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통오지] 소외되는 지역 없도록…촘촘한 교통 인프라 구축 방법은?
교통은 세상과의 소통이다. 교통 인프라 구축은 고령층의 이동권 보장부터 고독사 방지와 의료 접근성 증진, 나아가 지역 균형 발전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달성군에서 운영하는 행복택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제안과 다른 지역 사례를 살펴봤다. ◆달성 행복택시, 교통오지와 도심 잇는 다리 될까? 지난달 28일 오전 9시쯤 대구 달성군 현풍읍 개인택시조합 달성군지소. 기사 7명이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이곳은 2018년 달성 행복택시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논공읍, 구지면, 현풍읍 지역을 담당한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5명의 기사가 행복택시를 운행한다. 20분쯤 지나 김삼훈 달성지소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유가읍 초곡리에서 현풍 농협까지 운행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조수석에 동행해 초곡리로 함께 향했다. 10여 분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보통 마을회관이나 마을 입구에서 승하차하지만, 간혹 집 앞까지 운행하기도 한다. 기사가 직접 짐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서비스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날 행복택시를 탄 문양희(67) 씨는 "은행을 들렀다가 오는 길에 장도 볼 계획이다. 한 달에 10번 정도는 이용한다. 행복택시 없으면 버스도 못 타고 마을 밖을 나가지도 못한다. 내 시간에 맞춰 다닐 수 있고 무거운 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미터기에 6천500원이 찍혔다. 1천700원은 현금으로 받고 정해진 쿠폰에 이용자 서명을 받았다. 이를 모아서 월말에 달성군이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달성군에 따르면 지난해는 5만8천751회 운행에 7만4천583명이 이용해 최고치를 찍었으며, 올해도 9월 기준 4만6천978회에 5만9천764명이 이용 중이다. 이용객은 시장과 병원, 읍사무소 등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오산1리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매일 등‧하교를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김 지소장은 "매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척보다 더 가까워졌다. 홀로 있는 주민들의 고독을 덜고,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행복택시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크지만, 운전기사에 대한 지원과 행복택시 대상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은 과제다.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이유로 행복택시 대상에서 제외된 외딴 마을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사 확보도 숙제다. 2020년엔 33명 모집에 48명이 지원했다. 이후 점차 줄어들다 올해는 41명 모집에 37명이 지원, 결국 미달이 됐다. 김 지소장은 "교통사고와 법규 위반 내용, 달성군 지역 거주 이력 등을 고려해 행복택시 기사를 선정한다. 처음에는 경쟁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관심도가 조금 떨어지고 있다.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빈면에 대상지를 확대할 때도 기사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 택시 대기 장소와 사무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DRT 이용 목적…도시는 '출퇴근', 농촌은 '병원 진료' 달성군을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들은 교통 소외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의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수요에 따라 운행 구간과 정류장 등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대중교통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군 161곳 가운데 50.3%(81곳)가 DRT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택시형'이 51.9%(42곳)로 가장 많고, 이어 택시+버스 혼합형 등을 포함한 '기타'가 29.6%(24곳), '버스형'이 18.5%(15곳) 순이었다. 보고서엔 지난 2~3월 이용자 1천9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DRT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도 담겼다. 도시보다 농촌 지역 DRT 이용자들이 갖는 특성이 잘 나타났다. 이용 계기의 경우 도시형은 '원하는 곳에서 승하차 가능'을 가장 높은 순위로 선택했고, 농촌형은 '기존 이용 교통수단의 이용 불편'을 1순위로 꼽았다. 이용 목적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도시형은 '출퇴근'을 위해 이용한다고 밝힌 비율이 45.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여가'(15.2%), '등하교'(10.1%) 순이었다. 반면, 농촌형에선 '병원 진료'(37.8%)가 1위를 차지했으며, '출퇴근'은 16.9%였다. 이어 '시장 보기'가 15.7%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도시형 응답자의 대부분이 20~50대 직장인이고, 농촌형은 이용자 대다수가 60대 이상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DRT 이용이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형 이용자의 평균 이동 소요 시간은 DRT 이용 전 32.3분에서 이용 후 18.9분으로 감소했다. 농촌형에서도 이용 전후로 평균 이동 소요 시간이 34.7분에서 21.6분으로 줄었다. ◆교통 소외 지역 누비는 DRT, 대구도 필요 대구시도 달성군(농촌형) 이외 지역에서 DRT를 운영하지만, 출퇴근과 관광 편의 증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혁신도시 내 의료R&D지구에 처음으로 도시형 DRT(4대)가 도입됐다. 이어 올해 8월부터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5대)와 수성알파시티(2대)에 추가로 운행되고 있다. 직장인 출퇴근 편의 증진이 목적이라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엔 팔공산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한 관광형 DRT 차량(16인승 이하) 7대가 새로 도입됐다. 주말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만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교통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교통복지 차원의 DTR 도입을 강조한다. 교통 소외지역 가운데 부지가 협소해 버스 진입과 회차가 어려운 곳이 많은 걸 고려해 기존 버스 노선을 확대하기보다 택시나 승합차 등 소형 차량 형태로 DRT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대중교통 관련 공공정책은 일정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펼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정기적인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면 행복택시, DRT 등 비정기적인 서비스 정책들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교통 부서와 복지 부서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구‧군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떨어지는 마을을 지정하고, 정확한 교통 수요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주로 이용하는 시장과 병원 등을 고려해 지역(마을) 맞춤형으로 운행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구 내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마을에 소형 차량 형태의 새로운 DRT 서비스가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버스 노선으로 교통 수요가 충족되는 지역, 기존 나드리콜(교통약자 이동 서비스) 이용자 등과 중복되지 않게 대상 지역과 주민에 대한 세심한 기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기획탐사팀
2024-11-19 20:54:49
[대구 교통오지] '기다리는 버스'에서 '찾아가는 버스'로… 세종시 '두루타'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선진 사례로는 세종시의 '두루타'를 꼽을 수 있다. 읍면 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 차원에서 도입된 DRT 버스다. 두루타는 주민들이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는 실시간 호출 방식이다. 일부 지역에선 고정된 노선과 정류장에서 정해진 시간표대로 운행하는 '노선형' 방식도 이뤄지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2019년 12월 장군면에 두루타를 처음 도입했다. 올해 기준 9개 읍면 지역에 모두 33대의 중소형 버스가 운영 중이다. 연기면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읍면 지역에 도입된 것이다. 세종도시교통공사(세종교통공사)가 6개 지역을, 세종시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 업체가 3개 지역을 각각 담당한다. 세종교통공사는 ERP(이용 건수, 이동 경로, 운전기사 등 운행 정보와 통계를 자동 조절하는 전산 시스템)를 포함한 DRT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개발해 지난 5월부터 운영 방식을 개선했다. 전화로 1시간 전에 예약하는 방식에서 이용자들이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 인원 등을 입력하면 즉시 배차 가능 여부와 소요 시간 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김선호 세종교통공사 교통운영2팀장은 "읍면 지역 버스정류장을 두루타 탑승 장소에 포함하는 등 이용 장소를 확대했다.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빠르게 도착하도록 지역 곳곳에 차량 대기 장소를 분산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앱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 교육에도 힘썼다. 지난 7~10월 읍면 지역 마을회관을 방문해 DRT 앱 설치와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덕분에 6개 지역 두루타 이용객은 지난해 6~9월 1만5천163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3천239명으로 1.5배 가까이 늘었다. 두루타 모바일 앱 사용률 또한 올해 5월 1.5%에서 9월 20.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도순구 세종교통공사 사장은 "현재 DRT가 도입되지 않은 연기면에 대해서도 그간 연기면의 교통카드 데이터를 분석해 이곳에 적합한 운영 방식과 차량 대수 등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11-19 20:54:35
농촌의 교통 사각지대…'외딴 섬'으로 남은 곳들[대구 교통오지](중)
대구 서남권의 달성군은 신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와 대규모 주거단지 등이 조성됐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마을들이 곳곳에 분포해있다. 이곳들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를 겪는 가운데 대중교통 서비스도 열악하다. 도심 속 외딴 섬처럼 고립돼 있다. 의료 접근성과 식료품 확보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오지 마을들을 찾아 주민들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장 보기가 '큰 모험', 교통사고 위험까지 "장을 보려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30분이니 걸려. 차가 씽씽 다니는 도로도 대여섯 번이나 건너야 해 요즘은 엄두도 못내." 지난달 22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2리에서 만난 박모(84) 씨와 김모(77) 씨, 두 어르신은 시내버스 이용이 불편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마을 주민에게 외출은 큰 모험과 같다. 김 씨는 "나는 전동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지만 나이가 더 많은 노인은 버스 타러 나가지도 못한다"며 "그저께도 전동휠체어로 시장에 다녀오다가 큰 도로의 건널목에서 차와 아찔하게 마주쳤다. 너무 놀라 한동안 서 있었다"고 말했다. 쌍계2리는 테크노폴리스로 끝자락에 인접한 마을이다. 주민들이 도심으로 나가기 위해선 버스 한번 타기 어려운 달성군의 대표적인 교통오지 중 한 곳이다. 지난 2019년 농촌형 수요응답형택시 사업인 '달성 행복택시'가 도입됐지만 2021년 마을 입구 길 건너 급행 8번(-1)이 지나는 정류장이 생기면서 행복택시 대상지에서 제외됐다. 행복택시 대상지는 달성군 조례에 따라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거나 인접 시내버스 정류장과의 거리가 500m 이상인 교통취약지역 마을이다. 급행 8(-1)번이 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주민들에게 불편하다. 마을회관에서도 10분 넘게 걸어야 해서다. 지팡이를 짚거나 보조 이동 수단을 쓸 경우는 더 힘들다. 장을 보고 짐까지 있으면 더더욱 버스 이용은 무리다. 일반 택시를 부를 순 있지만 현풍시장 기준으로 왕복에 1만2천 원가량이 든다. 교통비치고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박 씨는 "현풍시장에 가려면 마을 앞 정류장(급행8번)이 아니라 700~800m 떨어진 다른 정류장(655번)을 이용해야 한다. 정류장까지 20분 이상 걸어야 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달성군 구지면의 오설리‧징리도 대표적인 교통오지다.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설리의 경우 달성4번이 다녔지만 2017년 4월부터는 운행이 중지됐다. 대신 달성3번이 있지만 현풍 오일장이 열릴 때만 한시적으로 다닌다. 이곳 버스 정류장과 마을회관까지는 도보로 20분이 넘는다. 길도 차 두 대가 간신히 교행할 만큼 좁고, 경사도 심하고, 가로등도 없어 야간에 걷기 위험하다. 오설리 주민 백상국(68) 씨는 "어르신들이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정류장까지 걷기 힘들고, 가로등이 없어 밤에는 위험하다"며 "그나마 여기는 행복택시라도 들어오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버스 놓치면 '4시간 대기', 옆 마을 가기도 힘들어 이달 6일 정오쯤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에는 현장 체험학습을 온 학생 20여 명이 이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차를 이용했다. 학생들은 단체로 관광버스에 올랐다. 2시간여 동안 시내버스는 들어오지 않았다. 도동서원이 있는 도동1리는 달성3번이 현풍 오일장에만 운행한다. 버스가 없어 옆 마을인 도동2리까지는 걸어야 한다. 잡풀이 무성한 길을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동2리 마을 비석이 나온다. 차나 오토바이 등 개인 교통수단이 없으면 마을끼리 왕래가 어렵다. 성용수 도동2리 이장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도동서원을 보러오는 외지인들도 버스가 없으니 불편해한다. 무엇보다 방문객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크다"고 했다. 도동1‧2리는 그나마 행복택시가 들어온다. 반면 행복택시 대상지가 아닌 마을 주민의 교통 불편은 더 크다. 이달 4일 찾은 유가읍 본말2리는 달성군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있다. 경남 창녕군과 맞닿은 골짜기 마을이다. 마을 중턱에는 달성6번 종점이 있다. 매일 6회 운행하는 이 버스는 현풍 읍내까지 1시간 30분~2시간이 걸린다. 승용차 소요 시간(25분)보다 3~5배가 더 걸리는 셈이다. 본말2리 임모(85) 씨는 "시내버스는 출발 간격이 2시간이어서 한번 놓치면 외출을 포기해야 한다. 버스는 동네마다 다 들르기 때문에 장을 한번 보려면 온종일 걸린다. 읍내에 나갈 땐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배를 쫄쫄 굶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신사와 사육신 기념관이 있는 하빈면 묘1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 주민들은 병원 진료 등을 위해 마을 나서는 것이 어렵다. 성서2번이 있지만, 배차간격이 짧게 1시간에서 길게 4시간까지로 길다. 묘1리 이모(79) 씨는 "버스가 제때 도착하지 못할 때는 날이 덥든 춥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오후에 버스를 놓치면 그다음까지 4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면 1만원이 넘는다. 최근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버스를 놓칠까 싶어 중간에 치료 끝내고 급하게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달성군 버스, "서문시장은커녕 관문시장도 한 번에 못 갈 것" 내년 2월로 예정된 대구시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앞두고 달성군의 대중교통 취약지 주민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시는 지난달 25일부터 달서구와 달성군을 시작으로 시내버스 노선 개편 설명회를 진행했다. 10년 만의 노선 개편을 앞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앞서 대구시 조사에 따르면 옥포‧유가읍, 구지면 등 달성군의 교통취약지역 민원은 노선 신설‧변경, 배차간격 단축 순으로 요구가 높았다. 이번 개편안(달성군 관련)을 보면 국가산단과 동대구역을 잇는 직행2번 신설이 있지만, 테크노폴리스와 설화명곡역을 잇는 급행4번은 폐지될 예정이다. 아울러 급행2번과 240번, 304번, 449번 등 가창면 일부 구간의 축소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달성 2번의 경우 기존 대곡역~관문시장 구간이 폐지되고, 성서2번도 하빈면‧다사읍에서 서문시장으로 갈 수 있는 구간이 없어지는 안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주민설명회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특히 교통 복지가 아닌 수요에만 집중한 노선 감축에 대한 불만들이 이어졌다. 논공읍 노이리에서 대표로 참석한 한 주민은 "농촌지역은 대부분 노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다. 고령자들은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교통 이용할 수밖에 없다. 버스 이용 수요만 보기보다는 교통복지 차원에서 약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성군의회에서도 농촌지역 교통복지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도원 달성군의원은 "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학생이나 교통약자들이다. 600번의 경우 서문시장까지 갔다가 관문시장까지로 축소되더니 이젠 진천역에서 노선이 짤렸다"며 "교통약자들은 환승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은영 달성군의회 의장은 "달성군 주민들이 이용하는 노선이 축소되는 경향이 많다. 일부 신설 구간이 있지만 서부정류장 둥 도심과 이어지는 노선은 유지해야 한다. 수요만 보면 달성군은 버스 노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버스준공영제의 의미와 지역민 불편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2024-11-19 07:50:39
[대구 교통오지] "병원·시장 가기 너무 힘들어" 고립된 마을 노인들
"요즘 축제도 많던데…젊을 땐 바빠서 못 가고, 늙어선 걷기 힘들어 못 가네." 많은 노선버스가 있는 대도시 대구에도 숨은 '교통오지'가 있다. 그곳엔 어쩔 수 없이 장 보러 가는 걸 포기하거나, 병원 가는 날엔 하루 전체를 다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대구의 동북권과 서남권에서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한 마을 14곳을 방문했다. 교통 관련 기관의 연구에서 ▷시내버스 미운행지역 및 정류장 분포 ▷교통카드 이용현황 ▷노선당 평균 승객 등을 고려한 취약지들이다. 정류장이 거주지와 멀거나, 인구가 적고 도로가 협소한 경우가 많았다. ◆버스 없는 산골…외출은 '그림의 떡' 지난 5일 오후 1시 40분쯤 대구 동구 내동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내동은 크게 정류장과 가까운 '작은마을'과 내동경로당이 있는 '큰마을'로 나뉜다. '큰마을'은 정류장에서부터 좁은 농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이날 취재진은 오후 1시 43분부터 정류장에서 걷기 시작해 2시 47분에 내동경로당 앞에 도착했다. 중간에 작은마을에 들른 시간을 제외하고, 젊은 성인 걸음으로 30분 넘게 걸렸다. 특히 경사가 가파르고, 인도가 따로 없는 차도로 걸어야 했다. 이렇다 보니 큰마을 주민들은 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병원 방문이 쉽지 않아 아찔한 상황도 발생한다. 19살에 시집온 이후로 계속 큰마을에서 생활하는 장재균(91) 씨는 "지난 6월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손과 다리에 힘이 들어오지 않고 어지러워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 119를 불렀는데 여기가 워낙 외진 곳이다 보니 40분이 지난 뒤에 구급차가 도착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팡이 없으면 걷기도 힘들 만큼 몸이 안 좋아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갈 엄두조차 못 낸다. 병원 갈 때 나드리콜(교통약자 이동 서비스)을 부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택시를 이용한다. 나드리콜은 1시간 30분 동안 도로에서 기다리는 등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이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홀로 사는 홍분이(94) 씨는 "나는 택시 부르는 방법을 몰라서 병원이 갈 때 이웃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 탄다"며 "이웃에게 다른 일정이 있으면 지팡이 짚고 조심조심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이태희 내동경로당 회장은 "정류장까지 젊은 사람 걸음으로도 30분 넘게 걸리는데 노인들은 오죽하겠느냐"며 "하루 운영 횟수가 적어도 괜찮으니 여기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구청에도 몇 번이나 진정을 넣었으나 나아진 건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서만 40분 지난달 30일 동구5번을 타고 오후 1시 44분쯤 '율하천6교2'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목적지인 종점인 매여마을까지 한 정류장을 남기고 왕복 1차로를 걸었다. 완만했던 경사가 점점 급해졌다. 30분쯤 걸었을 땐 땀이 맺혔다. 오후 2시 41분쯤 종점 정류장에 도착했다. 중간 휴식 시간을 고려해 걷는 시간만 최소 40분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두 정류장 사이 거리가 너무 멀다고 입을 모았다. 매여마을 주민 이도연(78) 씨는 "반야월시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팔려고 오일장이 설 때마다 동구5번을 탄다"며 "종점과 바로 직전 정류장 사이가 워낙 멀다 보니 그 사이에 있는 식당과 교회에 가고자 내려 달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지붕이 있는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안내 표지만 설치해도 좋으니 두 정류장 사이에 버스 서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박우연 매남골식당 대표는 "여기는 대중교통으로 오기가 너무 불편해서 식당 직원 중 차가 없는 경우엔 내가 직접 승합차로 태워준다"고 한숨을 쉬었다. 버스정류장과 운영 횟수 확대에 앞서 도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용 매여마을 통장은 "우선 인도와 자전거 전용 등 도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아래 율하7교에서부터 마을까진 인도가 아예 없고, 시속 30㎞ 제한 구간임에도 빠르게 달리는 차와 자전거에 사람이 치이는 사고가 잦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전동스쿠터로 이동하다 도랑에 빠지는 등 사고도 자주 발생하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사고가 두 차례나 있었고 할아버지 한 분이 돌아가시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종점을 지나서도 마을이 지난달 28일 사과로 유명한 평광마을을 찾았다. 특히 '끝마을'로 불리는 평광2통 마을엔 고려 개국공신인 신숭겸 장군을 기리고 세워진 모영재가 있다. 팔공1번을 타고 종점인 평광종점 정류장에 내려 평광2통 마을까지 걸었다. 길은 차 한 대만 지나갈 만큼 비좁고, 보행로 구분이 없는 데다 경사까지 가팔랐다. 호우나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질 수도 있으니 통행자는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1시간이 걸려 끝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평광2통 주민들은 교통뿐만 아니라 경로당 이용 등 다방면으로 소외감을 느꼈다.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시설들이 모두 평광1, 3통에 몰려 있어서다. 10년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생활하는 윤복수(85) 씨는 "50대까지는 버스 타고 다녔지만, 나이를 더 먹고는 다리가 아파서 그러지 못한다. 경로당도 어쩌다 행사가 열릴 때나 차를 태워줘 다녀오지 평소엔 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이나 시장에 가려면 무조건 나드리콜을 부르는데, 여기는 눈이나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럽고 위험해 기사들도 오길 꺼린다. 그래서 겨울을 대비해 미리 약을 많이 타오곤 한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열악한 도로 상황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영정 평광2통장은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도로와 산림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고, 배수로도 없어 비만 오면 물이 넘친다"며 "외지인이 차를 몰고 가다가 도랑이나 밭에 빠지는 사고도 자주 있어 도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번화한 도심에 가려진 숨은 벽지 지난 6일 시내에서 급행3번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달려 대중금속공업고 건너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정류장 주변은 아파트 대단지, 대형 식당,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들어차 있어 번화했다. 목적지인 북구 읍내동 안양마을로 가려면 정류장에서 30분 이상 걸어야 한다. 고층 아파트 입구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면 안양마을까지 1㎞ 남았음을 알리는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를 기점으로 길도 좁아지고, 산골 풍경이 펼쳐진다. 정류장에서 50분을 걸어 마을에 다다랐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을 중심으로 양옆에 논과 밭이 펼쳐졌고, 집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마을 주민 송연실(74) 씨는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을 갈 수밖에 없는데,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데 너무 멀어서 도중에 여러 차례 쉬어야 한다. 대부분 환승해야 해 어디라도 다녀오려면 그날 하루를 다 써야 한다"며 "작은 마을버스라도 하루에 한두 차례 운영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은 부지가 협소해 버스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재현 읍내9통 통장은 "이 마을로 들어오려면 고층 아파트 옆 도로를 지나야 하는데, 주정차한 차량이 많아 버스가 진입하기 어렵다. 도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차라리 복개 공사를 통해 도로를 넓혀 달라고 꾸준히 건의해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에게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하지만, 정작 반납한 뒤 노인들의 이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2024-11-11 19:41:09
[대구 교통오지] 빗속의 전동스쿠터…산골 박 씨 할아버지의 험난한 외출
"매일 저 먼 길을 이동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어김없이 대구 동구 신기동 안심공원을 찾은 박시원(가명·92) 씨. 친구의 감탄 섞인 한마디에 멋쩍게 웃고는, 늘 가던 나무 아래 벤치 옆으로 1인승 전동스쿠터를 몰았다. 박 씨는 동구의 작은 산골인 매여마을에서 혼자 산다. 이곳에 들어오는 버스는 동구5번 하나뿐으로, 배차간격은 1시간 15분. 마을 종점은 직전 정류장과 2.5㎞ 떨어질 정도로 외딴곳이다. 이마저도 몸이 불편한 박 씨에겐 무의미하다. 지난 8일과 지난달 18일 두 차례에 걸쳐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박 씨의 나들이에 동행했다. 시속 5~10㎞ 남짓한 전동스쿠터에 의지한 왕복 2~3시간의 험난한 외출이었다. 박 씨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보통 오전 7시 45분쯤 집을 나선다. 박 씨는 "아픈 다리 때문에 버스는 아예 타지 못하고,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따로 사는 아들이 시간을 내 도와준다"며 "그마저도 안 되면 택시를 타는데, 손을 흔들면 10대 중 1~2대꼴로 겨우 잡힌다. 내가 목발을 짚고 있어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팡이 두 개를 양손에 쥔 박 씨는 마당 한쪽 전동스쿠터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불편한 다리 탓에 집을 나서는 데만 5분이나 걸렸다. 박 씨의 전동스쿠터는 이내 차도를 달렸다. 도로 가장자리의 박 씨 옆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반야월시장 사거리에선 자동차들과 섞여 신호를 기다렸다. 박 씨의 느린 속도를 참지 못해 경적을 울리며 앞지르는 차들도 있었다. 그렇게 5.5㎞ 거리를 1시간 정도 달려 오전 9시쯤 안심공원에 도착했다. 박 씨는 벤치 옆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누구와 대화하지 않아도, 홀로 집에 있는 것보단 나으니 상관이 없었다. 10시 30분이 되면 이른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향한다. 목발을 짚고 자리를 잡은 뒤 국수로 시장기를 달랬다. 남은 국물과 약을 함께 삼킨 그는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오후 3시까지 공원에 머물지만, 지난달 18일엔 그럴 수 없었다. 비 예보가 있어서다. 박 씨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공원을 떠났다. 시장을 빠져나와 율하천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하천 산책로 달릴 때쯤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전동스쿠터를 덮은 비닐이 비바람에 사정없이 날렸고, 뚫린 양옆으로 비가 들이쳐 바지가 다 젖었다. 빗속 경사진 도로를 지나온 박 씨. 얼굴을 찡그릴 법도 한데 그의 표정은 일상다반사인 듯 덤덤했다. 비를 뚫고 1시간 만에 간신히 집에 도착, 힘겹게 양쪽 신발을 벗었다. 텅 빈 방 안의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박시원 씨는 "차가 쌩쌩 지나는 길을 전동스쿠터로 다니니 자식들도 걱정이 많다. 원래 천천히 속도를 내 왕복 4시간은 걸리는데, 날씨가 좋지 않을 땐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11-11 19:40:58
[기후변화 경고등] 이상고온‧병충해로 사라지는 숲, 재선충의 습격
올해 여름은 역대급 무더위가 지역을 휩쓸었다. 이상기후의 여파가 산림을 위협하고 있다. 온난화로 매개충 활동 시기가 길어지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고온 스트레스로 말라 죽는 나무들도 줄을 잇고 있다. ◆말라 죽는 소나무들…대구‧경북 산림 황폐화 "현장에 오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소나무가 말라 죽어 놀랐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성군 논공읍 5번 국도 인근 야산에서 만난 서준식 산림엔지니어링 대리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서 대리는 달성군의 용역을 받아 죽은 소나무들을 찾아다녔다. 작업자들은 2인 1조로 직접 산속으로 걸었다. 이들은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고사목을 일일이 살폈다. 취재팀은 야산 입구에서 서 대리팀을 따라 출발했다. 안쪽으로 100m쯤 10여 분 이동하자 곧바로 붉게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 나타났다. 붉은 표시를 하고 둘레를 잰 다음 QR코드가 있는 띠지를 고사목에 둘렀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죽은 소나무에 알을 부화한다. 이 때문에 고사목은 모두 방제 대상이다. 산 군데군데 죽은 소나무 수십 그루가 눈에 띄었다. 이들 나무는 푸른 빛을 내는 주변 소나무와 달리 잎이 낙엽처럼 마르고 생기 갈색으로 바래져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밑동만 남은 다른 소나무들도 보였다. 2인씩 나눠 하루 동안 살피는 나무는 평균 80~150그루 정도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달성군에서만 4천 그루 이상의 고사목을 발견했다. 죽은 소나무는 재선충 의심 및 방제 대상이어서 모두 확인해야 한다. 나무 크기와 피해 면적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산출해 방제 범위를 설계한다. 서 대리는 "산주나 인근 주민들도 날이 더워서 벌레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경우와 더불어 고온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목 졸리듯 바짝 말라 죽는 나무가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하반기에 일정을 당겼다. 9월 중순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재선충 의심 고사목을 조사하고 있다. 죽은 나무들이 많아 예년보다는 좀 더 일찍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구를 비롯해 동해안 산림으로 가면 말라 죽은 소나무가 너무 많다고 방제 담당자들은 말했다. 방제 작업을 넘어서는 확산이어서 재선충 피해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후변화로 창궐하는 산림 병충해 전국적으로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 지역의 피해가 특히 더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교(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9월)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감염 소나무는 모두 305만7천344그루로 집계됐다. 이중 경북이 123만7천495그루(40.5%)로 가장 많다. 대구는 11만4천233그루로 특별‧광역시 중에서 울산(26만7천697그루) 다음으로 많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역의 확산세는 더욱 뚜렷하다. 특히 경북의 상황은 최악이다. 2002년 1천655그루의 피해가 처음 보고된 이후 2016년 38만 그루 이상 치솟았다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47만6천710그루로 역대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9월 기준)는 39만8천915그루의 피해가 집계됐다. 잠재 감염 나무까지 더하면 피해는 70만 그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2005년 처음 150그루의 재선충 피해가 발생한 뒤 매년 피해가 이어져 왔으며, 2020~2023년 사이 3천258→3천136→1만1천729→5만2천171그루로 급증했다. 올해(9월 기준)는 4만3천939그루로 지난해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 피해 정도를 '극심·심·중·경·경미' 5등급으로 나눈다. 올해의 경우 고사목 5만 그루 이상인 '극심 지역'에 경북의 포항과 경주, 안동이 포함됐다. 3만~5만 그루 미만인 '심 지역'에는 경북 구미가 지정됐다. 1만~3만 그루 미만의 '중 지역'에는 대구의 북구와 달성군, 경북의 영덕과 성주도 이름을 올렸다. 대구에선 달성군의 피해가 특히 심하고, 팔공산 방면으로도 고사목 피해가 번지고 있다. 천연기념물 1호인 동구의 '도동 측백나무 숲' 인근 지역과 달성군 매곡정수장과 도시철도 문양역 주변 야산은 곳곳에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의 재선충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손꼽힌다.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등이 활동을 멈추는 시기다. 문제는 여름이 길어지면서 매개충 활동 시기가 덩달아 늘어났다는 것이다. 무더위 탓에 재선충의 활동성도 높아져 소나무가 더 빨리 말라 죽고, 마름병 등 다른 이유로 죽는 소나무도 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응용곤충학회지 등은 최근 연구자료에서 기온 상승에 따라 매개충이 점차 북상해 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퍼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최원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재선충병 확산에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온이 상승한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매개충은 변온동물이어서 기온이 올라갈수록 생리작용이 활발해진다. 이에 따라 기온 변화에 따른 매개충 활동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방제, 대책과 전략은?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선 본격적인 방제 작업에 돌입했다. 산림청과 각 지자체들은 소나무 멸종을 막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방제 활동 시작했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고 부화하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집중적으로 방제 작업을 벌인다. 시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방제를 통해 6만7천300그루를 제거하고, 4만6천712그루에 예방주사를 놓았다. 드론을 활용한 '정밀 드론 방제'도 올해 135㏊ 진행했다. 예방주사나 드론 방제의 경우는 약품 효과의 지속 기간이 2~3년이어서 주기적인 관리 필요하다. 경북도는 항공‧지상 예찰을 마무리 짓고 내년 3월까지 지역별 맞춤형 방제 사업에 돌입한다. 지난 14일 지역협의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포항시 등 재선충 확산이 심한 지역의 경우 올해 초 산림청이 특별 방제 구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이곳들은 인근의 나무들까지 제거하는 '모두 베기'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대체 수종으로 편백 등을 새롭게 심는다. 대구·경북은 완전한 방제보다는 팔공산과 비슬산 등 주요 산림으로 번지는 것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종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1905년 재선충이 처음 발생한 일본의 경우 완전한 방제는 사실상 실패했고, 현재는 편백이나 삼나무 등 다른 수종으로 전환하고 있다. 소나무는 '지켜야 할 곳'을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상준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는 "고사목을 잘라낸 뒤 방치하기보다 열병합발전소 등의 연료로 사용하거나 후처리를 통해 가구 제작 등에 활용해야 한다"며 "재선충 확산이 빨라짐에 따라 적극적인 방제와 수종 전환에 따른 전략적 숲 가꾸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만표 대구시 산림녹지과장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5년간 연료용 목재로 재선충 방제 나무를 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하는 등 자원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방제를 안 하면 20~30년 내로 소나무는 멸종된다. 방제에 손을 놓을 수 없다. 피해확산 저지와 특별관리구역 설정, 첨단 장비 활용 등 다양한 방제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끝〉 기획탐사팀
2024-10-20 18:38:00
[기후변화 경고등] 가을에도 대구경북 곳곳서 신음…산‧바다‧들 '온난화 직격탄'
대구경북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경고음이 울린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에 이어서 가을에도 온난화의 여파는 식지 않고 있다. 피해는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농작물 수확과 해산물 어획이 감소하고, 산에선 들끓는 병충해로 나무들이 죽고 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지난 3~11일 지역의 이상기후 피해 현장들을 찾았다. 지난 9일 방문한 포항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위판장. 5개 남짓한 가판대에서 중매인들이 제철을 맞은 홍게 판매에 한창이었고, 영업하지 않는 가판대들이 20개 가량 있었다. 대게·홍게 중매 경력 25년의 정원숙(54) 씨는 "홍게는 온도에 굉장히 민감한데, 잡은 홍게 10마리 중 7~8마리는 고수온으로 인해 죽는 탓에 신선한 활어 비율이 높지 않다"며 "살아있는 게들은 크기랑 수율에 따라 한 마리에 5천~3만원 정도 하는데, 죽은 게들은 가격이 50~60% 깎여 헐값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 연안 수온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관측한 포항(월포) 연안의 수온은 24.8℃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온(23.8도)과 평년 수온(22.4도)보다 각각 1도, 2.4도 더 높았다. 대구 수성구 성동의 포도 직판장 일대. 부스 안에 우두커니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농민들 뒤편으로 포도 상자가 보였다. 노란빛 샤인머스캣과 연두색 거봉이 놓여 있다. 올해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진 데다 폭우 등 기상이변이 겹치며 지역 농가들이 작물 재배와 판매에 난항을 겪었다. 한평생 포도 농사를 지어온 A(70) 씨는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포도라고 오죽하겠느냐"며 "올해는 너무 더워 착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날이 가물었던 적도 많아 포도알도 작은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산에선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역대급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찾은 대구 달성군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주변 산림은 말라 죽은 소나무들로 몸살을 앓았다. 도로를 따라 회색빛이나 붉게 변환 소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동구의 천연기념물 1호 도동 측백나무 숲 주변도 비슷했다.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울긋불긋 고사한 소나무들이 즐비했다. 팔공산 자락 코앞까지 재선충병이 확산된 모습이었다. 경북 포항 천마산 인근 산림은 상황이 더 나빴다. 폭탄은 맞은 듯 죽은 소나무들이 보였다.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 산도 마찬가지였다. 포항 시내와 가까운 곳에서도 고사한 소나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포항과 경주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재선충병이 증가하자 경상북도는 방제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4일 도청에서 관련 기관 관계자 90여 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임업진흥원은 최근 기후변화로 매개충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등 재선충병 확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포항시 녹지과 관계자는 "예년과 비교해 다섯 배 정도 재선충 감염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외곽뿐만 아니라 시내 쪽으로도 퍼지고 있어서 14일부터 방역 작업에 돌입했다. 피해확산 속도가 빨라 연중 방제를 할 수 있도록 예산 확충과 시기 연장을 정부와 도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10-16 18:37:00
[기후변화 경고등] 포항서 "문어 잡는 그물에 제주 자리돔이…오징어는 급감"
지난 여름 극심한 폭염에 시달린 뒤 맞이한 초가을 9월에도 전례 없던 늦더위가 계속됐다. 바닷물도 식지 않아 동해의 오징어 어획량은 줄어드는 가운데 제주도에서 잡히던 돔이 점차 늘고 있다. 올해 겨울에는 한파 우려도 나오는 등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식지 않는 바다…포항에서 제주도 '자리돔, 붉바리'까지 지난 9일 오전 10시쯤 찾은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평포구. 부두 바닥엔 초록색 통발들이 쌓여 있었다. 등대와 방파제 근처 기다란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띄엄띄엄 보였다. 어업에 종사하며 낚시방을 함께 운영하는 조상옥 구평2리 이장은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문어를 잡기 시작하는데, 점점 수온이 높아지는 탓에 포획하는 문어 양이 해마다 줄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고기가 잘 잡히지 않고, 올해는 날도 너무 더우니까 외지에서 낚시꾼도 감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대신 3년 전부터 문어 통발에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자리돔이 2~5마리 정도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전남 고흥에서 많이 난다는 '붉바리'도 동네 어민들 사이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다들 처음 본 물고기라 이름도 겨우 알아냈다"고 말했다. 대형 오징어선들이 정박한 구룡포에서도 비슷한 하소연이 나왔다. 50년 넘는 세월을 오징어선에서 보낸 이형남(65) 씨는 "오징어가 3~4년 전의 절반도 잡히지 않는다"며 "한 번 바다로 나가는 데 기름값만 200만원이 드는 등 고정비용이 만만찮아 최소 1천 마리 이상은 잡아야 남는 게 있는데, 요즘은 300마리조차 못 잡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바다 온도의 상승은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 특히 동해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국립수산과학원이 발간한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간(1968~2023년) 전 지구 표층 수온이 0.7℃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1.44도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해역별로 보면 동해 1.90도, 서해 1.27도, 남해 1.15도씩 상승했다.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지역의 주요 어종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동해 주요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의 오징어 생산량은 2000년대 연평균 7만7천421t에서 2010년대 4만9천64t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더욱 심각하다. 2020~2022년 사이 연간 오징어 생산량은 2만1천768→1만8천922→9천817t으로 빠르게 감소 중이고, 지난해 생산량은 2천709t에 그쳤다. 반면, 난류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돔류 생산량은 서서히 늘고 있다. 경북의 돔류(참돔·자리돔·감성돔·돌돔·기타 돔류 합산)는 2000년대 연평균 35t에서 2010년대엔 48t으로 늘었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생산량은 84t에 달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으로 기존 대표적인 대중성 어종인 살오징어, 멸치 등의 어획량은 감소하거나 정체된 반면, 난류성 어종들의 어획량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알던 가을 아냐…대구 초가을 9월 평균기온 100년 전보다 5도↑ 기상학에선 가을의 시작을 하루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로 본다. 실제 9‧10월 중 가을을 가르는 기준인 '평균기온 20도 미만인 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이 늦게 찾아오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대구의 9월 하루 평균기온을 분석했다. 1950년대(1951~1960년) 9월 중 20도 미만 일수는 평균은 13.4일이었다. 이는 1960~2010년대 사이 11.1→9.7→9.6→8.5→7.1→6.7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대에 들어선 더욱 심각하다. 2021년 9월 하루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진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2022년은 7일, 2023년과 올해도 각각 2일에 그쳤다. 경북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항의 1950년대 9월 20도 미만 일수는 11.6일이었으나, 1980년대(9.6일)부터 두 자릿수가 무너지더니 1990~2010년대 사이 7.7→6.8→4.5일로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2021년과 지난해, 올해에는 20도 미만이 포항에서 단 하루도 없었다. 아울러 가을의 월 평균 기온 상승세는 뚜렷했다. 올해 대구 9월 평균기온은 25.4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1909년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해(23.5도)보다 1.9도나 상승한 것이다. 올해 9월 평균 최고기온 역시 30.4도를 기록하며, 29.4도였던 1994년을 넘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가을 기상이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름철 태풍보다 더 강한 '가을 태풍'의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보통 육지는 7~8월 온도가 가장 높지만, 해수 온도는 바닷물 특성상 9월에 정점을 찍는데,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태풍의 '먹이'인 수증기도 증가해 태풍이 강해지는 것이다. 기상청의 태풍 발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2023년) 한해 발생 태풍 중 가을철(9~11월) 비율이 2022년(52.0%), 2020년(56.5%), 2019년(55.2%) 모두 절반을 넘었다. 가을 태풍 비율이 50%를 넘은 건 1951년 이래로 18번뿐인데, 이 중 5분의 1이 최근 5년 안에 발생한 셈이다. ◆강한 여름 다음 '강한 겨울'…올해는 한파 우려도 이례적인 가을 더위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라니냐'를 지목한다. 라니냐는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낮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라니냐일 땐 우리나라에선 여름 더위가 심하고 오래 가며, 가을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엘리뇨(적도 부근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가 끝나고 여름부터 라니냐로 옮겨가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오래 유지됨에 따라 더위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수 온도 상승에 대해선 "온실가스가 증가해서 지구의 잉여열이 만들어지고, 그 잉여열의 90%가 바다로 흡수되면서 바다에 열이 엄청나게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니 육지까지 더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고수온은 위력이 강한 가을 태풍 발생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겨울도 걱정이다. 라니냐 시기엔 시베리아 찬 공기가 동아시아로 강하게 들어오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폭설과 극심한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경북기상청의 중장기 예보에 따르면, 오는 12월 지역의 평균기온은 평년(1991~2020년)인 0.5~1.7도보다 낮거나 비슷할 전망이다.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하락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안현진 대구경북기상청 기후서비스과 주무관은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는 사흘간 춥다가 나흘 동안은 약간 회복돼 따뜻한 '삼한사온'으로 대변되는데, 2022년 겨울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추운 날씨가 2주 넘게 지속됐다. 반대로 지난해엔 남풍이 자주 들어와 비가 많이 오고, 비교적 따뜻한 겨울 날씨를 보이는 등 근래 겨울철 기온 변동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12월부터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고, 기온은 평년보다 대체로 낮을 것으로 전망돼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에게 취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2024-10-16 17:48:00
한글날을 맞아 지역 복지기관과 폰트회사의 합작으로 동티모르 학생들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한 한글 폰트가 제작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단법인 가정복지회 글로벌은 지역 폰트회사인 다온폰트와 함께 동티모르의 고등학생 올림피아(2학년)와 제파니아(1학년)의 손글씨로 '바뚜보루 희망체와 미래체'를 개발해 오는 9일 한글날에 맞춰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동남쪽으로 1천200㎞ 떨어진 곳에 있는 동티모르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imor-Leste)은 우리나라 강원도만 한 크기의 작은 섬나라로, 인도네시아의 오랜 지배 끝에 2002년 독립한 21세기 최초의 독립국이자 60년 전 우리나라를 연상케 할 정도의 최빈국이다. 두 학생이 거주하는 에스더 비전 센터(이하 '센터')는 동티모르 산골 마을 소녀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센터에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지난 2011년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세워졌다. 현재 대학생 6명, 고등학생 3명, 중학생 2명 등 11명의 학생이 생활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 동티모르 안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는 산골 마을인 '바뚜보루 와우뿌'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산 아래 있는 학교에 다니려면 왕복 4시간 이상 걸려, 대부분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에 가정복지회와 메트로안과, 그리고 현지 법인인 아가파오 재단은 지난 2020년 2월 와우뿌 마을 내 2천800㎡ 부지에 교무실 1개, 교실 2개, 주방 1개, 화장실 2개 규모로 '바뚜보루 와우뿌 메트로초등학교'를 건립했다. 현재 44명이 재학 중이다. 황석현 다온폰트 대표는 지난해 8월 가정복지회 관계자와 매일신문 취재진이 메트로초를 방문해 교육 봉사를 실시(매일신문 2023년 9월 14일 보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아이들의 서체로 폰트를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가정복지회와 이대훈 선교사의 협력을 통해 지난 1월부터 메트로초 학생 및 센터에 거주 중인 학생들에게서 서체를 받고, 이 가운데 폰트 개발에 가장 적합한 올림피아와 제파니아 학생의 서체를 선정해 각각 '바뚜보루 희망체'와 '바뚜보루 미래체' 폰트로 제작했다. 센터 설립자이자 동티모르에서 21년째 봉사활을 하는 이대훈(61) 선교사는 "두 아이 모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로, 계속 공부해서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일하길 바라는 코리아 드림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뚜보루 희망체와 미래체'는 고등학교에서 공부 중인 올림피아와 제파니아처럼 메트로초 학생들 또한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탄생했다. 폰트는 오는 9일 출시될 예정이며, 가정복지회 홈페이지(https://www.fwa.or.kr)를 통해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변상길 사단법인 가정복지회 글로벌 이사장은 "바뚜보루 희망체와 미래체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바뚜보루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 스쿨버스 운영 등 여러 사업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2024-10-08 14:38:51
[그린벨트의 명암] 다시 불붙은 GB개발…대체지 실효성 확· 녹지 훼손 부작용 최소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개발을 둘러싼 관심이 올해 들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년 만에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고 밝혀서다. 비수도권의 경우 해제 가능 총량과 무관하게 그린벨트를 풀 수 있고, 필요에 따라 1‧2등급지의 해제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환경 보존과 더불어 대체지 마련의 낮은 실효성 등은 여전히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급격한 땅값 상승 등 해제 이후 벌어질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1, 2등급 대체지' 실효성 낮아…"요건 완화 필요" 정부가 올해 발표한 그린벨트 규제 완화방안에서 '대체지 확보'에 대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완화방안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선 지역 전략사업 지정과 함께 해제될 구역과 동일 면적의 대체지 제시가 필수 요건이다. 특히 환경평가 1·2등급지의 대체지를 지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권 그린벨트의 경우 전체 면적 515㎢ 중 87%가 1‧2등급지에 해당한다. 울산·창원·대전권 등도 1‧2등급지가 78~88%에 이른다. 결국 비수도권 지자체 대부분이 그린벨트 해제 개발 시 대체지를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체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체지 선정 자체가 어려워 아예 신규 개발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등 제도 개선의 의미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1‧2등급지 해제 후 대체지를 찾아 그린벨트로 지정하려면 사실상 사유지에는 불가능하다. 결국 국·공유지에 신규로 지정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가능한 대체지가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지난 7월 그린벨트 지역전략사업 대체지 지정 요건의 완화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린벨트 개선 연구를 진행 중인 국토연구원에선 지자체들 의견을 수합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대체지 지정과 관련해 지자체마다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부에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에서 대체지 확보가 중요한 조건인 만큼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다. 대체지 인정 범위를 조율해나가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천시장 등 향후 개발…"환경등급 재조정 요청" 지자체가 보유한 해제 가능 총량 역시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제 가능 총량은 2008년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변동 없이 유지 중인 가운데, 총량을 거의 다 사용한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아직 절반도 소화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해제 가능 총량은 2004~2007년 '2020년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권역별로 부여됐다. 2009~2012년 광역도시계획 변경으로 기존 총량의 10~30% 정도 추가 배정됐다. 전국 총량은 531.6㎢로, 이중 대구권은 40.9㎢를 부여받았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2021년 기준 대구권은 25.9㎢(63%)를 소진해 약 15㎢의 해제 가능 총량을 남겨두고 있다. 부산권은 80.5㎢ 중 64.4㎢(79.9%)를 이미 사용했다. 이어 수도권은 79.3%, 광주권은 70.7% 순으로 해제 가능 총량을 개발했다. 대구시는 우선 해제 가능 총량과 상관없는 지역전략사업으로 '대구매천농산물도매시장 이전지'를 신청했다. 다만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K-2와 제2작전사령부 등 군부대 이전과 관련해서는 아직 지역전략사업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에 대해선 보유한 해제 가능 총량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입장이다. 대구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는 달성군 하빈지역 27만㎡ 부지로, 지역전략사업으로 정부에 신청했다"며 "대구는 약 15㎢의 해제 가능 총량이 있다. 군부대 부지 개발 등과 관련해 6.8㎢의 부지가 필요한데 해제 가능 총량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산지가 많고 그린벨트 내 1‧2등급지 비중이 87%나 될 정도로 넓다. 전국적으로 총량을 계속 늘려주는 것보다 환경등급을 지자체 상황에 맞춰 재조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2040 도시계획 수립 중…"환경훼손 최소화" 그린벨트 해제·개발계획은 광역도시계획과 도시기본계획안에 담긴다. 대구시는 현재 '2040대구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그린벨트 규제 완화 등 달라진 제도에 발맞춘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그린벨트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의 균형을 찾으면서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난개발을 막고 환경 훼손을 줄이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1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점 분석 및 개선방안'을 통해 개발사업 입지 선정에 대한 기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마다 해제 가능 총량을 사용해 그린벨트를 무분별하게 개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린벨트 환상형(둥근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는 형태) 녹지 축 단절, 팽창으로 인한 도시연담화(다른 행정구역과 맞닿는 것)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성과 경제성을 사전에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국토연구원은 국민 2천 명과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 100명, 권역별 개발제한구역 담당 부서 팀장급 이상 공무원 55명을 대상으로 그린벨트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선 응답자 중 72%가 그린벨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60% 이상이 공공의 목적에 의한 제한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후 위기가 심각한 현재 이를 방어하는 하나의 전선이 그린벨트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규제 완화에는 개발 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탄소배출 등 생태적인 관점의 조사나 연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보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생태학적 조사도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10-07 18:43:00
[그린벨트의 명암] 해외 GB제도의 어제와 오늘…원조는 영국, 프랑스‧스페인‧미국 도입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억제하고 자연녹지 공간 보존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는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등에 따르면 그린벨트 제도를 처음 도입한 영국을 필두로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20여 개국에서 그린벨트나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은 1950년대 런던 주변에 그린벨트 지정을 시작한 이래 국토 면적의 약 13%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린벨트 내 주요 토지 대부분이 국가 소유다. 영국은 개발 제한권을 정부가 갖는 대신 3억 파운드(약 80조 원)을 들여 보상했다. 영국에선 최근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떠오르고 있다. 올해 정권을 잡은 노동당은 부동산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자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할 방침이다. 다만 보전 가치가 떨어지는 '그레이벨트(회색지대)'를 활용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프랑스는 1970년대 일드프랑스 레지옹을 대상으로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다. 1983년부터 그린벨트 확대를 위해 사유지를 매입해 산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녹지생성계획을 수립, 주민들에게 녹색공간을 제공한다. 스페인도 대도시권의 녹지공간을 확보하고자 2001년부터 아넬라 베르다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국립공원축을 행성해 자연을 보호‧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 일부 주에서 농업전용지역을 만드는 등 그린벨트와 유사한 방식의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도 메릴랜드, 위스콘신주, 오하이오주 등에서는 그린벨트, 그린힐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그린벨트 제도가 없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기존 시가지의 무질서한 개발을 억제하고자 근교지대와 시가화 조정구역을 설정했지만, 지주들의 반발로 현재는 사실상 없어진 제도가 됐다. 기획탐사팀
2024-10-07 18:17:00
경북 농촌, 교통사고 위험 도시보다 더 커…사고‧사망자 많아
경북에서 농촌의 교통사고 위험도(매일신문 7월 17~23일 보도)가 도시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사고 발생과 사망‧부상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특히 노인 사고의 비중인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이매(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지난해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분석은 경북 지자체 22곳 가운데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이상인 9곳(도시)과 이하인 13곳(농촌)을 나눠서 진행했다. 사고 건수와 사망‧부상자 수를 인구 10만 명당 현황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지난해 농촌의 교통사고가 422.0건으로 도시 405.2건보다 더 잦았다. 특히 사망자는 농촌(19.4명)이 도시(10.2명)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지자체별 사망자를 보면 영양군이 51.1명으로 경북의 22곳 지자체 중 1위였다. 이어 봉화군(27.0명)과 청송군(25.0명) 등으로 경북 북부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사망 비중이 소규모 지역일수록 더 높았다. 지난해 농촌에서 발생한 사망자 91명 중 52.7%인 48명이 고령자였다. 이는 도시의 고령 사망자 비율(49.1%)보다 더 큰 편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 비율이 60% 이상인 지자체는 예천군과 영주시, 청송군, 청도군, 안동시, 봉화군, 영양군, 김천시 등이다. 대부분 경북 북부권에 해당한다. 사고유형을 보면 농촌은 차량 단독 사고가 54.7건으로, 도시(23.5건)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농촌의 차량 단독 사고는 주로 공작물 충돌(23.8건)로 발생했고, 전도‧전복(10.2건)과 도로이탈(10.1건)의 경우 도시(3.6건과 1.9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농촌의 사고 차량 가운데 화물차와 사륜오토바이, 원동기 장치 자전거, 농기계 등이 도시보다 많은 편이었다. 짐을 실은 화물차가 상대적으로 좁은 도로를 운행해야 하고, 또 농촌 내 이동 수단으로 소형 오토바이 등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미애 의원은 "농촌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데다 길은 좁고 인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소규모 지역이라도 주민 안전을 위한 도로 정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촌은 인구 구성과 생활양식이 도시와 다른 만큼 교통안전 시설도 조건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 지자체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은 지역별로 실태를 파악하고 사고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2024-10-07 18:11:00
[그린벨트의 명암] 변화의 바람 GB, 규제 완화로 개발 본격화‧환경훼손과 실효성 과제도
지정된 지 반세기가 넘어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완화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 개선에 나선 것이다. 비수도권 중 가장 넓은 대구권 그린벨트의 개발이 가시화될 전망이지만, 규제 완화의 실효성과 비수도권 차별 논란, 환경 훼손 등이 과제로 떠오른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대폭 완화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도 지난 8월 부동산 공급 대책을 통해 12년 만에 서울권 그린벨트 대폭 해제를 발표했다. 규제 완화로 인해 국가 및 지역 전략사업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지자체가 보유한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소진하지 않고도 녹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보존 가치가 높은 환경등급 1·2등급지도 대체지 마련 등 조건을 충족하면 해제할 수 있다. 규제 완화에 대구권 그린벨트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권 그린벨트는 515㎢(대구 399.88㎢, 칠곡 72.3㎢ 경산 22.4㎢ 고령 20.1㎢)로 비수도권 가운데 가장 넓다. 이어 광주권(512㎢), 대전권(424㎢), 부산권(412㎢) 순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정부에 매천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을 지역 전략사업으로 신청해 놓았다. 전략사업으로 선정되면 보유한 해제 총량을 쓰지 않고도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K-2와 제2작전사령부, 제50보병사단,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방공포병학교 등 도심 속 군부대(현재 그린벨트에 포함) 이전도 계획하고 있다. 상당 면적의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녹지 훼손에 따른 환경파괴와 1·2등급지 대체지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또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공급정책에 따른 비수도권 차별 논란에도 대응해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의 그린벨트 해제는 인구 집중과 난개발 예방이라는 당초 목적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장을 지낸 김재현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가 수도권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도시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그린벨트 해제 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아닌 그간 그린벨트의 역할과 기능을 살펴보고 미래세대에 어떻게 물려줘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2024-10-03 19:13:00
[그린벨트의 명암] 거듭된 팽창과 단절 된 녹지…'산'으로 간 아파트
'그린벨트'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된 지 반세기가 넘었다. 대도시권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녹지공간을 확보하고자 도입된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확장된 도시와 추가 개발 수요 때문이다. 대구권의 경우 그동안 불균형한 도시팽창과 녹지 축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추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그린벨트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 개발 방향을 살펴본다. ◆그린벨트 갇힌 도시의 '불량 팽창' 지난 2일 오전 11시쯤 공공기관 건물들 사이로 풀만 무성한 빈 공터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일부는 주말이면 인근 예식장의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되거나 방치된 수준이다. 이곳은 그린벨트를 해제(326만414㎡)하고 2013년 들어선 대구 동구 대구혁신도시다. 방사형인 다른 지역 혁신도시와 달리 동서로 길게 늘어선 모양새다. 동쪽은 공공기관들이 이전했고, 서쪽은 주택지역으로 조성됐다. 그 사이를 산악 지형이 가로막고 있다. 또 남쪽은 경부고속도로가 있어 기존 도심과 분리된 형태로, 공간 이용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업 유치를 위해 외부 손님을 초청할 때 장애물이 많다. 동대구역에서 멀리 떨어졌고 대구 도심으로 나가기도 불편하다"며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이 안 들어오니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애초 2005년 혁신도시 공공기관 후보지로 수성구 연호·대흥동 일대가 검토됐다. 하지만 부지를 관통하는 그린벨트가 발목을 잡으면서 현재 동구 신서동 일대가 선정됐다. 수성구 그린벨트를 피해 동구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이다. 이처럼 도시개발 수요에 따라 해제돼 온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1977년까지 1~3차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 5천397㎢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였다. 경북 칠곡·경산·고령을 포함한 대구권 그린벨트는 537㎢(축구장 7만5천210개 크기)에 걸쳐 1972년 8월 지정됐다. 녹지 공간 확보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부작용도 명확했다. 도시 성장 관리의 한계와 경직된 구역 운영으로 개발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벨트를 넘어 도시가 기형적으로 팽창하는 형태를 낳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5년 달성군 옥포지구와 이듬해 수성구 시지와 경산 등 그린벨트 밖으로 도시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6년 달성군 다사읍 성서5차산단, 북구 도남지구와 달서구 대곡2지구 택지 개발 등 추가 확장이 이뤄졌다. 도시가 커지면서 그린벨트가 오히려 도심과의 연결을 단절시켰다. 도시철도 1호선 종점이 달서구 대곡역에서 2019년 달성군 설화명곡역으로 연장됐지만, 개발이 이뤄진 달성군 옥포·현풍까지는 여전히 닿지 않는다. 그린벨트 밖인 수성구 신매지구도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개발 사례다. 그린벨트의 경계 조정이 유연하게 이뤄지지 않아 도시 성장을 크게 저해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구는 달성군과 수성구 등 동서 양쪽으로 확장된 반면, 남북으로는 앞산과 팔공산 등에 가로막혀 있다. 국토연구원은 "그린벨트를 우회한 도시 팽창으로 인해 도로와 대중교통 등 교통인프라 투자 비용이 늘고 통행시간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그린벨트의 지정 목적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개발과 보존의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누더기 된 녹지 축 그린벨트의 녹지 축이 무너지고 있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무분별한 도시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폭의 그린벨트 형태 유지가 필요하지만, 곳곳이 해제돼 녹지 폭이 줄어든 지역이 발생했다. 대구권 그린벨트 동쪽 축의 경우 동구 혁신도시와 율하지구를 비롯해 수성구 신매지구와 연호지구, 대구대공원, 야구장(삼성라이온즈파크) 등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연호산과 천을산, 제2작전사령부와 제5군수지원사령부 등 군부대, 금호강 등을 제외하면 녹지 공간이 단절될 상황에 놓였다. 북구 역시 도남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북구 동‧서변동과 동구 지묘동 사이 연경지구 개발로 녹지 축이 좁아졌다. 달성군은 옥포지구 개발로 화원과 이어지는 녹지가 축소됐다. 일부 그린벨트는 녹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를 비롯해 군부대들도 녹지 공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린벨트 중 경북 고령군과 대구의 달성군·수성구(고산3동) 등은 경작지가 분포돼 있다. 김재현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내부는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거지 근처에 있어 훼손되거나 방치된 곳이 많다"며 "생태적인 측면에서 이용이 가능한 건축물을 짓거나 용도 변경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으로 가는 아파트 그린벨트 개발이 아파트 등 주거공간 개발에 치우쳐 있고, 또 도시 경계부의 경관을 훼손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대구권 그린벨트의 경우 율하·옥포·연경·도남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연경·도남지구는 산지를 끼고 고층 아파트가 우뚝 솟은 모습으로 개발돼 있다. 이로 인해 도시 경계 경관(스카이라인)이 훼손되고, 보존 가치가 높은 녹지가 줄어든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개인 재산권 침해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재원 부족과 낮은 가격으로 토지 매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재산권 행사 제약 등에 주민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수성구 고산동 그린벨트 내 1만 평 정도 토지를 소유한 A씨(60대)는 "그린벨트의 재산권 침해가 인정된 지가 거의 3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땅인데도 아무 행위를 할 수가 없다. 세금만 떼이고 있다. 국가가 수용하던지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10-03 18:07:00
[그린벨트의 명암] DJ 땐 제한→유연한 해제, 훼손 20% 복구 의무화
개발제한구역 일명 그린벨트 제도는 50여 년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수많은 조정이 이뤄져 왔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대도시의 인구 집중, 무분별한 도시 확산,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1971년 전국 14개 도시권역을 대상으로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천397㎢를 그린벨트로 묶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권에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규모 주택 건설이 필요해졌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린벨트 조정을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제한'보다는 주민 민원 해소와 도시 용지 공급을 위한 '유연한 해제'로 정책이 바뀌었다. 1999년 1차 제도 개선에선 그린벨트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환경 평가와 도시 계획 이후에 해제하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7개 중소도시권은 전면 해제됐다. 대구도 2003년부터 집단취락지구를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린벨트는 2008년 2차 개선으로 또 한 번 변화를 겪었다. 토지 매수청구제도 도입과 해제 가능 총량 부여 및 최대 188㎢ 추가 해제가 허용됐다. 2009년 이후 사찰의 증축 규제 완화, 공장 등에 대한 보전 부담금 완화, 여가 시설 허용 등 불편 해소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다. 이때부터는 공영개발 목적 아래 공공과 민간(50% 미만 출자)의 공동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민간 참여가 허용됐다. 마냥 규제를 푼 것은 아니다. 훼손 지역 복구 제도를 도입해 해제 면적의 10~20%를 복구하도록 의무화했다. 훼손 지역이 없는 경우 해제 면적의 공시지가 10%를 보전 부담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지난해 정부는 비수도권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규모를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했다. 올해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획일화된 그린벨트 규제를 20년 만에 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해제 가능 총량과 무관하게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획탐사팀
2024-10-03 17:08:20
[구인(求人)] 갈수록 심해지는 제조업계 구인난, 해결 방안은?
저출생·고령화 기조로 제조업체의 구인난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일자리 문제에 대해 30년 가까이 연구해온 김용현 경북연구원 경제학 박사와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온 김용철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성서공단지회 상담소장과 함께 개선 방향과 대안을 살펴봤다. ◆20돌 맞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바뀐 현실 반영해야" 올해로 시행 20주년을 맞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업계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외국인 고용에 필요한 허가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7일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할 것 ▷외국 근로자 고용 가능 사업장일 것 ▷외국인 구인 신청 2개월 전부터 허가서 발급일까지 내국인 근로자를 이직시키지 않았을 것 ▷허가서 발급일까지 임금을 체불하지 않았을 것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것 ▷출국만기보험 및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것(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인 경우) 등 여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내국인 구인노력'이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을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선 국내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구인노력 기간에 내국인을 많이 고용한 사업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내국인 고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소규모 업체일수록,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박사는 "이러한 조치가 과거엔 나름 타당했지만, 제조업과 농업 등 일부 업종에서 내국인 지원자가 부족한 현재 시점과는 맞지 않다"며 "내국인 구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종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거나, 질적 평가를 도입해 단순 내국인 고용 실적만이 아닌 구인노력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검토하고, 노력이 인정되면 고용 실적과 관계없이 가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행 제도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우수 기숙사'를 설치한 사업체에 가점을 주고 있다. 영세한 업체일수록 기숙사를 운영할 여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박사는 "영세한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기숙사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 내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숙사를 지원해 영세 업체도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떠나는 숙련공 잡아라…비자 연장·재고용 제도 개선도 어렵게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가 비자 문제로 우리나라를 떠나야 하는 현실도 개선이 필요하다. 비자가 만료됐음에도 불법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 쓰다가 업주가 법적·금전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고, 외국인 근로자 또한 불법 체류 중엔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에 한 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표적으로 기존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체류 자격을 지닌 외국인 근로자들을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숙련기능인력(E-7-4) 선발 요건 중 하나인 근무 기간을 기존 5년에서 4년으로 완화하고, 고용인원 허용 기준을 변경해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런데도 숙련근로자 수요와 비교해 실제로 전환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환 요건은 여전히 까다롭다는 불만이 여전히 나온다. 아울러 숙련기능인력 선발 외에도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기술을 후임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수할 수 있는 제도 또한 필요하다. 김 박사는 "숙련기능인력 선발엔 학력과 한국어 능력 등이 고려되는데, 이는 지역 대학들과 연계를 활성화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더 머무를 수 있게 자격을 부여하고, 그동안 같은 국가 출신의 후임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진행토록 하는 고용 연계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만하다"며 "후임 근로자가 언어 장벽 없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직장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떠나고 싶지 않은 나라' 만드는 것도 중요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하다. 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체류 기간을 늘려도 외국인 근로자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이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산업재해로 부상을 당한 외국인 근로자는 1천222명이다. 이 가운데 83.1%(1천15명)가 50인 미만 업체, 65.8%(804명)가 제조업 종사자였다. 김용철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성서공단지회 상담소장은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재정 문제로 안전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은 위험한 일자리를 계속 기피하고,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게 된다. 이는 정주노동자(한국 국적 노동자)보다 이주노동자에게 산재 발생이 3배 더 높은 데서도 알 수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로 지적되는 현재의 이주노동자 활용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민청'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이민청 설립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물살을 타다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됐다. 그러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이민청 설립 법안은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김 소장은 "현재 이주 관련 업무는 10여 개 부처로 나누어져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만큼 흩어진 부처 업무를 모으는 의미에서 이민청 설립은 중요하다"며 "여기에 이민청이 지향하는 이민 정책의 내용과 방향 또한 매우 중요한데, 사실상 이주민의 90%는 노동자인 만큼, 이주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주들의 태도와 인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차별과 부당 대우를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김용철 소장은 "산업인력공단이나 고용센터 주도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체 업주 또는 이주노동자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고용허가제 실무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법률과 노동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2024-09-24 22:37:09
[구인(求人)] "제조업체 가란 말이 '모욕'이 된 세상…" 지역 제조업계 구인난 심각
이달초 오전 11시쯤 찾은 달성1차산업단지 내 한 비닐 제조업체. 컨테이너 건물로 들어가니 350㎡ 상당의 넓은 제조 현장이 펼쳐졌다. 3m는 훌쩍 넘는 압출기 12대가 띄엄띄엄 들어서 있고, 곳곳에 기다란 원통형 비닐들이 쌓여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현장 근무자들이 비닐 제조 기계에 원료를 넣고, 제품이 나오면 자르고 포장해서 옮기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곳 넓은 현장에서 작업 중인 직원은 한국인 1명과 필리핀 1명 등 2명에 불과했다. 전체 직원은 9명으로, 현장 인력은 오전, 오후, 야간 각각 2명씩 모두 6명뿐이다. 한 타임에 작업자가 2명뿐이니 가동률은 30% 수준에 그친다. 관리, 경리 업무는 업체 사장의 아들과 아내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구인난을 겪는 업체 사정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이어졌다. 현장 내부 온도는 36℃에 달할 만큼 후끈했지만, 냉방시설이라곤 작업 현장과 멀리 떨어진 이동식 에어컨 하나뿐이었다. 이날 만난 오전 작업자 2명은 더운 내부 열기에 작업복을 제대로 입지도 않고, 반 팔·반바지 차림으로 작업 중이었다. 현장 옆 건물 내 사무실과 사장실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에 의존했다. 업체 사장 A씨는 "요즘은 젊은 사람 대부분 대학을 나왔고, 그런 이들에게 제조업체 취직하라고 하면 모욕이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외국인조차 뽑기 어렵다. 현재 일하는 3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뽑는 데 1년 정도가 걸렸다. 1명을 추가로 구하는 중인데 고용센터에 신청해 1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으나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이 모자라 모든 일을 떠안은 소규모 제조업체 사장들은 고사 직전이다. 직원이 갑자기 관두면 사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영세제조업 업체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내몰려 있다. 규모가 작을수록 젊은 내국인 채용은 기대하기 어렵고, 외국인을 고용해 빈자리를 겨우 채우는 실정이다. 6일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구 5인 미만 제조업체의 미충원율(구인 대비 미충원 비율)은 7.4%로, 전체 산업(3.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대구의 5~9인 미만 제조업체의 미충원율은 14.7%, 전체 산업(4.5%)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실장은 "사실상 영세한 제조업체들은 사장 1명이 운영하는 1인 기업과 다름이 없는 셈"이라며 "사장이 업무에 시달려 채용을 진행하기도 힘들고, 생산성이 떨어져 들어오는 일거리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신규 설비를 도입하지 못해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2024-09-23 18:30:00
[구인(求人)] "가족이 다 덤벼도 역부족" 외국인 근로자도 아무나 못 구한다
한 나라 국력의 기초로 일컬어지는 제조업계가 구인난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대구 지역 산업단지 내 제조업체들은 수도권으로의 인력 유출까지 더해져 고사 직전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생으로 인력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외국인고용법 등을 개선해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시 모집에도 바람만 날리는 현장 성서공단에서 20년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고윤희(가명·60) 대표는 1년에 설날과 추석 딱 2번밖에 쉬지 못한다. 주말도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느라 거의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사무실 안에서 만난 고 씨의 왼쪽 눈은 굉장히 충혈돼있었다. 직원 수는 고작 4명뿐으로, 3명이 더 필요한데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2년 전부턴 윤희 씨의 남편과 아들까지 공장 일을 돕고 있다. 고 대표는 "지난해 5~6번 공고를 냈는데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뽑았다"며 "올해도 계속 구인 중이지만 채용이 너무 힘들다. 내국인은 최저임금보다 20만~30만원 더 준다고 해도 일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부족 인원' 규모를 살펴보면, 5인 미만 영세업체의 어려움이 잘 나타난다. 부족 인원은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필요한 인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를 말한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구의 5인 미만 제조업체의 부족 인원은 932명으로, 600명대인 100인 미만 사업체와 비교해 1.5배가량 많다. 제조업체 사장들은 잦은 직원 교체에 따른 불량률 증가, 아울러 본인과 가족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데서 느끼는 피로감을 호소했다. 고 대표는 "20년간 납품해온 거래처에서 최근 불량품 발생에 대한 책임으로 3천만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해 곤란한 상황이다. 차라리 회사를 접고 가족과 함께 아르바이트하면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3D 업종'이라는 인식으로 청년들 사이에서 제조업을 경시하는 분위기도 원인으로 꼽힌다. 100여 명의 직원을 둔 제조업체의 한 실장은 "구인난은 항상 있었지만 3~4년 전부터 부쩍 심해진 것 같다. 요즘은 산업기능요원 지원자조차 거의 없다"며 "젊은 지원자 중엔 면접확인서에 사인을 받기 위해 지원하는 '유령 지원자'도 많다. 구직 노력을 인정받아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희 경북연구원 전략연구실 실장은 "영세한 업체일수록 부족한 인원 1명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젊은 층은 자신의 학력에 상관없이 직장을 고르는 기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작은 업체일수록 근무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어, 특히 제조업계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달성산업단지에서 차량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주상훈(가명·63) 대표는 "직원 18명 중 10명이 모두 외국인"이라며 "업무 강도가 높아 젊은 내국인은 오래 버티지 못해 무조건 40대 이상만 뽑는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부 업종에 대해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조업과 광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의 일손 부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다. E-9(비전문취업)과 H-2(방문취업) 비자를 발급받은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중소 제조업 등에 종사할 수 있다. 이들은 내국인과 같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적용받는다. 법무부의 등록 외국인 통계(6월 말 기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E-9·H-2 체류 자격자)는 최근 3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의 외국인 근로자는 2019년 8천477명에서 2020~2022년 사이 7천483→5천898→5천522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6천706명으로 반등했다. 올해는 7천66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편입된 군위군(347명)을 제외해도 전년 대비 600여 명이 늘었다. 구‧군별로 보면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달성군(2천924명), 달서구(2천770명), 서구(747명), 북구(650명) 등에 많았다. 제조업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E-9은 7일, H-2는 14일 이상 각각 내국인 채용 공고를 앞서 게시하고, '구인노력증명서'를 해당 고용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내국인 채용을 위해 노력했음을 입증하는 것. 주 대표는 "애초에 구하기 어려운 내국인 채용 공고를 내며 시간을 허비하다간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인력시장에서 하루 일당 주고 일할 사람을 구하거나, 도급제로 외부 인력을 빌려와 일을 시키며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외국인고용허가팀 관계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곳을 외국인으로 대체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내국인 보호가 전제돼야 하므로 그러한 절차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장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많이 제기돼 내국인 채용 공고 기간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숙해질 만하면 본국으로… "고용 기간 늘려 달라"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력을 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데도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최근 전체 직원의 33%에 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그중엔 10년 가까이 일한 숙련공들도 있었다. 비자가 만료된 외국인들을 고용하다가 단속에 걸려서였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상 허가가 없는 외국인을 채용했다가 적발되면 3년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없게 된다. A대표는 "워크넷(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에서 살펴본 내국인 이력서는 책 한 권 분량이나 된다.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내국인을 구할 수 없었다. 6개월 동안 주말도 없이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하고, 다른 관리자들도 토요일까지 출근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외국인 근로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 숙련공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E-9, H-2 근로자는 최초 입국 후 3년간 머물 수 있다. 체류 기간 만료 후 1년 10개월 추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4년 10개월까지만 국내에 머무를 수 있다.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 입국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현지 경쟁이 치열해 재입국이 쉽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 기한 없이 체류할 수 있는 E-7-4(숙련기능인력) 비자가 있다. 하지만 연간소득과 숙련도, 학력, 한국어 능력 등을 종합 평가하기 때문에 비자를 얻기가 쉽지 않다. 올해(6월 말 기준) 대구 내 E-7-4 체류 자격자는 514명으로, 같은 기간 E-9 체류 자격자(7천135명)의 7%에 그친다. A대표는 "외국인이 꾸준히 일할 의향이 있고 업체도 그를 계속 쓰길 바라는데, 기한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뽑아 쓰는 건 모두에게 손해"라며 "이들을 더 오래 고용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가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허가제 배점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상에선 내국인을 많이 고용한 사업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기숙사를 설치하면 가점을 주는데, 영세한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경제학박사는 "영세제조업과 건설업은 국내 근로자 채용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고용허가제 가점 기준의 점수 비중을 조정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기숙사 설치가 어려운 업체의 경우, 교통비 지원, 식사 제공 등 다른 형태의 복지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2024-09-23 18:30:00
[고속버스 안전 빨간불] "교통안전을 위한 지원과 인력 확충이 당장 절실해"
'국민의 발'인 고속버스가 안전 위험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서며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젠 한계상황에 놓였다. 기사 부족으로 인한 저숙련과 고령화, 노선 축소 등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중교통 안전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재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교통안전을 최우선…인력 수급이 실마리 고속버스 업계가 처한 가장 큰 위기는 운전할 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인력난으로 인해 고속버스 업체들은 이미 퇴직한 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거나, 이제 막 면허를 취득한 저숙련 운전기사들을 현장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 남아 있는 기사들은 고강도 근무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려운 환경에 내몰리면서 승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과 안정적인 인력 수급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 고속버스 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대형 운전 경험 3년과 사고경력을 깐깐하게 봤지만, 요즘은 거의 경력이 없어도 대형차량 면허증만 있으면 채용하고 있다. 퇴직한 기사도 다시 불러들일 만큼 기사 부족이 극심하다"며 "항상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사고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돼 교통사고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속버스 업체들과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동조합 등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인건비 상향, 숙박 및 휴게시설 등 각 터미널을 이용한 복지시설 확충 등 고속버스 운전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아울러 부족한 교육시설 확충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현행법상 사업용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해당 자동차 운전경력이 1년 이상이거나 국토교통부 또는 지자체장이 지정·고시한 양성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현재 교육시설은 경기도 화성과 경북 상주 두 곳뿐이다. 이로 인해 1회 교육 가능 인원이 한정돼 있어 교육 신청 후 2~3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게다가 상주는 교육비, 식비, 숙박비를 교육생이 부담해야 해 화성으로 인원이 몰리는 등 교육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고속버스운송조합은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와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애로 상황과 지원 확충안 등을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속버스 업계의 애로와 재정적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확인했다. 당장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선 개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마련 중인 개선안…현장에선 "글쎄" 국토부와 관련 부처들이 고속버스 안전과 업계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5월부터 한국교통연구원과 '시외·고속버스 운영 및 지원 체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번 용역은 철도가 닿지 않는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민의 광역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속이 필요한 노선에 대해 지원책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르면 내년 2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필수 노선 선정 기준을 마련, 지역별 필요한 노선은 수익과 상관없이 재정을 투입해 유지할 계획이다. 주요 방안으로 ▷총비용입찰제 및 최저보조금입찰제 ▷수입금 정산방안 ▷국토부와 지자체 재정 분담 등의 연구가 이어진다. 다만 적자 지원이 아닌 지원 규모 최소화를 위한 운행 효율성 제고 방안 마련이란 단서 조항이 있어 필수 노선 기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앞서 2019년부터 운전인력 양성사업도 진행 중이지만 실효성을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4억원을 투입해 군경운전자격 취득을 지원했지만 실제 취업률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지난해부터 예산 1억원이 삭감됐다. 지난해 8월에는 국민의힘과 정부 관계 부처가 당정협의회를 통해 '버스-터미널 서비스 안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방안에는 버스 운전기사 지원자들이 조속히 현장에 투입되도록 대형면허 취득부터 교육과 채용으로 이어지는 '원스탑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운행 안전을 위해 디지털운행기록장치(DTG)를 분석해 기사에게 적정휴식을 부여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비롯해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운전지원시스템 장착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고속버스 업계 등 현장에선 인력 부족 해소와 기사 처우 개선 등 근본 대책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시내‧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등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제일 큰 문제는 지원 인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근 준공영제 시내버스와의 운전기사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선 양성 교육 강화와 필수 노선 지원 방안 등은 실효성이 낮은 대책일 뿐"이라며 "기사들 근무 환경이 나아질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면서 인력을 늘려가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급한 직접 지원과 장기적 인력 수급 체계 대중교통 노선 중 고속버스에 대한 재정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우선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단기 지원이라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바로 공공성 때문이다. 철도가 없는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대체 불가능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고속버스의 필요성은 최근 KTX 열차 사고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18일 동대구역에서 경주역으로 가던 KTX 열차 바퀴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해 서울과 부산으로 가는 양방향 열차 100여 편이 지연 운행됐다. 이에 고속버스가 추가 편성으로 긴급 투입돼 승객 수송을 담당했다. 아울러 고속버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인력 수급 시스템이 요구된다. 인구소멸 위기로 국내 인력만으로는 원활한 기사 수급이 어려운 만큼 외국인 인력 도입 제도 대한 방안을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고속버스 운전은 일반 제조업 등과 달리 면허취득 및 경력 등 사전 준비기간으로 2~3년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경우 입국 후 준비기간 동안 소득 없다는 한계가 있다. 교통안전과 관계된 만큼 기초적인 언어 습득과 안전교육도 필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외국인 진입 장벽 완화와 몽고‧베트남 등 현지 기사 양성 센터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버스운송업에 대한 체류자격 부여 ▷고용허가제 업종 확대와 체류 기간 연장 ▷대형면허 취득기준 완화 및 상호인정 국가 확대 ▷국내‧외 버스운전인력 양성‧교육센터 설립 등이다. 실제로 버스 기사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경우 태국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등 20개국 외국어로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기도 했으며, 기사를 외국인 특별 재류 자격 조건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내버스와 같이 시외‧고속버스도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 등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기에 최소한의 교통안전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핵심 요구다. 극심한 인력난으로 경력이 부족한 기사들이 운전대를 잡은 탓에 시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인근 준공영제 시내버스와의 임금‧처우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기사 확보를 위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의 업체 지원이 어렵다면, 운전기사 개개인에게 지원해서라도 교통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류대선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조 위원장은 "기사가 부족한 현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고속버스 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처우 개선을 위해 기사에 대한 직접 지원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외국인 기사 양성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9-19 17:44:54
[고속버스 안전 빨간불] 저숙련·고령화 심화…기사 부족으로 안전‧이동권 위협
고속버스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몇 해 사이 교통사고가 늘어나면서 인력난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도 상승과 경력 부족으로 인한 운전 미숙 등이 승객 불안을 높인다. 전국을 잇는 '모세혈관'과 같은 노선도 점차 줄면서 국민들의 이동권 제약도 현실화하고 있다. ◆"5년 안에 고속버스 기사 씨가 마른다!" 지난달 21일 오후 1시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식당가로 향하는 길목 한쪽 게시판에 고속버스 승무원 모집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학자금 전액 지원, 임직원 종합검진, 주택자금 대출 등 혜택도 내세웠다. 하지만 해당 고속버스 업체로 지난 두 달간 지원한 인원을 고작 3명뿐이었다. 그마저도 일부는 요건 미달로 채용을 할 수 없었다. 터미널 외부로 나가 한쪽의 3층 높이 건물로 향했다. 이곳은 고속버스 기사들의 숙소였다. 고속버스 업체마다 방 2~3개씩을 숙소로 꾸몄다. 방에는 군대 훈련소 내무반 느낌의 침상이 놓여있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 하나가 딸려있었다. 침상에는 기사들 제복이 걸려있었다. 해가 들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기사 한 명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기사마다 드나드는 시간이 달라 잠을 깊이 들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코골이가 심한 기사들을 위해 아예 코골이 전용 방도 마련돼있었다. 그나마 이곳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방에는 임대한 모텔에서 자는 등 숙소 환경이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로 고속버스 업계의 인력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인력 부족에 따른 버스 감차, 노선 폐지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향후 5~6년 이내 고속버스 기사가 상당수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특히 준공영제 시행으로 노선 운영 적자분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시내버스와는 달리 시외‧고속버스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도시 준공영제 지역의 기사 임금이 대폭 인상되자,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준공영제 시내버스로 기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고속버스 운전기사 2022년 2천352명에서 올해(4월 기준) 2천88명으로 줄었다. 현재 필요한 기사 정원 2천253명에 165명(7.3%)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퇴직한 기사는 811명인데 비해 입사자는 385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그만둔 기사 가운데 대다수인 74.2%는 중도 퇴사자다. 나머지 25.8%는 정년을 마친 기사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고속버스 기사 중 50~60대 비중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정년을 마칠 때쯤이면 인력난이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4월 기준) 전체 2천88명의 기사 중 50대가 1천304명으로 62.5%, 60대가 125명으로 6%를 차지했다. 한 시외‧고속버스 업체 대표는 "근로 조건을 개선하려 해도 준공영제가 시행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운송 수입만으로 운영하는 시외‧고속버스는 임금인상이 어렵다. 시외‧고속버스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적자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수입이 없으니 기사들 복지와 처우 개선이 힘들다. 손실보전·준공영제의 시내버스와 달리 시외‧고속버스는 지원이 사실상 없다. 회사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면 인력 확보를 위해 기사 개개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강도 업무‧저숙련 기사…사고 우려↑ 고속버스 운전기사 인력난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기존 기사들은 점차 고령화하는 가운데 업무가 과중 되고, 그나마 채용한 기사들도 운전경력이 부족한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고속버스 업체들은 운전기사 지원자가 적다 보니 경력 조건 등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10여 년 전 고속버스 기사가 선호되던 직업일 때는 경쟁률이 높아 대형차량과 버스 운전경력 3년 이상, 사고 이력 검토 등 문턱이 높았다. 현재는 정년을 넘긴 기사를 재고용하거나, 대형면허나 버스운송 자격증만 있어도 경력과 상관없이 지원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대중교통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9년을 기점으로 21~30세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1년 미만의 저경력 기사 비율도 2021년 0.18%에서 지난해 2.91%로 늘었다. 아울러 안정적인 근무 형태인 '2일 근무 1일 휴무' 비율은 2019년 65.6%에서 지난해 32.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타(탄력 근무 등)가 34.4%에서 56.7%로 상승하는 등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현장에선 인력 부족으로 남은 인원들의 근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장시간 운전에 따른 졸음과 집중도 저하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경력이 부족한 기사들의 운전 미숙도 사고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지난달 수원에서 원주로 향하는 버스 기사가 계속 졸면서 운전하는 모습이 승객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고속버스 업계 관계자는 "고속버스 운전은 빠른 속력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속도로의 각종 돌발 상황(다른 차량의 추돌 등)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한 만큼 경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사가 부족하니 예전처럼 운전경력과 사고 전력을 깐깐하게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연간 2천만 명 수송, 국민 이동권 축소 노선이 정해진 고속버스는 기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필수다. 하지만 운전할 기사가 없다 보니 버스 감차와 노선 감소로 이어지고 승객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진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연간 2천만 명의 승객들은 대중교통 선택권과 이동권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90~2000년대 2천200여 대였던 고속버스는 올해는 1천250대(감차 계획 반영)까지 줄었다. 승객도 2000년대 초 4천만 명대에서 지난해 1천917만 명에 그쳤다. 특히 고속버스 8개 업체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이후 3년간 노선 수가 260개에서 191개 노선으로 대폭 감소했다. 폐지된 노선 중 대구경북권은 동대구~충주, 부산~구미, 고양~동대구, 대전~경주, 동서울~구미, 동대구~영주, 동대구~제천, 서울~김천, 대전~포항, 동서울~대구 등이 있다. 고속버스는 중간 정차지 없이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만큼 시간도 더 단축할 수 있다. 목적지에 따라 열차가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고속버스가 맡고 있어 승객들은 필요에 따라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결국 고속버스 노선이 줄어드는 만큼 승객들의 이동권과 교통 선택권이 사라지는 셈이다. 김용성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고속버스는 철도 대체 대중 교통수단으로 역할이 중요하다. 철도가 없는 곳들은 고속버스가 없어지면 지역 간 이동이 위축된다. 지역민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속버스도 대중교통으로서 공공성을 지닌 만큼 다른 교통 수단과의 형평성에 맞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회사 지원이 어렵다면 기사 개개인에 대한 지원이라도 이뤄져야 시민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2024-09-18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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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인데 어쩌라고"…초등생 폭행하고 담배로 지진 중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