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자교육 강화가 대안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한자교육이 어휘력과 독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문해력특별위원회를 꾸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페이지 옆이나 하단에 각주 형식으로 수학·과학 등의 용어를 한자로 병기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의 한자를 교과서 부록에 묶어 소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앞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문제가 논의됐지만,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미 학생들의 문해력 증진을 위해 선제적으로 한자교육에 나선 곳도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한자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인공지능(AI) 기반 교과 어휘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학교인 청원초·오창중과 교과연구회,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생활 어휘와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자료도 개발·보급하고 있다.
한자교육 강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한자교육을 통한 어휘력과 사고력 향상이 문해력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대구 수성구에서 한자교습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구성돼 있다"며 "교과목도 국어와 사회뿐 아니라 수학·과학에도 한자로 된 용어가 많아 한자를 알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정하정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요인이 한자교육의 부재에 있다고만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문해력 문제의 대안으로 독서와 국어교육을 강화했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므로, 다른 방향의 교육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자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한자를 쓰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고 파생·확장을 통해 언어를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며 "AI 시대에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해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자와 문해력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심심(甚深)한 사과', '금일(今日)' 등 권위주의적 조직에서나 사용하는 철 지난 한자어를 요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모른다고 트집 잡으며 내놓는 처방"이라며 "교과서에 한자가 표기되는 순간 한자 급수시험과 조기 한자교육 등 사교육이 늘어나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학습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정 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자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한자를 다시 가르치려면 학습량이 상당하고, 정작 해당 과목의 진도를 나갈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한자를 알지 못하더라도 낯선 어휘가 나오면 교사가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 현재 문해력 문제의 본질"이라며 "문해력 교육은 긴 글 읽기, 글의 중심 내용 파악하기, 글의 논리 비판하기 등 언어의 유창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교위는 이달 말까지 지금까지의 특별위원회 논의와 자문 내용 등을 담은 활동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거나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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