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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병과 함께 사는 10년… 80~90대는 돌봄으로, 3040은 쇳덩이로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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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재활타운과 헬스장에서 본 '건강수명'의 현장… 100세 하재호 씨가 말하는 '장수 비결'

지난 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연호동 내부모요양재활타운센터 프로그램실. 어르신들이 강사의 율동에 맞춰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선 놀이가 곧 치료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 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연호동 내부모요양재활타운센터 프로그램실. 어르신들이 강사의 율동에 맞춰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선 놀이가 곧 치료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놀이가 치료가 되는 곳… 요양재활타운

지난 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연호동의 한 요양재활타운센터. 프로그램실 문을 열자 노랫소리가 먼저 새어 나왔다. 강사의 율동에 맞춰 어르신들이 손뼉을 쳤고,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도 어깨를 들썩였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80~90대 어르신 100여 명이 생활하는 이곳에서 놀이는 여흥이 아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우울감을 낮추는 치료다.

문제는 오래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대수명은 83.7세까지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72~74세에 머문다. 평균 10년 이상을 병과 함께 산다.

인지 치료실에서 어르신들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두더지를 잡는 게임을 하고 있다. 두뇌를 깨우는 치매 예방 훈련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인지 치료실에서 어르신들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두더지를 잡는 게임을 하고 있다. 두뇌를 깨우는 치매 예방 훈련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이 센터의 무기는 시설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재활실에서는 편마비 어르신들이 로봇 장갑을 끼고 굳은 팔을 펴는 상지(上肢) 재활에 몰두했다. 인지치료실에서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오목을 두고 두더지 게임을 하며 두뇌를 깨웠다.

옥상 치유공원에서는 계절 식물을 가꾸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다. 가을엔 텃밭 배추로 물김치를 담그고 추석엔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다. 일상의 리듬을 되살리는 것 자체가 재활이다.

정해명 내부모요양재활타운 원장은 "집에서 식사도 못 하고 걷지도 못해 가족이 마음의 준비까지 했던 78세 어르신이 입소 후 재활을 꾸준히 받아 기력을 회복해 8년을 더 사신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와 돌봄이 손을 맞잡을 때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극은 좁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7시쯤 대구 스페셜바디피트니스에서 시민들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 상당수는 3040세대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지난 20일 오후 7시쯤 대구 스페셜바디피트니스에서 시민들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 상당수는 3040세대로, 체중 감량이 아니라 '늙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저녁마다 쇳덩이를 든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살 빼러 온 게 아니다"… 헬스장 3040

지난 20일 오후 7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헬스클럽. 문을 열자 경쾌한 음악과 거친 숨소리가 쏟아졌다. 데드리프트와 스쿼트 랙마다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상당수가 3040세대다. 살을 빼러 온 게 아니다. 늙는 속도를 늦추러 왔다.

안동병원 안과 전문의 강선희(42)씨는 대구와 안동을 오가는 왕복 3시간 운전에 허리와 어깨 통증이 시작됐다. 그는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이 힘들겠다 싶어 곧장 헬스장에 등록했다"고 했다.

안과 전문의 강선희(42) 씨가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며 원 암 덤벨로우(등운동)를 하고 있다. 운동 1년 차인 그는 진료를 마치면 곧장 헬스장으로 향해 주 3회 트레이닝을 받고, 휴일에도 하루 두 시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안과 전문의 강선희(42) 씨가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며 원 암 덤벨로우(등운동)를 하고 있다. 운동 1년 차인 그는 진료를 마치면 곧장 헬스장으로 향해 주 3회 트레이닝을 받고, 휴일에도 하루 두 시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헬스 경력 6년 차인 법무법인 효현 김민정(32) 변호사는 서른 살부터 주 5일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습관으로 들였다. 그는 "힘든 날엔 30분이라도 움직이자는 마음"이라며 "건강은 일상 속 꾸준함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이 배경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0세 미만 2형 당뇨 환자는 13년 새 2.2배로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로 5대 암 진료를 받은 20대 환자는 2014~2018년 5년간 44.5% 늘었다.

헬스 경력 6년 차 김민정(32) 변호사가
헬스 경력 6년 차 김민정(32) 변호사가 '페이스 풀'(Face Pull) 운동을 하고 있다. 서른 살부터 주 5일 유산소·근력운동을 습관으로 들인 그는 "노화는 피할 수 없는 만큼 천천히, 건강하게 늙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변호사 제공

박준익 스페셜바디 대표트레이너(38)는 "예전에는 몸을 보여주기 위해 단기 다이어트로 찾았다면, 지금은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평생 운동 습관을 만들려는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마지막 세트를 끝낸 강씨가 바벨을 내려놓았다. "100세까지 살지는 모르겠다. 다만 오래 살 거라면, 아프지 않게 살고 싶다." 이들이 저녁마다 쇳덩이를 드는 이유는 하나였다. 오래가 아니라, 젊게.

올해 100세를 맞은 하재호 어르신이 붓을 잡고 있다.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올해 100세를 맞은 하재호 어르신이 붓을 잡고 있다.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공부하고 자기를 계발하면 사람은 젊어진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박스] 100세 하재호 씨 "장수는 신에 대한 도전… 순리대로 산다"

지난 23일 오전 11시 수성구 황금동 대구노인종합복지관. 로비와 강좌실마다 고령의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다가가 장수 비결을 물었다.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소식(小食)하고, 이웃과 웃는 거지" 답은 화려하지 않았다.

2층 서예 교실에서 붓을 잡은 하재호(100·수성구 황금동)씨는 1927년생이다. 공무원으로 20년, 건축사로 20년을 일했다. 친동생도 95세다.

그는 "100세 이상을 더 산다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라며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순리대로 살고 있다"고 했다. 끼니는 거르지 않는다. "삼시 세끼를 꼭 챙겨 먹는다. 라면을 먹을 때도 있다"고 했다.

올해 100세를 맞은 하재호 어르신이 책을 읽고 있다. 장수 비결을 묻자
올해 100세를 맞은 하재호 어르신이 책을 읽고 있다. 장수 비결을 묻자 "욕심 안 부리고, 책을 손에서 안 놓는 것"이라고 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비결을 묻자 답은 뜻밖에 단순했다. "욕심 안 부리고, 책을 손에서 안 놓아요. 시간을 허투루 안 쓰지" 그는 "공부하고 자기를 계발하면 사람은 젊어진다"고 했다. 규칙적인 움직임, 거르지 않는 식사, 관계 속의 삶. 수명을 늘린 것은 첨단 약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그러나 달성공원에서 만난 김기수(87·서구 비산동)씨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오래 살면 뭐 하나. 친구들이 다 먼저 갔는데" 장수(長壽)가 곧 행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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