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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춘추] 꼭 해야 하는 일, 다시 묻다

    [매일춘추] 꼭 해야 하는 일, 다시 묻다

    사람이 살아가며 '꼭 해야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아주 어릴 적엔 그 질문이 단순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는 것, 부모의 품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꼭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은 점점 늘어난다. 학생이 되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하며,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자연스레 주어진 임무가 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소위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해야 하는 일'의 범주는 이제 생존을 넘어 '사회적 생존'을 포함한다. 단정한 외모와 헤어스타일은 기본이며 피부관리, 체형 유지와 멋스러운 의상, 때로는 교양 있는 대화까지도 사회적 생존에서 자기 관리의 영역이 된다. 과거에 단순히 머리를 깨끗하게 손질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면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유행을 놓치지 않는 감각을 유지하며, 단정한 인상을 위해 헤어라인 제모까지 감수하며 심지어는 탈모방지를 위해 병원에 다니는 것까지—이 모든 것이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진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자기 관리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타인의 시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외모, 말투, 태도, 교양이 모두 평가의 대상이 되고, 나의 기준과 타인의 기대 사이에서 중심을 잃어간다.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이토록 많은 일들을 '꼭 해야만 한다'고 믿게 되었을까? 그것이 정말로 삶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일인지, 아니면 사회적 압박 속에서 생겨난 허상인지 묻게 된다. 내 하루의 중심은 가족, 소중한 관계, 그리고 나의 성취에 있는데, 정작 그 에너지가 과하게 분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이유를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한 사람이지만, 그 선택의 이면에는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자 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우리 모두가 그처럼 살 수는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조명을 어디에 비출 것인지는, 결국 나 자신만 결정할 수 있다. 우리 각자가 '자기 삶의 예술감독'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용기. 외부의 기준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삶을 다시 구성하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자기관리 아닐까 생각한다.

    2025-04-13 12:07:14

  •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 파리와 런던, 센강과 템즈강을 따라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 파리와 런던, 센강과 템즈강을 따라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은 시간을 거슬러 흐르는 생명선이며, 도시의 숨결이 깃든 역사의 증인이다. 센강은 파리와, 템즈강은 런던과 이야기하며 과거에서 현재로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센강을 거닐면 파리 특유의 낭만이 끝없이 전개된다.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이 물결 위로 어른거리며 예술과 역사라는 한 편의 시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템즈강에서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운 모습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마주한다. 세인트폴 대성당이 보여주는 전통과 고층 빌딩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혁신의 스카이라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의 힘을 보여준다. 유람선 위에서 두 도시를 바라보며 과거과 현재가 교차되는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센강에서 바라본 파리 센강은 파리의 동맥이다. 유람선이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다다르자 그 위엄에 센강이 숙연해졌다. 고요함 속에서 2019년 대성당의 상징인 첨탑을 삼켜버렸던 큰 불길이 떠올랐다. 하지만 불꽃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희망의 불씨는 세심한 복원 과정을 기다렸고 노트르담은 다시 센강의 품으로 돌아왔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는 2008년 불길에 휩싸였던 숭례문을 생각나게 했다. 비슷하게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노트르담이 프랑스인들에게 건축물이 아닌 파리의 정신이었듯, 숭례문 또한 한국인들의 그것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숭례문은 불길 속에서 사라지는 듯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복원되어 기억과 자부심을 되찾는 소중한 과정이 되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퐁네프(Pont Neuf)가 센강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16세기에 완공된 이 다리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다. 오랜 세월 동안 늘 새로운 모습으로 센강의 역사가 된 것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보수중이던 모습이 때로는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강위의 조각 구름이 된 퐁네프는 고풍스러운 파리의 매력을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리는 마력이 있었다. 유람선이 센강의 물결을 가르며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 아래로 다가갔다. 1896년 프랑스와 러시아의 동맹을 기념해 착공되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EXPO 1900)에 맞춰 개통된 이 다리는 화려한 황금빛 조각과 우아한 곡선미로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의 건축적 정수를 담은 예술작품이었다. 특히, 밤이 되면 다리를 장식한 화려한 가로등이 켜지며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에 등장하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의 힘은 영화와 그림속에서도 주인공이 되고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유람선은 자유의 여신상이 바라보는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를 지나갔다. 뉴욕의 웅장한 자유의 여신상과는 달리 파리의 자유의 여신상은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미라보 다리를 보자마자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구절이 떠올랐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그의 시가 깃든 다리 아래로 시간이 흐르고, 문학이 띄워지고 있었다. 해가 저물고 센강이 어둠에 잠기자, 강물은 점점 짙어지고 고요함이 더해졌다. 그 순간,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황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하는 에펠탑. 빛을 머금은 에펠탑의 모습은 강 위에 은은한 낭만을 선사하며, 생동감을 더하고 밤의 정취를 완성했다. 1889년, 많은 논란 속에 건설된 에펠탑이었지만 이제 에펠탑 없는 파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처음엔 낯설거나 거부감을 주던 대상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결국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심리학적 현상! 이것이 바로 '에펠탑 효과'이다. 브랜드 전략에서도 에펠탑 효과는 적극 활용된다. 스타벅스는 매장, 텀블러, 머그컵 등 다양한 곳에 자사 로고를 노출시켜 소비자에게 친숙함을 심어준다. 코카콜라는 슈퍼마켓과 편의점에 전용 냉장고를 배치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드라마 PPL(Product Placement) 역시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며, 유튜브와 SNS 광고에서 활용되는 리타겟팅(Retargeting)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익숙함이 친밀감을 만들고, 친밀감이 호감을 낳는 마케팅이다. 유람선에서 내려 트로카데로 광장(Le Trocadero et son esplanade)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1월의 바람에 얼얼해진 볼을 달래기 위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고요하고 몽환적인 하얀빛으로 도시를 잠재우는 자정 무렵 시작되는 화이트 에펠(White Eiffel)을 기다리며. ◆템즈강에서 바라본 런던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로 런던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 Park)로 향했다. 차가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겨울의 고요 속에서도 생동감 있는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호수 위로는 런던아이(London Eye)의 커다란 휠이 반짝이며 비쳤고, 그 주변을 수많은 백조가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검은 깃털을 가진 블랙스완도 눈에 띄었고,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 오리들이 엄마 백조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고전 동화 속 장면처럼 사랑스러웠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평온한 산책을 하고 빅벤(Big Ben)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의 웅장한 첨탑이 점층법처럼 시야로 들어오니 여기가 런던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런던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묵직한 시간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세월의 품격을 지닌 채 당당히 서 있었다. 템즈강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로 강변이 가득 차 있었다. 런던의 심장처럼 힘차게 뛰는 에너지였다. 빨간 공중전화부스 앞에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전화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 회색 구름이 드리운 하늘 아래 선명한 붉은 공중전화부스는 불꽃처럼 빛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 도로 건너편에서 빨간색 뉴 루트마스터(New Routemaster) 버스가 다가왔다. 토마스 헤드윅(Thomas Heatherwick)이 디자인한 이 버스는 전통적인 런던의 2층 버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로, 클래식한 감성과 혁신적인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외관과 개방형 플랫폼 덕분에 뉴 루트마스터는 런던 도심을 더욱 편리하고 세련되게 연결하며, 또 하나의 붉은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략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이 버스는, 런던시 교통국(TfL)이 '런던의 아이콘을 재탄생시키다' 라는 컨셉으로 홍보하며 과거의 낭만과 현대적인 효율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특히 '런던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통해, 뉴 루트마스터는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이 버스는 런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며 관광객은 물론 런던 시민들에게도 필수 체험 코스가 되었다. 템즈강은 파리의 센강보다 강폭이 넓어서 자신감 가득하고 매너 좋은 신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강은 역사를 존중하는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런던의 역사를 한 조각씩 담고 있었기에 나는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유람선에 올랐다. 2층으로 올라서자 웨스트민스터 브리지(Westminster Bridge)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초록색으로 칠해진 이 다리는 영국 하원의 상징색을 반영하며, 빅토리아 시대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옆에는 웅장한 빅벤이 도시의 시간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우뚝 서 있었고, 유람선은 점차 런던아이 방향으로 나아갔다. 2000년 새천년을 맞아 세워진 이 거대한 구조물은 천체를 관측하는 호기심 많은 눈이 되어 런던의 현대적 감각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어 유람선은 '여성의 다리'라는 별칭을 가진 워털루 브리지(Waterloo Bridge) 아래를 지나갔다. 이 다리는 2차 세계대전 중 남성 노동력이 부족했던 시기에 여성 노동자들이 건설한 것으로, 그들의 헌신과 강인함을 품고 있었다. 강 위에 우뚝 선 다리는 그날의 고된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듯했다. 강을 따라가다 보니, 물 위로 고개를 내민 듯한 사자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런던 시내로 강물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이 사자상은 오랜 세월 동안 도시를 지켜온 수호자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템즈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에 시선이 닿는다. 동요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속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곳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이 다리는 로마가 영국 지역을 점령했을 때 처음 세워졌다. 하지만 유속이 빠른 템즈강은 수백 년 동안 건축가들의 도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센 물살로 다리를 흔들었다. 동요 가사처럼 철, 은, 금까지 동원되었으나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이 다리에 가장 잘 어울린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런던 브리지는 오랜 역사를 견뎌낸 다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로마인들이 세운 목재 다리에서 시작해 석조, 강철, 그리고 현대 공학까지 다리는 끊임없이 리브랜딩 (Rebranding) 되며 인간의 끈기와 도전 정신을 증명해 왔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소박하지만, 다리에는 수없이 반복된 실패와 성공의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내재하고 있다. 이제는 다리 아래 새겨진 글자들만이 그 역사를 말해주지만, 런던 브리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유지하며 여전히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하선 후 타워브리지(Tower Bridge)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타워브리지는 현대적인 가동식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고딕 복고 양식의 화려한 첨탑을 자랑하는 런던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다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타워브리지를 런던 브리지와 혼동하곤 한다. 파란색과 흰색으로 장식된 철제 구조물은 묵직한 석조 건축과 조화를 이루며 웅장함을 드러낸다. 특히 두 개의 거대한 탑은 중세 시대 요새를 연상시키며, 템즈강 위에 우뚝 솟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타워브리지는 웅장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라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기품 있고 장엄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정교한 디자인과 세심한 장식이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다리 위 유리 바닥 전망대에서 템즈강을 내려다보니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래로 지나가는 배들과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템즈강과 함께해온 런던의 매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를 건너 테이트 모던(Tate Modern)으로 향했다. 오래된 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은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그 자체로 런던의 예술적 정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한때 런던의 심각한 환경 오염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과거 테이트 모던이 위치한 뱅크사이드 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며 심각한 대기 오염을 유발했고, 이로 인해 런던은 '안개의 도시(Smog City)'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템스강 역시 산업화로 인해 오염이 극심해지면서 한때 '죽은 강'이라 불릴 정도로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런던은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지속적인 환경 개선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뱅크사이드 발전소가 폐쇄된 후 이를 친환경적인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은 브랜드 리포지셔닝(Brand Repositioning) 전략과 함께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메시지까지 전달함으로써 테이트 모던은 친환경적 이미지와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공간 변화를 넘어, 런던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며 현대적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지속 가능한 예술과 환경이 공존하는 런던의 모습에서 스모그로 가득했던 오염된 도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잔잔한 물결 위에 반사된 불빛은 템즈강을 단단히 빛나게 했다. 나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멈추고, 전통이 흐르는 템스강을 바라보며 런던의 밤과 작별했다. 파리와 런던 여행은 강이 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런던의 템즈강처럼 빠르고 역동적인 자세로 때로는 파리의 센강처럼 조용하고 느긋하게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태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2025-04-13 11:01:03

  • [사설] 한숨 돌린 관세 전쟁, 차분하게 실효적 대응 전략 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 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90일간 유예(猶豫)를 발표했다.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는 그대로이며, 나머지는 10% 기본 관세만 부과한다. 보복 관세로 대응한 중국에 한해선 관세를 104%에서 125%로 올렸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트럼프의 전략이 우리에게 한숨 돌릴 여유를 준 것은 틀림없다.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무차별적 관세 전쟁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터져나오자 일단 전선(戰線)을 중국으로 국한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는 6월 3일 대선을 거쳐 새 정부 출범 후 대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다. 물론 미국이 속전속결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한 풍선효과도 우려스럽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산 덤핑 제품이 한국 등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원스톱 쇼핑'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무역 및 관세뿐 아니라 안보 등 다양한 현안(懸案)들을 함께 다루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부담액) 증액과 주한미군 주둔 등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집권 1기 때에도 '수십억달러'(수조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한 바 있다.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원하는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하자는 뜻이다. 우리로선 유예 기간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협상을 지켜보며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腹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비관세 장벽 철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이다. 이에 대응해 우리가 내밀 확실한 전략적 카드를 찾아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건립 및 우라늄 농축 시설 확보 등도 언급할 만한 사안이다.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막판까지 협상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 동시에 충격을 최소화할 대비책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2025-04-11 05:00:00

  • [사설] 종북 단체에 사드 기밀 넘긴 文정부, 간첩죄 개정 주저하는 민주당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사드 설치 관련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밀이 어디로 누설됐는지 경악 그 자체다. 서 전 차장은 8차례에 걸쳐 사드 반입 시기 등을 시민단체에 알려 주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데 시민단체라는 곳에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범민련)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1997년 우리 대법원이 이적단체라 판결한 바 있다. 범민련 구성원에는 비전향 장기수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전과자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김일성 주체사상 등 지령 하달은 물론 북한 지도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선전기구 역할도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 방안의 당위성을 설파(說破)해 온 종북 단체로, 지난해 북한의 대남 기구 정리 때 포함된 단체였다. 북한에 관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이력은 그렇다손 쳐도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사드 설치 관련 기밀을 종북 단체에 넘긴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기밀 누설을 지시했다는 건 허투루 볼 게 아니다. 국가 중대사 결정의 정점인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이적행위로 나라를 어지럽힌 죄를 따져 물어야 한다. 형법 98조 간첩죄 조항 개정을 주저(躊躇)하며 법사위에 계류시킨 것도 민주당이다. 법안 악용 가능성을 들어 신중히 논의할 것을 주장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다.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최근 1년 사이 중국인의 군사시설 촬영 등으로 보안 당국이 적발한 건수가 5건이라고 한다. 지난달에는 우리 공군 기지 여러 곳에서 수천 장의 사진을 무단 촬영한 중국인 10대 2명이 적발됐는데 1명의 부모가 공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신중한 검토'에 매몰돼 있는 사이 상대는 우리의 기밀을 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요 정보가 얼마든지 북한에 넘어갈 수 있어도 적용 범위를 북한에 한정한 건 안보 자해이다.

    2025-04-11 05:00:00

  • [사설] 조기 대선 정국에 휩쓸린 TK 현안 걱정이다

    대구경북(TK) 주요 현안들이 조기 대선(大選)의 풍랑(風浪)에 휩쓸렸다. 특히 현안들을 진두지휘했던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모두 대선에 뛰어들면서 신공항 건설, 행정통합 등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주요 현안들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정부 부처의 정책과 맞물려 있다. 그만큼 시·도지사의 정치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TK 현안은 ▷TK신공항 건설 ▷TK 행정통합 ▷대구 취수원 안동댐 이전 ▷대구 군부대 통합 이전 ▷경주 APEC 정상회의 추경 편성 ▷산불피해지원 특별법 제정 등이다. 신공항의 경우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투입 여부도 확정되지 못했다. 공자기금 투입 근거를 담은 TK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심사도 중단 상태다. 취수원 이전 역시 관련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처럼 힘겹게 진행되던 지역 현안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정국으로 표류(漂流)하고 있다. 홍 시장의 중도 사퇴에 따른 대구시의 권한대행 체제도 정부·국회와 협의에서 취약점(脆弱點)이 될 수 있다. 특히 행정통합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행정통합을 이끌던 홍 시장·이 도지사의 동시 대선 출마로 내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이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두 단체장 중 누군가 대권을 잡는다면 상황은 반전될 것이다. TK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대선 정국은 물론 새 정부에서도 지역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도약(跳躍)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선 정국을 적극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대선 정국이라 해서 현안 추진에 손 놓으면 안 된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현안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에 반영시켜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처럼 TK신공항의 '국가 재정 사업화' 같은 담대(膽大)한 공약도 필요하다.

    2025-04-11 05:00:00

  • [관풍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선 출마 선언하며…

    [관풍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선 출마 선언하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선 출마 선언하며 "계엄과 탄핵으로 고통받은 분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고통을 끝까지 함께 나누고 더 많이, 더 오래 가져가겠다"고 언급.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는데….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헌재의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안 전원일치 기각을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며 박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요구. 국회의원 접고 헌재 재판관 하지 그러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권 행사가 타당한지를 따지는 헌법소원과 가처분 사건의 주심을 마은혁 재판관이 맡았다고. 마은혁을 민주당이 지명했으니 헌재 결정은 뻔하겠지.

    2025-04-11 05:00:00

  • [날씨] 4월 11일(금)

    [날씨] 4월 11일(금) "맑음"

    2025-04-10 18:44:55

  • [매일춘추-황영은] 이 땅의 아무개들

    [매일춘추-황영은] 이 땅의 아무개들

    몇 년 전에 항일 의병의 삶을 소재로 방영한 드라마가 있었다. 주연 배우들의 러브스토리도 엮어서 뼈아픈 의병들의 역사를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은 높은 시청률을 찍으며 당시 사람들의 입에 뜨거운 감자로 오르내렸었다. 그 드라마 속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지요.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어쩐지 이 대사는 오래도록 시간이 지나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구한말,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의병들은 서로의 이름을 몰랐다. 그저 강원도에서 온 박 아무개, 충청도에서 온 김 아무개로 불렸다고 한다. 당장 내일 목숨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곁을 내어준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가 혹여나 서로 운명을 다르게 한다면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동지의 이름조차 모르는 채로 고달픈 항쟁을 이어갔겠지. 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枕厥種子)라는 말이 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머리에 베고 죽는다는 뜻이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렵더라도 내일의 기대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의지이자 삶에 대한 처절한 애착으로 확대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중국 고사에서 유래된 이 말처럼 얼마 전, 화재로 숯검정이 된 삶의 터전 속으로 농민들은 다시 걸어들어가야만 했다. 놉을 해서 넓은 밭에 농작물의 모종을 심고 살아남은 과일나무의 가지 휘기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따금 까맣게 탄 산봉우리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도 또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굶어 죽을지언정 씨앗을 품어야 다음 세대를 위해 번영의 희망을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빼앗긴 조국을 지키려고 전국 각지에서 맨발로 달려왔던 아무개들. 위대하고 고귀한 그들에게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마땅하다면 활활 불타오르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든 우리들 또한 영웅이다. 몇 날 며칠 동안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을 지새우며 불과의 사투를 벌인 그 사람들에게 영웅이 아니라면 어떤 화려한 수식어가 어울리겠는가. 단언컨대 우리의 역사는 질기고도 질긴 민초들의 끈질긴 투쟁의 기록이자, 애달픈 생존의 발자취였다. 그때 산천을 지킨 의병들처럼 폐허가 되어버린 땅을 살려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 불타버린 산과 들에서 숯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도 농기구를 들고 다시 땅으로 걸어간 그들은 아무개의 후손인 농민들이었고, 우리 모두였다. 그러니까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냐 묻는다면, 이 땅을 지키는 영웅이 됐다고 말해주고 싶다.

    2025-04-10 09:16:45

  • [사설] 한덕수-트럼프 첫 대화, 경제 위기 돌파구 마련 계기 되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 동안 통화했다. 12·3 비상계엄과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급(頂上級) 대화였을 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 팀을 만들었던 이시바 일본 총리보다 대화 시간이 3분 정도 더 길었다. 당초 통화는 상견례 형식으로 짧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생각보다 길어졌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의미 있는 대화(對話)가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전화 통화를 했다. 그들(한국)의 최고 팀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상황은 좋다"고 알렸다. 미국 국민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기 자랑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전화 통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케빈 해싯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에서 한국·일본 같은 동맹(同盟)을 우선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과의 통화에서 관세,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방위비 분담금(分擔金)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518억달러나 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대책 없는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조선업 협력은 오히려 우리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업이다. 미국산 LNG 수입은 중동지역에 너무 편중된 에너지 수입원(收入源)을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의 분담금 대부분이 미군 부대 내 한국인 직원 인건비 및 국내 내수 경기와 연결된 부분에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 수준에서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고, 산업 생태계와 내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신속한 협상으로 위기를 되레 기회로 만드는 지혜(智慧)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5-04-10 05:00:00

  • [사설] 취업자 늘어도 고용 불안 심화, 대책 시급하다

    3월 취업자 증가가 19만 명에 이르면서 올해 석 달 연속 10만 명대 취업자 증가 폭을 기록해 고용지표는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제조업·건설업 취업자는 급감했고, 청년층 취업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 내수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면서 건설 경기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만5천 명이 줄었다. 2013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감소 폭이며, 11개월 연속 감소로 최장기간 감소세 기록도 깼다. 이런 기록은 앞으로 계속 깨질 전망이다. 고용지표는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後行指標)인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업 부진이 지금 고용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건설업 흐름이라면 고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도 같은 기간 11만2천 명 줄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11월(-11만3천 명) 이후 최대다. 제조업은 취업자 400만 명이 넘는 고용시장의 중추(中樞)다. 그나마 수출로 버텨 왔는데, 관세 충격의 여파가 본격화하면 제조업 일자리는 지금보다 훨씬 줄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세 영향에 따라 제조업 등 수출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관세 전쟁의 파장이 예상보다 충격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求人倍數)는 1분기 0.33에 그쳤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으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보다 악화됐다. 4년 연속 감소하던 청년층(15~29세) 장기(長期) 실업자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2월 '쉬었음' 청년은 무려 50만4천 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였다. 정부가 일자리 예산 신속 집행과 10조원대 필수 추경을 밝혔지만 상황을 반전(反轉)시킬 수 있는 묘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사회는 활력을 잃으며,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사회 갈등은 심화한다. 차기 정부로 떠넘길 수 없는 급박한 문제다.

    2025-04-10 05:00:00

  • [사설] '직무 소홀' 尹 동구청장은 사퇴하고 국민의힘은 사과하라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의 공적 책임감 부재가 심각하다. 윤 구청장은 지난해 업무 복귀(復歸) 의사를 밝혔지만, 정상적인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 소홀'이 2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윤 구청장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 한 시민단체가 윤 구청장이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어기고 무단결근을 일삼았고, 동구청이 이를 은폐했다는 이유로 구청장과 구청을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 감사(公益監査)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감사 청구 사항은 ▷윤 구청장의 무단결근 등 성실의 의무, 직장이탈금지 위반 ▷윤 구청장 및 동구청의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위반 ▷윤 구청장 및 동구청의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위반 ▷윤 구청장 및 동구청의 구청장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등 4건이다. 시민단체는 구청장의 직무 소홀이 지속되면 주민소환(住民召喚) 추진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 구청장의 직무 소홀 논란이 나온 것은 2023년 말이다. 구청장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날이 많았다. 구청 주요 회의는 물론 동구의회 임시회·정례회 등에도 불참했다. 참다못한 시민단체가 사퇴(辭退)를 요구하자, 지난해 11월 그는 연말까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면 '중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구청장은 이마저 지키지 않았다. 최근 동구의회가 '구청장 출석 요구'를 했으나, 그는 여기에도 응하지 않았다. 윤 구청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다. 동구청 안팎에서는 '구청장 부재'로 추진되지 못하는 현안들이 많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구정(區政)의 최고책임자가 없으니, 공무원들은 복지부동(伏地不動)하게 된다. 그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다. 게다가 윤 구청장이 시간을 끌면서 보궐선거로 새 구청장을 선출할 기회마저 사라졌다. 공직선거법상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는 시기(4·2 재보궐선거)가 지났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윤 구청장은 사퇴하는 것이 맞다. 그를 공천하고 사태를 방치한 국민의힘도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2025-04-10 05:00:00

  • [관풍루] 파면된 대통령 기록물 가운데 범죄 수사 관련 내용에 보호 기간 지정 못하게 하는 개정안 발의

    [관풍루] 파면된 대통령 기록물 가운데 범죄 수사 관련 내용에 보호 기간 지정 못하게 하는 개정안 발의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민의힘 당적 보유 논란에 대해 정청래 법사위원장, "나무위키에는 당적 있었다 기재돼 있는 것 같은데 잘못된 거냐"고 물어. 논란 제기는 박지원 의원이 했는데 책임 소재 흐리는 꼼수. ○…파면된 대통령 기록물 가운데 범죄 수사 관련 내용에 보호 기간 지정 못하게 하는 개정안 발의. 국민들은 2018년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건넨 USB 내용물이 더 궁금. ○…경북 산불 이재민에 구호품으로 온 물품 중에 못 쓰는 것들이 많아 지자체들이 처리 난감이라고. 설상가상 중고물품을 착불로 보내는 건 무슨 염치인지.

    2025-04-10 05:00:00

  • [날씨] 4월 10일(목)

    [날씨] 4월 10일(목) "곳에 따라 비"

    2025-04-09 18:44:59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93>삶의 유한함에 대한 구십 화가의 성찰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93>삶의 유한함에 대한 구십 화가의 성찰

    월전(月田) 장우성이 자신의 심경을 시서화로 드러낸 작품이다. 제목 '적광(寂光)'은 고요하고 빛나는 마음, 곧 깨달음을 이룬 상태를 뜻하는 불교 용어다. 사찰에 가면 적광전, 적광보전, 대적광전 등이 있어서 비로자나불을 모신다.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불의 화신(化身)이 바로 현세에 등장한 부처인 석가모니불이다. 1971년 가야산 해인사 대적광전을 보수할 때 들보에서 추사 김정희 글씨인 '중건상량문'(1818년)이 발견됐다. 아버지 김노경이 경상도관찰사로 이 일에 관여해 당시 33세의 김정희가 짓고 썼다. 김정희의 30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김노경, 김정희를 비롯해 불교와 가까운 유학자가 많았다. '적광'의 주제는 유한한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이다. 언젠가 닥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구십의 나이에 이르면 "고요함 속에서 빛나는 마음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까? 장우성은 벼루의 먹을 적신 붓으로 언덕 위까지 차지하고 올라간 무덤의 봉분들을 쓱쓱 그었고 잡초 몇 줄기도 그었다. 붓질이 몇 번인지 다 셀 수 있을 듯 간소하다. 붓을 눕혀 먹색을 아무렇게나 중첩한 어두운 하늘엔 그믐달이 걸렸다. 월전의 월(月)이 잔월(殘月)의 빛인 흑백이 전부인 적막함이다. 이곳은 죽음의 대명사인 북망산이다. 나이 구십의 문인화가가 죽음이 멀지 않다고 느끼며 붓을 든다면 이런 그림, 이런 시일 것 같은 작품이다. 〈strong〉북망산 언덕머리 삭풍은 차갑고〈/strong〉 〈strong〉무성한 가시덤불 남은 달이 밝네〈/strong〉 〈strong〉무덤 위를 달리는 도깨비불 번쩍번쩍 빛나고〈/strong〉 〈strong〉멀리 나무에선 부엉이 처량하게 운다〈/strong〉 〈strong〉적막한 외로운 넋 묵묵히 말이 없으니〈/strong〉 〈strong〉사바세계의 운명이란 한바탕 꿈이로다〈/strong〉 〈strong〉가소롭구나 인생이 결국은 환(幻)으로 돌아가는데〈/strong〉 〈strong〉달팽이 뿔 위에서 권세와 이익을 그리도 다투는구나〈/strong〉 〈strong〉신사년 봄 노월(老月, 늙은 월전)이 나이 구십에〈/strong〉 시는 더욱 북망산 언덕에 가까이 왔다고 느끼는 심정이다.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 중에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바니타스 정물화'가 있다. 해골과 뼈, 녹아 없어지는 중인 촛불, 썩어가는 과일 등을 그린다. 동양에는 이런 그림이 없었고 대신 신선도를 그려 불로장수를 염원하며 죽음을 외면했다. 인장은 '장씨서화(張氏書畵)', '월전장수(月田長壽)'다. 그런데 '장수' 위에 먹으로 점을 찍어 가렸다. 이제껏 써오던 한 벌의 인장을 찍어놓고 보니 이 나이에 장수를 바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여긴 것이다. '적광'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 드문 작품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5-04-09 15:46:47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유머와 통찰의 달콤 쌉싸름한 러브레터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유머와 통찰의 달콤 쌉싸름한 러브레터

    내게 도시는 언제나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영화와 도시의 관계성을 강의하고 책도 냈으며 틈나는 대로 도시이야기를 읽었으나, 예측 가능한 내용 이상의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작가이자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실력 있는 건축가 오영욱을 알게 되었다. 그의 저서 중 '변덕주의자들의 도시'를 가장 먼저 만났다. 세상과 사물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좋았다. 특히 상상의 시선을 공중으로 띄워 그렸다는 (초대형으로 출력해 걸어놓고 싶은) 부석사 일러스트에 넋을 빼앗겼다. 그의 후속작을 읽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는 건축을 경유해 거대도시 서울과 구성원의 욕망을 살피는 이야기다. 건축은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건축가. 오영욱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21세기 한국사회 주류의 목소리와 유사한 듯 다르다. 예컨대 조국근대화로 인해 잃은 것 중 하나는 '오래된 것을 대하는 자세'라고 말하면서, 낡은 것을 천시하고 100년 정도의 건축물은(특히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고민 없이 헐어버리는 행태를 비판한다. "좁고 불편해도 낡은 기차역을 사용하거나 오래됐지만 깔끔한 관공서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한국인이 유럽에 가서 그런 사람들의 삶을 관광한다."고 말이다. 때문인지 책에는 변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 있고 '변화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를 좋아하는 그의 삶의 철학이 빼곡하게 담겼다. 흥미로운 대목은 왜 도시에는 나무가 끊임없이 심겨야 하는지, 도심의 인도 폭을 줄여가면서까지 강박적으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꼭지다. 즉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좋다고 인식된 녹지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이를테면 공원 숫자가 적을 뿐, 국토의 70%가 산이라서 국가 전체의 녹지비율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가가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축주에 의해 만들어진다."(210쪽)면서 압축성장 시절의 우리사회와 권력층은 좋은 건축주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2011년 법 개정이 되었지만, 이전까지 1만 제곱미터 이상 규모의 건물에 반드시 공사비 1% 이하를 할애해 미술 장식을 설치해야 했던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대부분의 예술품이 '장식'에 그친 현실과 "솔직히 도시의 건물들 1층 어딘가에(아마도 흡연 장소 옆일 가능성이 높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장식'해놓은 예술품들 상당수가 아깝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50년만 더 매달려 있으면 학동사거리라는 이름이 킹콩사거리(나 역시 도산대로를 다닐 때마다 키네마극장에 매달린 킹콩을 눈여겨보곤 했다.)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오영욱의 말대로 정말 그렇게 변하면 좋겠다. 교통사고가 빈번한 도로에 건널목을 만들어야한다거나, 표지판을 세우거나 신호체계를 바꾸자는 식의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건 지식인이 아니다. 지식인은 아무나 말 할 수 없는 담론을 상정해 가장 내밀하고 아픈 지점을 도려낼 수 있는 사람. 공동체가 추구해온 절대적 가치에 대항하여 거침없이 흠집 낼 용기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릇 "도시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욕망에 의해 발현하고 진화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은 곧 공동체의 욕망이 빚어낸 것"이라고, 유머와 통찰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달콤 쌉싸름한 러브레터. 내가 건축가 오영욱의 글을 신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평론가

    2025-04-09 09:09:08

  • [척추관절 클리닉] 거짓말? 의견표명!

    [척추관절 클리닉] 거짓말? 의견표명!

    옛날 중국 송나라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여러마리 길렀는데 집안의 형편이 어려워 원숭이들에게 줄 먹이가 떨어져가서 원숭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잔꾀를 내어 말했다. "앞으로는 도토리를 주되 한꺼번에 다 주지 않고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이렇게 말하니 원숭이들이 다같이 화를 내며 저항했다. 이에 저공은 "그럼, 내가 양보를 하여 아침에는 도토리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엎드려 절하고 기뻐하였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니 양심적이라고 해야하나? 일반인의 정서상 거짓말인 것으로 보여도 고위법관님들은 의견의 표현이라고 말씀하시니 이 또한 지나가던 견공이 웃을 일이다. 양심은 어디 서랍에 넣어두고 출근하는지 아님 그게 없는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요즘에 쓰이는 '조삼모사'라는 말은 잔꾀를 써서 일반적 상황을 현혹시켜 눈을 멀게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자신의 원하는 이익을 얻는 행동이나 언행을 일컫고 있다. 이런 조삼모사식의 언행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필자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하여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결국은 짐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이 요즘들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환자에게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고 우수한 결과를 끌어내는게 필자가 배워온 진료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요즘 들어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기괴한 말을 듣고 이를 확인하러 오는 환자를 심심치않게 만나고, 또 의료법 상 허가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하는 곳을 방문했다 부작용이 생겨 오는 환자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이 어깨 관절의 회전근개 파열이다. 회전근개는 극상근, 극하근, 견갑하근 및 소원근의 4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지며 팔의 회전운동을 도와주고 상완골이라는 위 팔뼈를 관절와(견갑골의 일부)의 중심에 위치하도록 해준다. 회전근개는 여러 가지 원인들에 의해 파열이 발생할 수 있는데 퇴행성 변화, 혈액 순환 저하 및 뼈와 힘줄의 충돌이 그 대표적인 원인들 중 하나이다. 이들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설이 가장 합리적인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열은 그 정도가 진행을 한다고 여겨지고 있는데 전층파열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실시한다. 활동이 많고 젊은 연령에 속한 환자나 외상에 의한 파열, 근력저하 및 심각한 기능이상이 있을때도 수술의 좋은 적응증이 된다. 대부분의 수술적 치료는 관절경을 보면서 파열된 힘줄을 봉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힘줄의 파열이 오래되고 광범위하여 위축되고 단축이 심한 경우는 봉합이 불가하고 봉합하더라도 재파열의 위험이 높아 노인층의 환자에게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분파열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나 재활치료등의 보존적 치료를 우선시 하고, 이에 반응이 없고 일상생활 수행이 많이 힘들어질때 정도만 수술을 고려해본다. 대략적인 치료방향이 이러한데 무서운 단어를 써가며 치료의 방향을 호도하고 진단명에 공식이 있는 것처럼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거의 같은 진단을 다른곳에서 받아온다. 눈을 돌려보면 원칙을 안 지켜도 되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곳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된 진단 후 더욱 갈팡질팡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회가 어지러워서 그런지 이런 말장난들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고 분야를 막론하고 말장난으로 득세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겉은 화려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누군가의 많은 희생이 따라야 함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병원장

    2025-04-09 06:30:00

  • [의사유변]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완전함을 추구한다

    [의사유변]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완전함을 추구한다

    최근 눈에 띄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 제목은 '골막 천자 검사 중 소아 환자 사망…법원, 4억여원 배상 판결'이었고 기사내용은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소아백혈병 환자의 골막천자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했고 약물 투여나 응급 처치 상 과실은 없으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여 형사재판은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병원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확인 한 뒤 기사를 읽은 사람들 혹은 기사 제목만 본 사람들이 억울한 소아의 죽음이 정의로운 판결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으나 사전설명이 부족했다. 최선을 다 한 것으로 보이나 당시 이렇게 치료 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하므로 의료진은 환자에게 배상하라.' 이런 판결들은 이제 너무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과연 설명을 더 자세히 하고 다른 조치를 취했다면 환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듯 과거가 되어버린 일에 대해서 누구도 답을 알 수 없다. 덧붙여 필자가 의료지식을 가지고 본 대부분의 경우는 결과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실 없는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함을 느낄 것이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필자에게 이러한 판결들이 놀랍게 다가오지 않는 만큼 어느새 치료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의료진의 잘못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법적 다툼이 크게 일어나는 경우는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생사의 기로에 빠진 환자를 돌보다 발생한다. 모두가 입을 모아 살려야 한다는 소위 필수의료 현장에서 말이다. 의도가 없는 단순한 실수라도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으면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 법이고 당연히 의료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만 의도도 실수도 없이 불가항력으로 일어나는 부작용, 후유증의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 않은가. 실수가 없는데 어떻게 부작용,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설명을 드리자면 인간의 몸은 똑같은 부품으로 만들어진 기계와 달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다르며 하나의 수정란에서 갈라져 나와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그렇다. 그래서 같은 질환을 같은 방법으로 치료해도 치료결과와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는 예측불가의 영역이다. 또한 모든 약제와 치료법에는 확률이 높든, 낮든 심각하든, 가볍든 부작용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만, 수백만분의 일의 부작용이 생길까 두려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불행히, 혹은 운 나쁘게 발생한 나쁜 결과를 누군가의 책임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안타까운 결과는 맞이하게 된 당사자나 가족들의 슬픔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자도 공감하며 의료배상공제조합 같은 제도가 있으나 의료분쟁이 늘어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법조계가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고 그렇기에 완전함을 추구한다. 완벽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은 발전동력이 되지만 타인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고 질책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더 나아가 주변까지 병들게 한다. 완전한 신에 닿기 위해 쌓아올린 바벨탑이 무너졌듯 완전무결한 의료의 환상에 빠져 공들여 쌓아올린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져서는 안될 것이다. 김창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율하연합가정의학과 원장)

    2025-04-09 06:30:00

  • [사설] 민주당의 '내란 잔당 프레임', 개헌 논의 회피하려는 꼼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은 내란 잔당(殘黨) 세력으로 개헌 논의를 함께 할 수 없는 위헌 정당이라고 규정하고, 내란 동조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해산을 촉구하고 나섰다. 확정되지도 않은 내란죄를 내세워 개헌 논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뻔한 노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제안에 친명계가 "최우선 과제는 내란 종식"이라고 입을 모은 것도 마찬가지다. 정청래 의원은 "개헌 논의를 하게 되면 해산해야 할 내란당이 동등하게 논의 테이블에 앉게 된다"며 "개헌 논의의 50%를 저들이 담당하는 게 맞는가"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때 써먹었던 '내란 프레임'을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내란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현재 형사재판 중이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뒤 이를 내란으로 못 박고 국민의힘과 국무위원 등을 동조 세력으로 묶었지만 구체적인 혐의 입증이 된 바 없다. 주요 참고인 증인 신문 등 본격적인 공판 절차 시작은 14일부터다. 그런 점에서 '내란당' '내란 잔당' 운운하는 것은 개헌 논의를 피하고 정치적으로 재미 좀 보려는 모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에서 민주당은 최순실에게 조 단위의 은닉(隱匿) 재산이 있으며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몰아 톡톡히 재미를 봤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뇌물죄는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됐다. 현행 헌법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개헌의 필요성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개헌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이게 오직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대국민 호도용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게 말마다 앞세우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다. 개헌 논의를 미적대는 것은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현행 헌법에 따른 '제왕적 권력'을 향유(享有)하겠다는 사욕(邪慾)으로밖에 보이지 않음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

    2025-04-09 05:00:00

  • [사설] 韓 대행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헌재 작동 위한 불가피한 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함과 동시에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통령 궐위(闕位) 상황에서 권한대행은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소극적 권한 행사로 헌재가 제 기능을 못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결론이 났고,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정치적 유불리로 볼 이유도 없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퇴임해서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가면 사실상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었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을 신속히 임명하라고 주장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헌재법 111조 ②항은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또 ③항은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나머지 3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것이다. 현재 헌재에서 진행 중인 탄핵심판도 있고, 앞으로 또 공직자가 탄핵소추될 경우 원활(圓滑)한 심판을 위해서라도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에 대해 "위헌적 권한남용"이라며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하도록 2명의 재판관 자리를 공석으로 두라는 뜻일 것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 헌재를 파행(跛行)하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2025-04-09 05:00:00

  • [사설] 李 소환 포기,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한 법원의 자모(自侮)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7일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나오지 않자, "더 이상 이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24일, 28일, 31일에 이어 이날 다섯 번째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이런 식이라면 돈과 권력을 가진 자(者)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형사재판은 사실상 무력화(無力化)될 수밖에 없다. '특권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인이 과태료 부과 후에도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구인(拘引) 또는 7일 이내 감치(監置) 등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미 법원은 이 대표에게 과태료 300만원과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더 이상 이 대표를 소환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과 다른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의 변명(辨明)은 구차한 수준으로 들린다. 재판부는 "현직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이 있어 국회 동의 없이는 소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태료 결정에 이의 신청해 과태료가 확정되지 않아 감치 절차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다른 형사재판 증인들도 과태료 처분에 이의 신청하면 증인 소환을 그만둘 것인지 되묻고 싶다. 불체포특권에 따른 국회 동의는 국회가 자체적으로 알아서 결정할 문제다. 법원이 미리 결과를 예단해 법치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의 고의적 재판 지연 의혹과 사법부를 무시(無視)하는 듯한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법원이 지난달 31일 이 대표에게 선거법 사건 관련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보냈으나 일주일째 수령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은 서울남부지법·인천지법 집행관에게 소송서류를 이 대표에게 직접 송달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의 사법 정의(司法正義)는 어쩐지 이 대표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그건 정의가 아니라 불의이다.

    2025-04-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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