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들어오는 백만 원
한국 사람들에게 캐나다를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붉은 단풍잎일 것이다. 그 다음이 바로 이 제도일지 모른다. Child Benefit, 자녀 양육 보조금.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 18세가 될 때까지 국가가 매달 통장에 입금한다. 일회 신청을 해 두면 매년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국세청이 알아서 계산해 보내온다.
14년 전, 캐나다에 도착한 다음달부터 받기 시작했다. 아이 한 명당 30만 원 남짓이었다. 지금은 80만 원이 넘는다. 물가가 오른 만큼 함께 올랐다. 당시 우리 집 아이는 셋이었다. 매달 100만 원 정도가 들어왔다. 대략 부부 합산 소득이 연 2억 원을 넘으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1억 원을 넘으면 절반 이상을 받는다. 1억 원을 넘기가 쉽지는 않으니, 결국 대다수 가정이 이 돈을 적지 않게 받는 셈이다.
◇그 생각이 먼저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부모가 가난하더라도, 모든 아이는 먹고, 자고, 입는 것과 관련해 최소한의 환경을 사회로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아이의 권리가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영향을 받는 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 원칙은 세 가지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첫째, 재원이다. 아동은 국가의 공공재이자 미래의 자산이라는 생각 아래, 양육 비용도 세금을 통해 사회가 함께 나눈다. 둘째, 설계다. 처음부터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받도록 역진적으로 짰다. 셋째, 전달 방식이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정부보다 부모가 더 잘 안다는 신뢰 아래, 이 돈은 용도를 정해주는 바우처가 아니라 조건 없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이 제도는 시혜가 아니다. 당신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키우고 있으니, 사회가 그 비용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약속이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부모가 대등하게 맺는 약속이다.
◇그 예산은 누구의 것인가
2010년 전후, 학교 무상급식을 두고 정치권이 예산 낭비라며 한바탕 난리가 있었다. 지금은 전국 거의 모든 학교가 무상급식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 정부 예산이 늘 최선의 곳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결국 무엇이 우선인가는 예산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철학적 기준이 정한다 .그 기준만 분명하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또 다른 모습이 당연해져 있다.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에 조건이 붙는다. 몇 째 아이인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고, 그 동네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갈린다.
그런데 그 조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기준이 아이가 아니다. 출생순위와 거주기간 — 이 숫자들은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 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편차가 아니다. 지자체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나라에는 아직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의가 없다는 증거다.
캐나다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연방 기본금은 어느 주에 살든 같은 기준으로 계산되고, 그 위에 주마다 자체 예산으로 추가지원금을 얹는다. 그러나 그 차이는 '얼마나 더 받느냐'일 뿐 '받을 자격이 있느냐'의 차이는 아니다. 연방이 정한 바닥 밑으로는 어느 주의 아이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이나 이 사회의 부속물로 여기는 것.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 사는 동네에 따라 보호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 이 셋은 결국 같은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인간의 생애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기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보호받아야 하는 이들도 존엄한 존재이다. 게다가 이들이 국가 미래의 근간일진대 어떻게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는, 지자체의 재량이 얹히기 전에 국가가 먼저 깔아두는 바닥이 있어야 한다. 그 바닥이 곧 국가철학이다.
정치인이나 국가에 묻기 전에, 우리 시민들끼리 먼저 나누고 싶은 질문이다. 아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보호를 늘리려는 노력, 내 아이는 그래도 좀 낫겠지 하는 상대적 우월감, 혹은 어쩔 수 없다는 각자도생. 이 중 나는 어느 쪽인가.
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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