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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척 내몰린 어민들] 벼랑 끝에 선 경북 동해안 "고기 안 잡히고, 기름값은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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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안어선 58척 감척 절차…2021년 12척에서 5배 가까이 증가

26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경북 포항시 동빈항에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서민재 기자
26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경북 포항시 동빈항에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서민재 기자

지난 26일 오전 11시쯤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항. 항구 위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부두를 따라 어선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었지만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날 동해안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탓이다. 항구 한편에서는 한 선주가 굵은 밧줄을 꼬아 엮으며 어구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는 "풍랑주의보로 출항을 못 나간 지 사흘째"라며 "할 일도 없어서 어구를 손질 중"이라고 했다.

이 어민이 올해 실제 조업에 나선 날은 약 70일에 불과하다. 조업을 하지 못하는 날에도 선원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한다. 며칠 뒤 지급해야 할 선원 월급부터가 걱정이라는 그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날씨가 받쳐줘야 월급이라도 줄 텐데"라며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경북 동해안 연안어선 감척 급증

장기간 이어진 어획 부진에 어민 고령화와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경북 동해안에서 배를 접는 어민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조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어민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어선을 처분하는 감척사업에 잇따라 참여하면서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감척 절차를 밟고 있는 연안어선은 모두 58척이다. 지난해 40척보다 18척 늘어 45%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포항이 20척으로 가장 많고 울릉 15척, 영덕 11척, 울진 10척, 경주 2척이다. 현재 대부분 시·군에서는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선박 가격 등을 산정하기 위한 감정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의 연안어선 감척은 2021년 12척, 2022년 9척에 그쳤지만 2023년 39척으로 크게 늘었다. 2024년에도 39척, 지난해에는 40척이 감척됐다. 올해는 58척까지 늘어나면서 증가 폭이 다시 커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해 10척 안팎에 머물던 감척 규모가 최근에는 40~60척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감척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2023, 2024년에는 포항에서 각각 20척과 21척이 감척돼 경북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울릉 13척, 영덕 10척, 포항 9척 등으로 감척 수요가 북부 동해안으로 확산됐다. 올해는 포항뿐 아니라 울릉과 영덕, 울진에서도 두 자릿수 안팎의 감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먼바다에서 조업하는 근해어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북에서는 2021~2023년 근해어선 감척이 매년 2척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32척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20척이 감척됐다. 올해는 총 37척이 감척을 신청했다.

◆오징어 어획량 급감에 어업 기반 흔들

감척은 정부와 지자체가 어선을 줄이고 폐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수산자원에 비해 어선이 지나치게 많거나 어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 어선 수를 조정해 남은 어선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하지만 최근 감척 확대는 단순한 어선 수 조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장기간 이어진 어획 부진이 꼽힌다. 경북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경북 지역 어선감척사업 실태조사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북지역 오징어 생산량은 2008년 약 9만1천700톤(t)에서 2024년 약 2천900t으로 줄었다. 16년 사이 96% 이상 감소한 것이다.

오징어뿐 아니라 전체 어업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경북의 어업 생산량은 2008년 17만7천586t에서 2020년 9만2천411t으로 47.9% 감소했다. 2024년에는 10만8천498t으로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2008년의 61.1% 수준에 머물렀다.

어업 기반 자체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경북 어가 수는 1994년 2만4천431가구에서 2024년 3천674가구로 85% 감소했다. 2024년 기준 경북 어업인의 약 46%는 70세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어획량 감소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어업을 이어갈 인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기름값·인건비 부담에 감척이 어민들의 '퇴로'로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에 더해 기름값과 인건비 부담도 조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4년부터 선장으로 살아온 이정훈(58) 씨는 한 차례 조업에 나설 때 드는 기름값만 1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출항할 때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 씨는 "외국인 선원 한 명에게 월급 240만원을 지급하고 식비와 보험료, 숙소비까지 합하면 매달 약 300만원이 들어간다"며 "출항하지 못하는 날에도 선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월급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감척사업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본래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 구조개선 정책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경영난을 겪는 어민들이 어업에서 물러나는 사실상의 '퇴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현주 전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지역별 어업 현실을 모두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기는 어려운 만큼 경북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감척 수요를 조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업종과 지역별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감척 이후 어업인들의 생계 전환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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