조용히 물었다.

교수는 칠판에 두 단어를 적은 후 화살표로 연결지었다.

자원 → 사람

"자원이 축적되면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생긴다. 박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건, 축적된 자원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야."

이건 흥부가 이후 부를 증식하는 상황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그는 재물을 독점하지 않는다. 나눈다. 기존 해석에서는 착함, 미덕 따위로 설명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자원의 분배, 네트워크의 확장을 뜻한다. 이건 재투자의 한 형태다.

흥부와 놀부의 네트워크 및 자원·조직·부 운용 비교. AI로 생성한 이미지
"자원이 축적되면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생긴다. 박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건, 축적된 자원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야.". AI로 생성한 이미지

▶"그럼 놀부는 왜 실패했을까?"

교수의 질문에 윤재가 되물었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놀부는 제비를 일부러 다치게 하고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가 만든 건 관계가 아니라 단절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동일한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했다. 박이 터지고 괴물이 나오는 장면은 단순한 벌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구조를 건드렸을 때 발생하는 실패를 상징한다.

여기서 흥부전은 경제 구조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정보의 흐름, 자원의 축적, 네트워크의 확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구조다. 작품에서 반복해 강조하는 '나눔'은 개인의 선행을 가리키는 윤리라기보단 기업이나 국가의 경제 시스템 유지 방식에 가깝다. 교수는 "로봇이 인간에게 보편적 고소득을 줄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예언, 이번 정부 들어 화두가 된 '기본소득' 등의 개념을 곁들여 설명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교수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흥부전은 착한 사람이 잘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닐거야. 구조를 이해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에 가까워."

영화
흥부와 놀부의 네트워크 및 자원·조직·부 운용 비교. AI로 생성한 이미지

▶수업 직후 교수는 연구실에서 책을 다시 펼쳐 놀부의 박이 열리는 장면을 그린 삽화를 유심히 쳐다봤다. 실은 쏟아지는 괴물들 사이에 사람 서너명이 섞여 있었다. 그들이 괴물들에게 뭔가 지시하는듯한 손 동작도 그제야 발견했다. 앞서 흥부의 박에서 나온 사람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흥부 쪽 사람들이 왜 놀부를 혼내주러 가는 무리에 섞여서…."

하지만 이내 다시 봤을때 그들은 그림에서 사라져 있었다. 환시였을까. 교수는 문득 형제의 화해, 즉 '평화'가 이야기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달성됐을지 이래저래 상상해보다가, 연구실을 나섰다.

※'③장화홍련전-기록되지 않은 사건'에서 계속.

책
"흥부 쪽 사람들이 왜 놀부를 혼내주러 가는 무리에 섞여서….". AI로 생성한 이미지
영화
영화 '소셜 네트워크' 포스터. 네이버 영화
일론 머스크의 네트워크 경제. AI로 생성한 이미지
책 '21세기 자본' 표지
영화 '기생충' 스틸컷. 네이버 영화

▶함께 보면 좋을 작품=소셜 네트워크/21세기 자본/기생충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 데이비드 핀처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루 가필드 출연)=인간 관계망 자체가 거대한 자산과 권력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흥부전의 '제비 네트워크' 구조와 맞닿는다.

◇책 '21세기 자본'(2014, 토마 피케티)=자본의 축적과 불평등 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부의 집중과 분배 문제를 통해 흥부전의 경제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다시 상상하게 한다.

◇영화 '기생충'(2019, 봉준호 감독, 송강호·이선균·조여정 출연)=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집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계층과 자원의 흐름이 흥부와 놀부의 대비를 떠올리게 한다.

일론 머스크의 네트워크 경제. AI로 생성한 이미지

▶연결고리 시사 이슈=일론 머스크의 네트워크 경제

흥부전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시사 이슈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립자 일론 머스크가 펼치는 네트워크 경제다. 머스크의 사업은 하나의 상품만 팔고 마는 차원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망, 위성통신, SNS, 결제, 인공지능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생태계로 묶으려 한다. 핵심은 개별 사업의 성공을 넘어 사업과 사업 사이에 흐르는 자원, 데이터, 이용자, 인프라의 순환이다.

흥부전도 단순한 선행 보상담으로만 읽기 어렵다. 흥부는 제비를 돌보고 그 관계를 유지해 대가로 박씨를 얻는다. 박씨는 다시 땅에 심기고, 박이 열려 그 안에서 재물과 사람이 나온다. 선행은 씨앗이 되고, 씨앗은 자원이 되고, 자원은 새로운 관계와 조직을 만든다.

따라서 흥부는 '착해서 복 받은 사람'이기 전에 구조를 이해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제비라는 작은 관계를 끊지 않았고, 받은 씨앗을 소비하지 않고 심었다. 박에서 사람이 나오는 장면은 축적된 자원이 다시 사람을 불러들여 네트워크를 만드는 상징으로 읽을 수 있다.

머스크의 방식이 닮았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팔지만 동시에 배터리와 충전망, 에너지 저장과 인공지능을 연결한다.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는 우주와 통신망을, X와 X머니는 소셜 네트워크와 결제망을, xAI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엮으려 한다. 한쪽에서 열린 자원이 다른 쪽의 씨앗이 되는 구조다.

다만, 흥부전의 제비·박씨·박 소재는 가난한 집에 자원이 풀리는 분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머스크의 네트워크는 분배만큼 통합과 집중의 성격도 크다. 특정 기업과 인물에게 과도한 영향력이 집중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흥부전은 오늘날 네트워크 경제를 바라보는 긍정과 부정의 질문 모두 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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