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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매일 시니어문학상 대상작] '그날' - 김영애
밝은 귀가 얕은 잠을 깨운다. 현관문을 열었다. 앞집 열린 현관에 형광조끼를 입은 구급대원 두 명이 들것을 들고 서 있다. 아이를 안고 겁에 질린 엄마의 얼굴은 눈물범벅이다. 어제 늦은 저녁부터 미열이 있는 ...
2023-07-07 06:30:00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대상작] 부운(浮運) <5·끝> - 김병우
아버지는 당신이 치렀던 전쟁에 대해 내게 한 번도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다. 침묵을 깬 것은 아버지의 몸이 보인 반응이었다. 무슨 악몽에 시달렸는지 한밤중에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두 손을 천정으로 쳐들었...
2022-08-01 10:27:58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대상작] 부운(浮運)<4> - 김병우
아버지에게 내 고시 공부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당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인 내가 이루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을까. 나는 아버지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며칠 뒤, ...
2022-07-25 10:25:24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대상작] 부운(浮運)<3> - 김병우
일찍부터 가장 행세를 했던 나는 학비도 스스로 벌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신문 배달, 가정교사였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남매를 가르쳤다. 그들 아버지가 원양 어선을 타서 비교적 ...
2022-07-18 10:33:14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대상작] 부운(浮運)<2> - 김병우
아버지는 당신의 전쟁에 관한 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장남인 나한테까지 비밀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전쟁의 상흔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마음에만 두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를 이해할 것 ...
2022-07-11 11:10:13
[2022 매일시니어문학상] "기준치 웃도는 수작들 많아…시니어문학상 존재 의의 보여줘"
◆ 총평 매일신문은 제8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대상작으로 김병우 씨의 '부운(浮運)'(논픽션)를 선정했다. 논픽션, 시, 수필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 심사에서 대상작 '부운'을 비롯해 부문별로 당선작 5편씩 선정...
2022-07-07 06:30:00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호박 보름달' - 김영애
21층 베란다에 늙수그레한 손님이 오셨어요 옮겨 앉으시면 속상하신다기에 별빛 잘 드는 곳에 모셔두고 늦가을 여문햇살 초겨울 시린 하늘 흠뻑 드시고 달달한 후생을 주십사 간청 드렸지요 가끔씩 똑똑똑 공손하...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투명한 외출' - 최종만
금호강변 지하철역 화장실 벽에 소변기 열 대가 줄지어 서 있다 햇빛이 없는 곳에서 머리에 전자센서를 붙이고 눈이 감긴 미이라들, 내가 소변을 보자 일제히 곁눈질한다 얼른 두 손으로 물줄기를 가리고 마시는 ...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아우라지' - 이봄희
잔잔한 물도 갈 길이 멀면 서로 부둥켜안고 실랑이를 벌이는가 우리가 한데 어울려 강가를 걸었거나 달맞이꽃 노란 이슬 속에 파묻혀 밤의 연서를 뒤적거렸던 것도 오래 전 일이다 누군가와 어우러진다는 것은 이...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산국' - 심금섭
폐망한 어느 왕조의 쫓겨난 가을 자락 결 세운 된서리에도 노란 쉼표 느루 찍으며 찬바람 목 잠긴 울음, 휘인 등에 걸친다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수필 부문 '옛집' - 이광순
추석을 사흘 앞두고 시아버지의 제사가 있었다.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시댁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다. 시차를 두고 모이는 식구들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밀린 집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윗동서가 지난...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수필 부문 '두꺼운 북소리' - 박남주
"덩, 궁딱. 따드락 딱, 구궁 딱!" 종이박스의 작은 면을 대점으로, 넓은 면을 궁편과 채편으로 삼아 두드리는 고향 친구 유당의 장단은 둔탁했지만 듣고 있는 동안 가슴 한 편이 저려왔다. 장단을 맞춰 추임새를 ...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수필 부문 '단풍깻잎' - 유점남
시장 한 귀퉁이에서 '노지 깻잎'이라고 쓴 쪽지가 담긴 바구니를 발견했다. 뜻밖에 어머니의 흔적을 만난 것 같아 덥석 집어 들었다. 가을 일을 끝낸 어머니의 손바닥처럼 거칠거칠한 감촉에서 진한 깻잎 향이 났...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수필 부문 '나는 반려동물이다' - 이형국
나는 이리저리 궁상맞게 변명거리만 주절댔다. 아내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걸 오랜만에 보았다. 분노가 정점을 넘었다는 걸 알아챘다. 공포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변명으로 풀릴 일이 아니기에, 멀뚱멀뚱하니 주인...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수필 부문 '겨울 감나무' -조다남
친정집 사랑채 앞에 아름드리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무는 품이 넓어 우리 가족에게 오뉴월 뙤약볕을 피하게 해주는 든든한 가림막이 되었다. 가을볕에 감이 익어 갈 때면 형제들은 빨리 홍시를 달라고 조르...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논픽션 부문 '어둠으로 새벽을 열듯' - 김봉순
1. 창문에 코를 부비며 사슴들이 혓바닥으로 핥고 지나가도 약에 취한 사람처럼 일어나지 못한다. 모차르트를 포기하고 베토벤을 베고 누워 협주곡 로망스에 빠져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론도 저 멀리, 플루트,...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논픽션 부문 '아유보완' -강환섭
한국에서 아내가 왔다. 이 머나먼 열대의 나라, 스리랑카의 트링코말리까지. "아직 당신이 집에 있는 거 같아. 당신이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거 같아요. 어떨 때는 목소리까지 들리는 거 같다니까요." 아내가...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논픽션 부문 '나는야 영원한 문학청년' - 한겸택
분신의 유혹을 뿌리치다 1995년 5월, 혹시나 했던 해고무효소송 항소심이 역시나로 끝난 날이었다. 법원 청사를 나온 나는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거대한 석조건물을 향해 원 없이 감자를 먹였다. 그리고는 ...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논픽션 부문 '나는 김치전도사였다' - 최기순
내가 탄 비행기가 마침내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맑은 날씨였는데, 이곳은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너무나 떨려서 어디가 어딘지 몰라 입국장에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짐 ...
[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대상작] 부운(浮運)<1> - 김병우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이 제출한 국립묘지 안장 신청 건입니다. 서면으로 보내기 전에 먼저 전화부터 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영천 호국원 직원이었다. "고인에 대하여 국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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