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진 논설위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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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두진의 전당열전(戰黨列傳)] 이재명 대표의 운명, 어디로 흐를까

    [조두진의 전당열전(戰黨列傳)] 이재명 대표의 운명, 어디로 흐를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언행과 운명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 받았다. 2심과 대법원에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박탈돼 제21대 대선(大選)에 출마할 수 없다. 이달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선고 공판은 검찰이 징역 3년 구형한 재판이다. 지난 해 9월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금고형(禁錮刑) 이상(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과 무관하게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다음날인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은 대단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황건적의 난 중국 후한(後漢·기원후 25년~220년) 말, 황건적의 난(黃巾賊의 亂)이 발생해 전한(前漢: 기원전 202년~기원 8년)과 후한 포함 4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나라의 명줄을 끊었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의 삼국시대(위·촉·오)가 개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장각(張角)은 태평도의 교주로 황건적의 난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태평요술'이라는 주술 책을 익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면서 세력을 모았다. 장각의 제자들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술로 환자들을 치료했고, 백성들은 태평도만 믿으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날이 갈수록 태평도를 믿는 사람들이 불어났다. 장각은 자신을 따르는 수만 명의 무리를 군사조직으로 편성했다. 이들이 항상 누런 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황색기를 군기(軍旗)로 사용했기에 '황건적(黃巾賊)'으로 불리었다. 아픈 사람, 굶주린 사람을 돕던 장각은 세력이 커지자 천하를 뒤엎을 야심을 드러냈다. 황건적의 난이 시작된 것이다. 황건적의 위세는 중국 중원을 휩쓸었다. 관청을 습격하고, 관리를 죽이고, 양곡을 약탈했다. 투항하는 자는 부하로 삼고, 대항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였다. 그 세력이 워낙 강하고, 행태가 악랄해서 지방 성주들은 불안에 떨었다. 후한 황실은 황건적 토벌에 나섰지만 황실의 군대로는 황건적을 막을 수 없었다. 황실은 전국의 지방 군웅들에게 '황건적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방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던 군웅들에게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동탁, 여포, 조조, 원소, 원술, 손견 등이 관군의 이름으로 출전했고, 유비, 관우, 장비 등은 의병을 일으켜 황건적 토벌에 나섰다. 명분은 황건적 토벌이었지만 여러 군웅들은 중원(中原)으로 나아가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장각은 굶주린 백성, 병든 백성들을 구하는 지도자로 민심을 얻었지만 '세상을 뒤엎고 주인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난을 일으키면서 약탈과 전쟁의 길로 걸어갔다. 황건적은 강하고 잔인했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관군과 의병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쇠약해지던 황건적은 장각의 갑작스러운 병사(病死)로 와해됐다. 황건적은 토벌됐지만, 후한은 회생이 불가능했다. 황건적도 망하고, 후한도 망한 셈이다. 장각과 황건적의 역할은 후한의 멸망을 앞 당기고 전국의 군웅들이 세력을 키우고 세상으로 나오도록 하는 마중물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측은 내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가장 방어하기 쉬운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1심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국회의원직 상실, 피선거권 5년 박탈)이 나오더라도 2심과 대법원에서 100만원 미만형(유죄는 인정하되, 국회의원직도 지키고, 피선거권도 유지하는 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4개 재판 중에서 가장 방어가 쉽다고 생각한 공직선거법 재판, 법원이 정치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첫 번째 재판에서 징역형이 나온 것이다. 치명적이다. 정치적 압박 부담이 큰 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고한 만큼, 위증 교사 사건 1심 재판부는 심리적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도 이 대표에겐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보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법조인들은 법원이 위증교사 사실을 인정할 경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15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공판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재판부는 '국토부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당시 성남시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앞으로 있을 '백현동 개발 사건' 재판에서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대표로서는 산 넘어 산이다. ◆장각의 그림자 이재명 대표에게는 황건적의 난을 이끌었던 장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장각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도와주며 세력을 키웠듯이 이 대표도 '인권 변호사' 활동을 한 바 있다. 장각은 '황건적의 난'으로 후한을 망하게 하고, 전국의 군웅들에게 중원으로 치고나올 길을 열어주었다. 이재명 대표는 친노(親盧:친노무현계)·친문(親文:친문재인계)이 아니면 주류가 될 수 없었던 민주당에서, 친노와 친문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력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정치적 역할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군웅들이 꿈틀거릴 것이다. 겉으로야 화난 표정으로 "너무 가혹하다" "이재명을 지키자"고 외치지만, 속으로는 "기회는 왔다"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2024-11-21 06:30:00

  • [야고부-조두진] 이재명을 팝니다

    [야고부-조두진] 이재명을 팝니다

    친명(親明·친이재명)계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명(非明)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습니다"라고 겁박(劫迫)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한 말이다. 최 의원은 "(비명계가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했다. 최 의원이 '움직이는 비명계'를 어떻게 구별해 낼지 궁금하다.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이재명 대표 궐위(闕位)를 기대하는 움직임으로 보는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법원이 이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한 직후, 민주당과 범야권에서 이를 규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믿을 수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심, 3심을 통해 이 대표가 죄 없음을 증명해 내겠다"고 말했다. 필자에게는 그의 발언이 '이재명 구하기'가 아니라 '자기 광고'로 들린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은 누가 봐도 가혹(苛酷)해 보인다"며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계 전현희 의원(전략공천)에 밀려 '컷오프'됐던 임종석 전 실장이 이재명 대표를 걱정할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일부 허위 사실로)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이자 22대 국회 1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야권에서 이재명 대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누가 봐도 조국 대표 아닌가? 정청래, 임종석, 조국의 발언이야말로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는 발언이라고 본다. '이재명 퇴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신을 향한 지지로 끌어오려는 전략인 것이다. 최민희 의원이 이 대표를 위한다면 저들을 저격해야 한다. 최민희 의원이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으로 사망'할 경우 본인은 차기 총선 출마를 고사(固辭)라도 할 것인가? 결국 어떤 이는 '이재명 대체재(代替財)'가 되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이는 '이재명 말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가려는 파리일 뿐이다. 입으로는 '이재명 구하기'를 외치지만 실은 모두 '이재명 팔이'를 하는 것이다.

    2024-11-20 20:01:24

  • (재)수성문화재단 고산도서관, '희망 나눔의 날'

    (재)수성문화재단 고산도서관, '희망 나눔의 날'

    (재)수성문화재단(이사장 김대권) 고산도서관(관장 장기섭)은 14일 도서관 밖 도서관 프로그램인 '미래를 꿈꾸는 텃밭놀이터'에서 관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생들이 직접 기른 무와 배추를 청곡종합복지관에 기부했다. 이 농작물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기부는 '희망 나눔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 내 텃밭체험장에서 진행되었으며 2022년을 시작으로 올해 세 번째 행사이다. 흙과 접촉이 적은 도심 속 어린이들에게 파종부터 수확까지 농업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큰 의미가 있다. 어린이들은 매주 체험에 참여해 농작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배우게 되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신선한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채소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자연이 주는 소중한 자원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과정은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며, 성장기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산도서관 '미래를 꿈꾸는 텃밭놀이터' 프로그램은 올해는 상·하반기 120회에 걸쳐 운영되었으며, 수성구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생 3천여 명이 참여했다. 씨앗 뿌리기, 모종 심기, 도감 만들기, 드론 체험, 수경 재배, 농업박물관 견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의 신비함과 직접 먹거리를 얻는 즐거움을 느끼고 서로 협동하고 나누는 공동체 의식을 배웠으며 미래농업 6차 산업을 체험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어린이들이 자연을 배우고, 농업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감과 나눔의 정신을 익히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1-14 16:47:15

  • 구한말 같은 한반도 운명, 윤 대통령 확고한 리더십 발휘할 때

    구한말 같은 한반도 운명, 윤 대통령 확고한 리더십 발휘할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 28일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무기를 제공하면 우리가 그 전쟁에 직접 끼어드는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가정보원 요원 우크라이나 파견'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시사하자 강력히 반대한 것이다. 이 대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2월 24일 "지구 반대편에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나라가 전쟁이 났는데 우리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3년 5월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 포탄 이송을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질 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인데,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말려들어가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국제 정세·국제관계가 대한민국 운명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모르는 무지(無知)에서 나온 것이다. ◆적이 이동하면, 내 위치는 저절로 바뀐다 전선에서 밤 사이 적군(敵軍)이 '유리한 위치'로 이동하면, 아군(我軍)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음에도 밤 사이 '불리한 위치'로 이동한 셈이 된다. 적이 더 강화된 무기로 무장할 경우 아군의 무기 성능에 전혀 변화가 없어도 저절로 낡은 무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적의 이동'에 대응해 '우리도 이동'하려는 것이다. 그걸 두고 '남의 나라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보복당할 수 있으니 가만히 있자'는 것은 앉아서 적에게 뒤통수를 내주자는 말이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핵잠수함 기술, 신형 전투기, 대공 미사일 체계 등을 지원 받을 것이다. 지금도 가공(可恐)할 파괴력을 보유한 북한의 군사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이 합동 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러시아와 북한이 한국 안보를 유린(蹂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 반대편 남의 전쟁이고, 우리와 아무 상관 없고, 우리가 신세 질 게 아무 것도 없는 나라의 일이란 말인가. ◆ 현실 외면· 내 중심 사고에 빠진 조선 조선말과 구한말(舊韓末·1897~1910년 8월 29일)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청나라, 러시아,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이 각축을 벌였다. 조선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오랜 세월 중국의 문화권에 속해 있었다. 양국 국력에 차이는 분명히 있었지만 강력한 서양에 비하면 비슷한 처지였다. 19세기 후반 양국 모두 세계 정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나라 문을 걸어 닫는 쇄국정책(鎖國政策)으로 '우리끼리' 살아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세계 열강은 조선과 일본을 그냥 두지 않았다. 조선과 일본 모두 외세에 의해 강제로 문호를 개방했다. 불평등한 조약(조선-강화도 조약, 일본-미일수호통상조약)을 시작으로 세계와 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했고, 일본은 식민지를 거느리는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그런 결과가 나온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세계의 변화, 국제관계에 대한 분석과 이해력 차이에서 오는 양국의 대응능력(외교력)의 차이가 컸다. ▶ 서양 과학 우수성 인정한 일본 동인도함대 사령관이자 일본 특사로 임명된 미국의 페리 제독은 1853년 7월 8일 함대를 이끌고 일본 도쿄만의 우라가에 도착했다. 함대는 4척으로, 73문의 대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미국 함대는 도쿄만 일대를 측량하고, 함포(艦砲)를 발사하며 일본 정부(도쿠가와 막부:徳川幕府)에 통상을 위한 수교를 압박했다. 일본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페리 함대가 육지를 향해 함포를 쏘아대자 일본군도 페리 함대를 향해 대포를 쏘아댔다. 페리 함대가 쏜 포탄은 육지를 초토화했지만, 일본군이 육지에서 쏜 포탄은 페리 함대까지 날아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바다에 떨어졌다. 그 순간 일본은 깨달았다. 서양 대포의 위력, 서양 과학의 무서움을! 7개월 뒤인 1854년 2월 페리의 함대가 다시 일본에 함대를 이끌고 왔을 때 일본 정부는 미일화친조약(美日和親條約)을 맺고 문호를 개방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스펀지처럼 서양의 과학·기술·정치·군사·문화·제도 등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일본을 일어섰다. ▶ 패하고도 패한 사실조차 몰랐던 조선 조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조선인들이 미국 상선을 불태운 사건을 빌미로 미국은 1871년 군함 5척과 1천200여 명이 병력으로 강화도를 공격했다.(신미양요辛未洋擾) 미군측은 공식 사과와 개항을 요구했고, 조선은 거부했다. 양측이 격돌했다. 이 충돌로 미군 전사 3명(부상 12명), 조선군 전사(53명~243명, 부상 24명), 익사 100여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각종 조선군 진지와 시설물 파괴, 약탈은 말할 것도 없다. 병력과 화력 모두 열세였던 조선군의 참패였다. 그럼에도 조선이 협상을 거부하자 미군은 수도(한양)을 공격하기에는 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엄청난 화력 차이를 확인했지만 조선은 개항하거나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미군이 물러갔으니 '이긴 전쟁'으로 간주한 것이다. 서양을 배우기는커녕 서양과 통상 수교를 거부하는 정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웠다. 세상 변화를 이해하지도, 부응하지도 못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남의 전쟁, 그러나 우리를 삼킨 전쟁 청나라와 일본은 1894년 우리나라 땅에서 전쟁을 했다. 우리의 바람이나 의지와 무관했다. 청일 양국은 아산 앞바다 풍도(豊島)에서 싸웠고, 평양에서 싸웠고, 압록강 어귀 해양도 앞바다에서 싸웠다. 우리 땅에서 자기네들끼리 싸웠고, 우리나라 사람을 부역(賦役)에 동원했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조선은 청나라 속국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주독립국'이 됐다. 조선이 쟁취한 자주독립이 아니라 일본이 청나라를 몰아낸 결과였다. 그리고 16년 뒤, 조선은 일본 식민지가 됐다. 조선이 원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그렇게 만들었다. 조선이 국제 정세를 민감하게 살피지 못하고, 그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기에 외세가 마음대로 조선의 위치와 지위를 규정한 것이다. 남들끼리 하는 전쟁이 우리와 무관한 게 아니라 우리를 규정해버린 역사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긴 비결 일본은 청일전쟁 승리로 조선에서 우월권을 확보했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러시아를 상대해야 했다. 당시 국력으로 보자면 일본은 러시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러일전쟁(1904년 2월 8일~ 1905년 9월)에서 이겼다. 국제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외교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 상대 약점 파악한 치밀한 전략 일본은 조선 지배권을 놓고 러시아와 협상 타결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러시아의 전력을 치밀하게 파악했다. 유럽에서 극동까지 동원되는 러시아군이 약 10만 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시베리아 철도는 미완성이었고, 단선이라 1개 대대를 뤼순(旅順)으로 보내는 데만 40여 일이나 걸렸다. 러시아 극동군의 전력은 고작 10만명 정도였지만 일본군은 약 25만명을 전선에 투입할 수 있었다. 일본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철도를 완성하기 전에 가능한 빨리,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러시아는 일본이 전쟁을 택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은 전쟁을 감행했다. 선전포고에 이틀 앞선 1904년 2월 8일 러시아 제국 극동 함대를 공격했고, 9일 제물포항에서 러시아 전함 두 척을 공격했다. 그리고 2월 10일 러시아 제국에 선전포고했다. 러시아는 전쟁이 시작되고 8일이 지나서야 전쟁을 선포했다. 러시아군은 전쟁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한반도 북부에서 곧바로 철수했다. ▶ 외교로 교두보 확보하고 시작 일본은 전쟁에 앞서 외교전도 펼쳤다. 영국과 영일 동맹(1902년)을 맺어 '일본이 러시아와 싸울 때 다른 나라가 러시아 편을 들면 영국이 일본편으로 참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러시아가 독일이나 프랑스의 도움을 얻기 어렵게 됐음을 의미한다. 영국과 미국은 러일 전쟁 당시 일본을 적극 지원했다. 1904년 4월과 1905년 5월 사이에 영국과 미국이 4차례에 걸쳐 일본에 제공한 총 4억 1천만 달러의 차관 중 약 40%가 일본의 전비(戰費)로 쓰였다. 영국은 표면상 '엄정중립'을 선언했지만 일본과 동맹국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러시아군의 병참을 끊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제3국의 석탄공급 및 원조제공 저지, 유럽과 아프리카에 러시아 함대의 기항 금지 등을 영국이 주도했다. 당시 러시아 주력 함대였던 발트함대는 유럽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동아시아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된 보급을 받지 못했다. 약 반년 동안 바다를 헤매며 쓰시마 해협으로 들어온 러시아 발트 함대는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이끄는 일본 연합 함대에 무참히 깨졌다. 중립을 지키겠다던 미국도 일본 편을 들었다. 루스벨트(Roosevelt, T.)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가 만일 삼국간섭 당시처럼 일본에 간섭할 경우, 즉각 일본편에 가담하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를 견제하고 싶어하는 영국과 미국의 의지를 간파한 일본의 외교적 승리였다. 일본은 러일 전쟁 승리로 대한제국 식민지화를 사실상 굳혔다. 당시 조선은 국제 정세에 무지하고, 무기력했기에 남들 싸움을 구경만 하다가 나라를 잃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 이라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국제관계에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조차 모르는 것이다. '동맹'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나라는 초강대국일지라도 약소국에 깨질 수 있음을 러일전쟁이 보여준다. ◆윤 대통령 외교·안보·세일즈에 역량 집중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외교에 많은 공(功)을 쏟아왔다. 문재인 정부 때 완전히 경색된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또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후 북한만 지지해왔던 쿠바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 관계를 맺은 것도 큰 성과다. 국제정세 변화와 국제관계에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2기 트럼프 정부와 관계다. 트럼프 집권 1기에서 확인했듯이 그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중국과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우방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동맹국에 대한 과도한 안보 대가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요구할 수 있다. 미국과 경제 및 안보에서 동맹을 맺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만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의 글로벌 무역 정책 기조와 향후 그가 북한과 새로운 핵 협상을 시도에 대응해 우리 이익과 안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밤을 새워 고민하고,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일본 상황도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지난 달 총선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는 일본 정계가 격량에 휩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로 재신임을 받았지만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예산안도, 법률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내각은 강한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고, 한국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 정세 변화 분석, 국제관계 개선 등 외교와 안보, 해외 세일즈에 지금보다 훨씬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치(각종 개혁, 경제)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내각과 국회에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맡기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치인들, 우리 국민들은 좀처럼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국제 정세 변화와 국제관계이기 때문이다. 세계 속에서 동맹을 강화하고, 우방국을 늘리며, 비우호국과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는 작업은 우리나라 안보, 경제, 사회 안정 등에 그 어떤 국내용 정책 못지 않게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1년 365일 이어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 방탄' '김건희 여사 특검' 등 국내 정쟁에서 철저히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세계 전장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2024-11-13 23:30:00

  • [야고부] 이재명 재판 생중계 불허

    [야고부] 이재명 재판 생중계 불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재판부가 선고 공판(15일)을 'TV 생중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생중계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당은 줄곧 '이재명 무죄' '검찰 증거 조작' '정치 기소'라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재판 생중계'를 요구해야 했다. 하지만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생중계는 '망신 주기'나 다름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에게 무죄 선고가 나면 민주당이 주장해 온 검찰의 조작 수사, 정치 기소가 만천하에 드러날 텐데, 생중계를 반대하다니 참 희한(稀罕)한 일이다. 결국 민주당이 해 온 말들이 새빨간 거짓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 이익을 위해 형사재판 생중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이 대표처럼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면 생중계를 허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 1심 선고 공판 당시에도 방송을 허가한 바 있다. 법원은 어째서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불허했을까?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 사건 판례와는 거리가 먼 판결을 내리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疑懼心)을 떨칠 수 없다. 유죄를 선고하되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유죄이되 실제로는 처벌 효과가 없는) 100만원 미만 형을 선고하거나,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면서도 2심에서 100만원 미만 벌금형이 나올 여지를 만들어 주는 선고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운 것이다. '법대로'가 아닌 '정치 판결'을 하자니 논리가 궁색하고, 앞뒤도 안 맞는 설명을 덧붙이자니 낯부끄러워 '생중계를 불허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해 이 대표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하고,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며, 민주당이 선거 보전 비용 434억원을 반환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리자면 판사도 부담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 부담을 감당하는 것이 법관의 임무다. 부디 법원이 이재명을 살리자고 '선거법'을 죽이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2024-11-13 21:07:10

  • [야고부] 대통령 탄핵 불 때기

    [야고부] 대통령 탄핵 불 때기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역 앞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促求)하는 장외 집회를 열었다. 형식은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 촉구였지만,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었다. 15일과 25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공판(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판결이 나올 경우 지지층이 흔들릴 것이 뻔하니, '대통령 탄핵'으로 대법원 판결 전에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희망 고문'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은 헛물 켜기다. 가장 큰 이유는 윤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할 정도로 중대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도, 명태균 씨도,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인 강혜경 씨도 '한 방 거리'가 못 된다. 둘째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반대 진영이 탄핵을 외쳤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탄핵을 외쳐 왔으니 국민들은 '그러려니' 여긴다. 셋째는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의결(議決)하려면 8명 이상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하는 순간 '배신자'로 낙인찍혀 그들의 정치생명이 끝나기 때문이다. 넷째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것은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옹립(擁立)하자는 말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는 국민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야권 잠룡(潛龍)들도 이재명이 '거저먹는 것'을 반대한다. 이재명이 윤석열을 지켜 주는 역설적(逆說的) 상황인 것이다. 다섯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탄핵될 경우 우파가 절멸(絕滅)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보수·우파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탄핵을 용납하지 않는다. 탄핵 상황에 돌입하면 내전(內戰)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대표는 조용히 재판 결과나 기다리는 것이 낫다. 헛심 써 봐야 '방탄용'이라는 비판만 커질 뿐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말고, 다른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개딸들' 적성을 고려하면 정청래, 서영교, 김민석 의원이 어떨까 싶다. '개딸' 취향에 안 맞겠지만 본선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괜찮을 것이다.

    2024-11-06 19:59:11

  • [야고부] 한동훈 대표가 먼저 할 일

    [야고부] 한동훈 대표가 먼저 할 일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기원전 770년~기원전 221년), 각 지역의 군주(君主)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포식자인 동시에 희생물이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시대, 수많은 사상가(思想家)들이 나타나 전국 각지의 군주들을 찾아다니며 유세(遊說)했다. 자신이 제시하는 정책을 쓰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이웃 나라를 복속(服屬)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이다. 당시는 군주가 오판하면 권좌(權座)에서 쫓겨나거나 나라를 잃는 시절이었다. 군주들은 자신을 찾아오는 유세가들을 의심했다. 나라에 도움이 될 자인지, 계략(計略)으로 망치려는 자인지…. 그래서 유세가들은 군주의 마음을 얻어 뜻을 펼치기는커녕 죽임당할 수도 있었다. 전국시대 말기 사상가 한비(韓非·기원전 280년~기원전 233년)는 자신의 책 한비자(韓非子)에서 유세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유세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군주의 확고한 믿음을 얻는 것이다. 믿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하는 말은 위험할 뿐이다. 좋은 소리는 아첨으로 들리고, 쓴소리는 적대감의 표현이며, 부국강병책은 국력을 소모해 나라를 망치려는 음모로 비칠 뿐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말이 많다고 여기고, 요점만 말하면 무지(無知)하다고 여긴다. 군주의 속뜻을 모르면 생각이 없는 자라 여기고, 속뜻을 알면 위험한 자라 여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쇄신(刷新)을 강조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의혹 해소, 특별감찰관 임명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그의 쇄신 요구는 지지층과 국민의힘 내부로부터 '보수 우파 분열'로 비판받고 있다. '한 대표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 대중(大衆)은 춘추전국시대 군주들과 마찬가지로 변덕스럽고, 포악하며, 자기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유세가가 군주의 의심을 받으면 목숨이 위태롭듯, 현대 정치인도 대중(지지층)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뜻'을 펼치기는커녕 버림받는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자신(한 대표)을 의심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변화와 쇄신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유세가(한동훈)의 진심이 아니라 군주(국민의힘 지지층)의 인식이다. 한 대표에게 시급한 것은 믿음을 얻는 일이다.

    2024-10-31 20:18:59

  • [조두진의 인사이드 정치] 열 일 하는 한동훈 대표에게 큰 상(賞)을 주자

    [조두진의 인사이드 정치] 열 일 하는 한동훈 대표에게 큰 상(賞)을 주자

    국민의힘은 정당 이름에 힘이 넘치지만 실제로는 별 힘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힘이 넘친다. 근래 정치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자면 '국민의힘'이 아니라 '한동훈의 힘'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적·아군을 가리지 않고 이슈를 생산하는 힘을 가졌다. ◆ 불편부당한 정치가 한동훈 대표는 한국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사람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이지만 그의 언행에 당파성(黨派性)이나 당리당략(黨利黨略)은 없다. 국민의힘 대표인 그가 야당이나 할 법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나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가 야당과 일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넓은 마음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난 4·10 총선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들(도태우·장예찬)의 과거 발언에 대해 야당과 친야권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공격하자 방어하거나 해명하는 대신 도태우·장예찬의 공천을 취소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당파성이 없는 만큼 그는 자유우파 국민을 위한다거나, 자신이 속한 정당을 위한다거나, 여당 대표로서 윤석열 정부를 위한다는 '진영 논리'를 고집하지 않는다. ◆남다른 애민정신 가져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으라는 말인데,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검사로 출발해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음에도 법률 전문가로서의 입장이나 견해를 내세우지 않고, 국민의 요구에 맞추려는 넓은 포용성(包容性)을 보여준 것이다. 어쩌면 '국민이 기소하라'고 하면 혐의(嫌疑) 유무와 별개로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포용력이 클수도 있겠다. 한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 독대나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물밑으로 조용히 접근해야 될 사안을 굳이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 역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려는 애민정신(愛民精神)에서 나온 것일게다. ◆권력·자리 욕심 없어 한동훈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힘든 싸움을 혼자 감당했다. 3명의 공동선대위원장(나경원, 원희룡, 안철수)이 있었지만 그들은 각자 지역구에 묶여 있었다. 삼국지에서 조조, 유비 같은 걸출한 지장(智將)과 덕장(德將)들도 하후돈, 서황, 관우, 장비와 같은 당대 명장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원톱'으로 민주당의 이재명·이해찬·김부겸에 맞서 싸웠다. 총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역구 유세를 안 해도 이길 인천 계양구을에 출마했고, 이해찬, 김부겸은 출마하지 않아 각자 지역을 나눠 전국을 누빌 수 있었다. 혹자들은 한 대표가 총선 승리의 공(功)을 독차지하려는 '꼼수'를 부렸다가 총선에서 패했다고 혹평하지만, 한 대표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가 이미 밝혔듯이 '자신은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가 욕심이 없다는 것은 지난 총선 때 국회 의원 배지를 탐하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총선 패배 직후 금방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을 보면 자리 욕심이야 모르겠지만 얌통머리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야당에 영향력 큰 여당 대표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이지만 야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영향력이 아주 크다. 대통령실을 공격함으로써 야당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야당보다 더 매몰차게 대통령실을 때려 야당이 시간과 수고를 덜도록 배려해준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의 의혹에 대해 말을 아낌으로써 그들의 평안한 일상을 돕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의 지지부진한 재판 속도에 대해서도, 늘어지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그래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같은 인물이 국회 의원을 오래오래 해먹도록 배려해준다. 사실 한 대표가 법무장관 시절 다른 마음만 먹었다면 이재명, 조국, 황운하,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은 지금 쯤 다른 신분이 돼 있을 수도 있다. 한 대표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야당 지도자들의 신분보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무엇보다 한 대표는 '내부총질'로 끊임없이 국민의힘 지지도를 떨어뜨림으로써, 그 반사이익으로 민주당이 지지율이 오르는데 크게 기여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도 높은 지지율을 그저 얻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한 대표에게 감사장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줘야 한다. 탁월한 위조 전문가가 있으니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투철한 다수결주의자 하나의 정치적 쟁점, 국가적 문제일지라도 지지 정당에 따라 국민들의 평가나 판단은 다를 때가 많다. 가령,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논란 등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지지 정당에 따라 다른 입장을 표명하곤 한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10·16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 말은 "너희들이 지금 집안싸움 할 때냐"는 말인 데,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여러 지지율(하락 추세)을 보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잠재우고 새로운 국면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나 당원 열망이 크다"고 해석했다. 108석을 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함에도 한 대표와 친한계는 192석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겨우 12석을 갖고도 원내 제3당이라며 온갖 말을 다 쏟아내지만, 108석의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은 매우 겸손하다. 다수결에 천착하는 모양새다. ◆이준석을 묻어버렸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을 야무지게 공격하자, 평소 온동네 일 다 간섭하며 감놔라, 배놔라 하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조용하다. 이준석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대선 승리 비책'이라며 비단주머니를 건넸다. 그러면서 자신이 마치 삼국지의 제갈량이라도 되는냥 '급할 때마다 하나씩 열면 공격을 충분히 받아치고 역효과까지 상대편에게 넘길 수 있는 해법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는 다 알고 있으며,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이었다. 이처럼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크니 그의 말은 '대화'가 아니라 '설교'나 '평가' '훈계'로 흐르기 십상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개고기·양두구육·신군부' 같은 독설(毒舌)이었다. 그런데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을 향해 끝없이 잔소리와 훈계를 늘어놓으니 이준석 의원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이준석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때릴 걸 한동훈 대표가 때리니 이준석 의원도 이재명 대표도 별로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여당 대표이면서 야당이 할 일까지 다 하는 한동훈 대표에게 큰 상(賞)을 줘야 한다.

    2024-10-30 10:30:00

  •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싸웠지만 패했다. 당을 지휘해 전국 선거를 또 치른다면 또 패할 것이다. 한동훈은 패하도록 운명(運命) 지어졌다는 말이 아니다. '한국 유권자 지형'에서 그의 전략은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요즘 줄기차게 변화(變化)와 쇄신(刷新)을 외치고 있다. 4·10 총선 당시에도 정부·여당이 쇄신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김건희 여사 사과 요구, 도태우·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 등이 그런 예다. 그에 반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후보들의 온갖 추잡(醜雜)스러운 논란에도 그대로 안고 갔다. 윤리·사법 정의·쇄신 잣대로 보자면 국민의힘이 대승하고, 민주당이 대패했어야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한쪽은 쇄신 논란으로 내부가 시끄러웠고, 한쪽은 추잡하지만 조용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유권자들)은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드러난 이미지, 간결한 구호, 내부 분란 유무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구나 지지층이 극명하게 갈라진 '한국 유권자 지형'에서 승리하자면 자기편을 격동(激動)시켜 최대한 많이 투표하도록 만들고, 상대편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갈 마음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한동훈 비대위는 그 반대로 했다. 쇄신하겠다며 자기편을 때렸고 그 결과가 총선 대패였다. 지금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한 대표의 변화와 쇄신 요구도 그때와 비슷한 양상(樣相)이다. 김 여사 관련 논란 중에 현재까지 사법 영역에서 '혐의'로 인정될 만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특검법'으로 계속 여론전을 펼치고, 특검법의 독소조항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2번 행사하면서 국민 여론이 나빠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한 특검법의 위헌성이나 김 여사의 '사법 혐의 없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한동훈 지도부'는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 '검찰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동조했다. 사람은 터무니없는 말도 세 번 들으면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심리를 알기에 민주당은 계속 여론전을 펼친다. 그렇게 조금씩 확장된 여론은 일정 임계점(臨界點)에 이르면 '국민 눈높이'가 된다. 한 대표는 이에 대응하는 여론전을 펼치기는커녕 민주당이 만들어낸 여론을 '국민 눈높이'라며 거기에 맞게 쇄신하자고 한다.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관련 의혹 해소' 요구 등이 그런 예다. 그런 식으로는 백날 쇄신해도 끝이 없다. 야권이 꼬투리를 잡아 여론전을 펼치면 '국민 눈높이'가 되고, 그러면 또 쇄신해야 하니 말이다. 무한 반복되는 쇄신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넌더리 난 지지층만 떠날 뿐이다. 이 상황이 오죽 마음에 들었으면 조국 대표가 "한동훈 대표 파이팅, 윤 대통령 부부와 결별하라"며 응원하겠나. 한 대표는 여론에 떠밀려 쇄신에 몰두할 게 아니라,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총구(銃口)를 외부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재명·조국 대표 재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알박기한 공공기관장 문제, 울산시장 선거 개입, 김정숙 여사의 이상한 송금 의혹,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논란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저들과 달라야 한다"며 상대편 의혹엔 침묵하고 자기편에 총질하는 것은 '쇄신'이 아니라 '분열·갈등' 조장이며 자멸(自滅) 행위다.

    2024-10-29 21:23:04

  • [야고부] 김건희 여사 논란 해법

    [야고부] 김건희 여사 논란 해법

    김건희 여사가 '국민 밉상'이 됐다. 많은 국민들이 '김 여사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다. 구체적 혐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론전(輿論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민주당 승리에 일조(一助)했다고 본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 여사 논란은 이제 사과로 해소될 단계가 지났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과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 아니라 애당초 사과한다고 야당이 공세(攻勢)를 멈출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전망이 뻔함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야당의 공세에 대응은커녕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더니 여론이 더 나빠지자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특검법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신들이 여론전을 등한시(等閑視)해 놓고,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 중에 사법 영역에서 '혐의'로 인정될 만한 것은 없다. 먼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아직 '설(說)'에 불과하고, 특정된 혐의가 없다. 디올 백 논란은 김 여사가 '함정'에 빠진 것으로, 검찰수사심의위까지 거쳐 불기소로 결정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1년 6개월 이상 탈탈 털고도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뭐라도 꼬투리를 잡았다면 진작 기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계속 특검법을 발의한다. '수사'가 아니라 '정쟁(政爭)'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김 여사 논란은 정쟁을 위한 공세인 만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한들,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중단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인사들이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일체의 요구나 쓴소리를 중단하고, 야당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야당과 맞짱 뜨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열광했던 우파 보수층이 지금 심드렁한 것은 한 대표가 엉뚱한 사람, 엉뚱한 문제와 싸우기 때문이다. 싸워야 할 대상과 싸워야 할 시점(時點)에 싸우지 못하면 전투에서 이겨도 상(賞)을 받지 못한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 지지율이 낮은 이유다.

    2024-10-24 19:11:19

  • [야고부] 노벨상과 한국인의 독서

    [야고부] 노벨상과 한국인의 독서

    2007년 출간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국제상' 수상 전까지 국내에서 약 3만 부가 팔렸다. 그러나 '맨부커 국제상' 수상 직후 3일 만에 32만 부가 팔렸다. 10일 오후 8시 노벨문학상 발표가 나자 한강 작가의 책은 하루 만에 약 30만 부가 판매됐고, 14일 80만 부, 16일 오전 9시 기준 103만 부(누적) 이상 팔렸다. 경기도교육청이 청소년 성교육에 유해(有害)하다며 학교 도서관에 폐기 논의를 권고한 도서 중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포함된 바 있다. 온라인에서는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대표작을 폐기한 도서관이라니! 이러니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는 등 비판이 올라왔다. 국민신문고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들의 권장 도서로 지정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민원도 제기됐다. 술·담배 판매에 연령 제한이 있듯이 문화 창작물에는 연령 등급이 있다. 그것은 술·담배를 만들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도, 작가들의 창작을 억압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한강의 소설집 '채식주의자'에는 뺨을 때려 가며 강제로 고기 먹이기, 칼로 자해, 형부가 처제 온몸에 꽃 그림 그리기, 형부와 처제의 성관계, 식음을 전폐(全閉)하고 말라 죽어 가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작가는 이런 장면(각종 사회 규범 위반)을 통해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인 문학의 영역이다. 청소년들에게 권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이 우리 사회의 금기, 보호 제도를 무시해도 좋을 면허는 아니다. '19금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청소년 관람가(觀覽可) 영화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았으니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심의(審議)'를 무시하자는 생각, 베스트셀러 1위가 100만 권 팔릴 때 그보다 못할 게 없는 2위는 10만 권도 안 팔리는 현상, 도무지 재미없는 책을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앞다투어 구매하는 문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다른 작가들의 책도 더 팔릴까, 오히려 먼지만 쌓일까.

    2024-10-16 20:13:41

  • [야고부] 끌어내려야 할 사람

    [야고부] 끌어내려야 할 사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임기 안에도 도저히 못 견디겠다 그러면 그만두게 하는 게 바로 대의민주주의 아닌가"라고 했다. 5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도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대의정치(代議政治)"라고 말했다. 탄핵은 고위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권력을 남용(濫用)할 때, 이를 막기 위해 취하는 비상한 조치다. 대통령의 국정 기조나 실정(失政), 대통령에 대한 호오(好惡), 대통령 가족의 죄를 묻는 제도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싫으니 '탄핵하자'고 한다. 정치 권력의 정당성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充足)될 때 확보된다. 하나는 권력 획득 절차상 정당성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 행사의 내용상 정당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승리로 권력을 획득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4년 총선과 당 대표 선거 승리로 권력을 획득했다. 두 사람 모두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와 이 대표가 장악한 입법부 중 어느 쪽이 정치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상대방에 대한 특검(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수사 검사를 자기네가 단독 추천하겠다는 것이 정당한 입법 권력 행사인가.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 의결해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 정당한 권력 행사인가. 상대방에 대한 상설 특검을 추진하면서 국회 규칙까지 바꿔 가며 여당의 특검 추천위 추천권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권력 행사인가. 헌법 재판관 추천 국회 몫 중 민주당 몫을 늘리겠다며 재판관 추천을 미뤄 헌법재판소 마비(痲痹)를 초래하는 쪽은 누구인가. (헌법재판소가 마비돼 판결할 수 없으면 국회가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판사든 탄핵안을 의결하기만 하면 그의 직무는 언제까지고 중단된다. 사실상 공직자 해임권(解任權)을 민주당이 갖는 셈이다.) 이것이 입법부의 부당한 사법 침해, 행정 침해가 아니면 무엇인가. 요즘 민주당의 정치 권력 행사에서 정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이 끌어내려야 할 정치 권력은 국회다.

    2024-10-10 21:49:49

  • [매일칼럼] 중국이 한국을 훔쳐간다

    [매일칼럼] 중국이 한국을 훔쳐간다

    중국이 아리랑과 판소리 등 한국 무형유산 101건을 자기네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중국 '국가급' 유산 20건, '성(省)급' 유산 81건-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 우리나라 무형유산을 중국이 자국 유산이라고 지정한 것에는 농악(農樂), 윷놀이, 널뛰기, 그네뛰기, 전통 혼례, 김치와 돌솥비빔밥, 씨름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기원한 '농악무'를 2009년 인류 무형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기도 했다. 조선족은 중국인이므로 '조선족 무형 문화유산'은 중국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문화 침탈은 매우 집요(執拗)하다. 만리장성(萬里長城)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만 해도 6천352㎞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길게 연결해(다른 나라가 쌓은 성(城)까지 하나둘 자꾸 연결해) 2009년에는 8천851㎞, 2012년에는 2만1천196㎞까지 늘였다. 고구려가 쌓은 성도, 발해가 쌓은 성도 만리장성의 일부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평양까지 포함된 만리장성 지도가 위키피디아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중국은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 기원전 246년~기원전 210년) 때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만리장성 안쪽은 중국, 바깥 쪽은 이민족(異民族) 영토로 여겼다. 명(明)나라가 15세기 이후 성벽을 이어 쌓으면서도 성 밖은 이민족 땅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나라가 쌓은 성까지 만리장성의 일부라면서 다른 나라 역사와 문화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구려와 발해도 자기네들 역사라는 것이다. 중국은 2002년부터 '동북변강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 흔히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풀면 '동북 지방 변경(만주)의 역사와 현재 상태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연구 작업'이다. 이 긴 명칭에는 '중국 동북 지방은 (과거에야 남의 땅이든 말든) 현재 중국 영토이므로 이 영토 안에 포함된 모든 역사와 문화는 중국의 것이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고구려도 발해도 중국이고, 만주도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런 식이어서 '조선족의 김치는 중국의 김치'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태평천국의 난(太平天國의 亂·1850~1864년 중국 내전) 당시 중국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였다. 태평천국군은 '멸만흥한(滅滿興漢), 즉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한족(漢族)의 나라를 세우자'는 기치(旗幟)를 내걸었다. 만주족을 오랑캐로 규정했으며,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중국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송(宋)나라 무장(武將)이자 학자인 악비(岳飛·1103~1141)는 중국인들이 예부터 매우 존경해 온 인물이다. 중국 북쪽의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1115~1234)가 침공하자 이를 격파해 중국을 지켜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 학교에서는 악비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여진족도, 금나라도 모두 자기네들 역사라고 우기려니 악비의 화려한 전과(戰果)는 묻어야 할 대상이고, 태평천국의 '멸만흥한' 구호는 숨겨야 할 역사인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역사를 왜곡(歪曲)하는 것은 거대한 영토와 다민족(56개)으로 구성된 국가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고무줄'처럼 역사를 늘이도록 방치(放置)하면 우리 역사가 사라진다. 당장 고구려와 발해 역사, 한국의 아리랑과 김치가 공격받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국인은 원래 중국인이다'는 말까지 나오겠다.

    2024-10-08 20:00:57

  • [야고부] 법원은 어떻게 무너지나

    [야고부] 법원은 어떻게 무너지나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求刑)했다.(9월 20일) 재판에 출석하는 증인에게 허위(虛僞) 증언을 요구한 혐의(위증교사)에 대한 재판에서는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9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잃고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위증교사' 사건 선고 재판에서 금고형(禁錮刑) 이상 확정될 경우에도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두 재판의 1심 선고 날짜가 각각 11월 15일과 25일로 잡히자 민주당은 검찰을 향해 "창작과 편집, 조작의 산물" "나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재판부에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법원을 압박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게 유죄 선고가 날 경우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폭도(暴徒)로 변해 '법원 파괴'에 나설 것을 우려한다. 그것이 두려워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을 대선(大選) 전에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조국·황운하 재판 지연을 볼 때 대법원 판결이 대선 뒤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물론 재판 지연은 '김명수 사법부' 때이고, 현재 '조희대 사법부'는 다를 것이다. 법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대한민국은 재판 결과에 분노한 폭도들이 법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법원은 폭도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법을 지키지 않을 때, 직무(職務)를 유기(遺棄)할 때 붕괴(崩壞)한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정치 향방(向方)을 법원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국민 판단에 맡기자. 그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궤변이다. 선거법은 범죄자가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대선에 맡기자는 것은 법률을 형해화(形骸化)하자는 말이다. 법원은 이 대표가 무죄면 무죄를, 유죄면 유죄를 선고하면 된다. 법원이 할 일을 하지 않고, 처분을 선거에 맡긴다면 법도, 법원도, 삼권분립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당선만 되면 무죄방면되는데 뭣 하러 법을 지키나. 선거운동이나 하지. earful@imaeil.com

    2024-10-03 20:02:39

  • [야고부] 1교실, 3담임 선생님

    [야고부] 1교실, 3담임 선생님

    전국 10개 교육대학교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경쟁률이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았다.(5.95대 1) 그런데 그 이유가 '교권 침해,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교대 선호도가 하락하면서 합격선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종로학원 분석)이라고 한다. '교권 추락, 학생수 감소에 따른 임용 적체, 과중한 행정 업무'는 교대 경쟁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교권 문제는 학부모에게 달렸다. 부모가 선생님을 함부로 여기면 아이가 선생님의 지도를 따를 리 없다. 자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잘못을 지적하는 선생님을 탓하는 아이는 장차 부모를 탓하고, 동료를 탓하고, 사회를 탓할 가능성이 높다. 남 탓 좋아하는 사람치고 잘되는 사람 드물다. 부모가 선생님을 함부로 여긴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식 망하라고 기도하는 꼴이다. 임용 적체와 과중한 행정 업무도 개선할 수 있다. 학생이 줄었다고 각급 학교 선생님 임용을 줄일 것이 아니라 한 반에 담임 선생님을 3명 배치하는 것이다. 한 분은 교과(敎科)를 지도하고, 한 분은 학생의 취미·재능 등을 계발(啓發)하고, 또 한 분은 학생의 생활지도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학교가 붕어빵처럼 졸업생을 찍어 내고, 졸업생들이 단순 노동에 종사해서는 대한민국 경쟁력을 향상(向上)할 수 없다. 그것은 개인에게도 불행이고, 우리 사회에도 손해다. 더구나 저출산 현실에서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공부로 성장하고, 다른 재능이 있는 학생은 그 분야를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 사정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학생들을 생활지도 선생님이 인도(引導)하면 범죄나 위험, 타락에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범죄와 타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을 불행에서 구출하는 인간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1개 반에 담임 선생님 3명 배치는 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설령 5천만 명 인구가 4천만 명으로 줄더라도, 그 4천만 명 대부분이 확실한 자기 분야 일을 갖고 역동적으로 살아간다고 상상해 보라. 각 반에 담임 선생님 3명을 배치하는 데 투입하는 예산은 우리 사회가 얻을 이익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일 것이다.

    2024-09-26 19:10:31

  • [동정]경산문인협회 명사초청, 구활 수필가 강연

    [동정]경산문인협회 명사초청, 구활 수필가 강연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지부장 이정식)는 지난 21일 경산시립박물관에서 제10회 경산 학생문학공모전 시상식과 2024 명사 초청 구활 수필가 문학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경산문협 회원들과 정숙 시인을 비롯한 범어커뮤니티 회원들, 지역 학생들이 참석했다.

    2024-09-22 13:30:58

  • [야고부] 애국(愛國)과 매국(賣國)

    [야고부] 애국(愛國)과 매국(賣國)

    중국 최대 생수 회사인 '농푸스프링(農夫山泉)'이 올해 3월 '친일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녹차 제품 라벨에 붙어 있는 건축물 그림이 일본 교토에 있는 절(寺)이라는 설(說)이 터진 것이다. 생수병의 빨간색 뚜껑은 일본 국기, 음료병 표지의 산(山) 그림은 일본 후지산이라는 억지도 나왔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난리가 났다. "알고 보니 (농푸스프링은) 일본 기업이었다" "앞으로 마시지 않겠다" "일본 문화를 숭배하다니 중국 기업이 할 일인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고,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紅衛兵)처럼 행동했다. 이 중국인들은 애국자인가? 한국에도 '애국자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자 일본은 수출심사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았고, 안보 분야에서도 위기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애국자들'은 문 정부에 환호했고, '죽창가'와 '12척'을 외쳤다. 일본산 자동차 수리를 거부하는 정비업소, 일본차 주유를 거부하는 주유소도 나타났다. 일본 음식, 일본 술을 파는 가게는 손님을 맞이하는 대신 파리를 쫓느라 바빴다. 그런 짓에 반대하면 '토착왜구'로 매도(罵倒)했다. 수천 년 가난하고 중국에 예속(隷屬)돼 있던 우리나라가 지금의 번영을 이룬 것은 해방 이후 미국·일본이라는 해양 세력과 손잡은 덕분이다. 경제, 안보뿐만 아니라 인권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가 소련·중국·북한에 있나, 미국·일본에 있나? 한국 좌파들은 반미·반일 몰이에 매달렸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반일'에 집중했고 상당한 재미를 봤다. 김일성의 '갓끈 전술(미국·일본이라는 두 갓끈 중 한 줄만 끊으면 다른 하나는 무용지물이 되고, 갓〈한국〉은 바람에 날아간다)'과 흡사(恰似)하다. 독도 영유권 포기설, 일제시대 국적 문제로 친일파 몰이 등 반일 선동에 매달리는 자들은 한국 사회라는 우물에 독극물을 푸는 매국적(賣國賊)들이다. 이에 열광하는 것을 애국(愛國)인 줄 알지만 본인도 모르게 매국에 가담하는 꼴이다.

    2024-09-20 05:00:00

  • [야고부] 우금치 전투와 국적(國籍)

    [야고부] 우금치 전투와 국적(國籍)

    1894년 11월 충남 공주 우금치에서 동학농민군과 조선관군·일본군 연합군이 격돌했다. 동학혁명의 향방을 가른 우금치전투(牛金峙戰鬪)다. 병력 수(數)에서는 동학농민군이 압도적이었으나 화력(火力)에서는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일본군 개인 화기는 무라다(村田) 소총이었고, 동학농민군 개인 화기는 주로 화승총과 죽창, 창이었다. 무라다 소총은 서양인 체구에 맞게 제작된 영국제 스나이더(Snider) 소총을 일본인 체구에 맞게 개조한 것이다. 무엇인가를 개조(改造)·개선(改善)했다는 사실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다. 우선 서양인 체구에 맞게 제작된 스나이더 소총과 일본인 체구 사이의 '부조화(不調和)'를 있는 그대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부조화, 불편(不便), 불리(不利)를 극복하려는 진취적 태도가 있고, 개선을 위해 현실적이고 지적인 노력을 부단히 했음을 의미한다. 동학군의 화승총은 전장식(前裝式: 일어서서 총구에 탄약을 재어 넣는 방식으로 장전)으로 2분에 1발 정도를 장전해 쏠 수 있었다. 일본군의 무라다 소총은 후장식(後裝式: 총신 뒷부분에 있는 폐쇄기를 열어 탄약을 장전하는 방식)으로 1분 동안 15발을 장전해 쏠 수 있었다. 동학농민군은 화력 격차를 극복할 대책을 고민하는 대신 '믿음의 세계'로 도피했다. 궁을(弓乙)이라는 부적(符籍)을 몸에 붙이거나 태워 재를 먹으면 총알이 피해 간다는 설(說)을 진중(陣中)에 퍼뜨린 것이다. 결과는 자명했다. 동학군은 총알이 빗발치는 적진을 향해 떼 지어 돌진했고, 사실상 '학살(虐殺)'됐다. 한쪽은 '실체'를 바꾸었고(체구에 맞게 총을 개선했고), 다른 한쪽은 실체가 아닌 '인식'을 바꾼 결과였다.(다른 이유도 많았지만) 일제시대 우리 국적(國籍)은 일본이 아니라 대한제국(조선)이었다는 생각은 한국인의 '소망적 믿음'일 뿐이다. 국가 지도층(국회의원)이 국민을 허황한 믿음의 세계로 끌고 가는 것은 국민과 조국에 대한 배신이다. 대한제국이 망하고 없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망한 원인을 성찰할 수 없다. 침략한 일본이 나쁘지, 당한 조선(대한제국)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 외세(外勢)의 선의(善意)를 기대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2024-09-12 19:49:20

  • 고산3동 방위협의회, 우회전 일시정지 교통안전 캠페인

    고산3동 방위협의회, 우회전 일시정지 교통안전 캠페인

    대구시 수성구 고산3동 방위협의회(회장 강은숙)는 안전한 교통문화 확립을 위해 12일 신매네거리에서 '우회전 일시정지 교통 안전 캠페인'을 펼쳤다. 고산3동 방위협의회는 앞으로도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2024-09-12 15:54:56

  • [매일칼럼] 김문수 장관과 국적 논란

    [매일칼럼] 김문수 장관과 국적 논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는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 국적(國籍)' 문제로 파행(跛行)됐다.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느냐'고 소리 질렀다. 김 장관이 임명된 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김 장관과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국적'을 갖고 언쟁했다. 김 장관 취임 후 처음 열린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도 '국적 논란'으로 파행됐다. 김문수 장관을 몰아세우던 한 야당 의원은 "그럼, 일제 시대 우리 국적은 어디였나?"는 김 장관의 물음에 "조선이고, 대한제국이었다"고 답했다. 망하고 없는 대한제국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당시 조선인은 1909년 실시한 민적법(民籍法) 적용을 받다가 1923년부터는 조선총독부가 공포한 조선호적령(朝鮮戶籍令) 적용을 받았고, 일본 여권으로 해외에 나갔다. 조선(대한제국)은 일본에 병합(倂合)됐고, 당시 조선인 국적은 일본이었다. 그것은 싫고 좋고의 문제, 인정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와 별개다. 역사적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이 일본임을 인정한다 해서 일본의 조선 병합이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다. 일본 국적을 인정한다고 해서 일제의 통치를 긍정한다는 말도 아니다. 김문수 장관이 애국심이 부족해서, '일제강점기 선조들 국적은 일본'이라고 했겠나. 역사적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가치 평가는 별개다. 국가 성립의 3대 조건(국민, 영토, 주권)을 무시하고, 국가 지배 구조(주권, 정치, 외교, 경제, 군사, 치안, 산업 등)도 무시하고, 나의 윤리적 기준, 나의 희망적 세계관으로 국가를 규정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우리나라 동쪽에 있다고 '동해', 서쪽에 있다고 '서해'라고 불렀으니,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국 사람, 미국 사람들에게 '동해'라고 말하면 어디를 지칭하는지 알겠나? 조선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했고, 집권층의 부패(腐敗)로 외세에 나라를 빼앗겼다. 혹자들은 이런 생각을 '망한 책임이 조선에 있다는 것이고, 일본 침략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친일적 사고'라고 비판한다. 아무런 무장(武裝) 없이 이리 떼가 설치는 밤 황야(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세계 정세)를 걸어간 잘못에 대한 성찰(省察)은 없고, 이리 탓만 하는 셈이다. '윤리적 잣대'로 수난(受難)을 남 탓으로 돌리면 그런 수난을 또 당한다. 도둑질당하고 방비는커녕 도둑놈 탓만 하는 꼴이다. 현실 외면과 '정신 승리'는 과거사뿐만 아니라 현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뼈아픈 역사를 넘어, 일본과 친하게 지내며 극일(克日)로 나아가자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매도(罵倒)하고, '죽창가'와 '반일 외침'을 애국이라고 여긴다. 일본이 사과(謝過)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은 총리, 외상, 천황이 여러 차례 사과했다. 설령 안 했다 한들, 사과에 왜 목을 매나. 그 사과 받아서 어디 쓰려고. 박정희 정부가 일본과 수교하고, 일본 돈과 기술을 받아들여 산업화를 추진한 것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술을 흉내 내고 배운 것은 일본의 아류(亞流)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익과 부강(富強)을 위해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는 것,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반(反)대한민국 행태다.

    2024-09-10 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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