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락(朽落)한 동네를 기웃대다 보면 가끔 '여인숙'을 만난다. 빛바랜 간판만 겨우 달린 폐가(廢家)가 대부분이다. '달방'으로 연명하는 곳도 있다. 학창 시절 읽었던 김원일 작가의 소설 '시골 여인숙'이 기억난다. '여인숙'이란 공간은 장돌뱅이와 서민들의 애환(哀歡)을 녹여 내는 '소설적 장치'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여인숙을 '규모가 작고 값이 싼 여관'으로 정의한다. 실감 나지 않는 뜻풀이다. 모텔, 호텔, 펜션,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만 아는 세대에게 여인숙은 낯설다. 여인숙은 '욕실 완비' 여관과 다르다. 여인숙에 몸을 맡겨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면목(眞面目)을 모른다. 여인숙은 그저 몸만 누일 수 있는 곳이다. 편의시설은 없다. 여럿이 쓰는 화장실과 세면장이 전부다. 눅눅한 이불, 얼룩진 벽지, 퀴퀴한 냄새는 여인숙의 상징 요소다. 여인숙은 가난한 연인, 술 취한 대학생, 막노동자들이 밤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살 만한 사람들은 여관을 찾았다. 그래서 여인숙 숙박(宿泊) 경험이 없는 중장년들도 많다. 여인숙(旅人宿), 여행자들이 잠자는 곳. 행색은 꾀죄죄하나, 이름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모텔은 에로틱하고, 여인숙은 로맨틱하다. 모텔에는 '러브'(love)가 있지만, 여인숙에는 '애수'(哀愁)가 있다. 물론 주관적인 비유다. 모텔에서도 얼마든지 '애수의 소야곡'이 흘러나올 수 있다.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한 골목에는 100년 된 여인숙이 있다.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이 골목에는 몇몇 여인숙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여인숙은 하룻밤을 묵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많다. 그러나 색다른 경험을 좇는 청년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경북 포항시 죽도동의 한 여인숙은 옛 여관을 리모델링한 사례다. '빈티지(vintage·낡고 오래된 것) 감성의 여성 전용 게스트 하우스'라고 홍보한다. '여인(女人)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란 뜻에서 '여인숙'으로 명명(命名)했을 것 같다. MZ세대의 취향(趣向)은 이중적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낡은 것을 좋아한다. 아날로그, 빈티지, 레트로(retro·복고) 감성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여인숙은 MZ세대의 눈길을 끌 만하다. '게스트 하우스'란 명칭 대신 정감 어린 '여인숙'은 어떨까.
2024-11-21 19:36:57
전태일 열사가 어린 시절 살았던 대구 남산동 집이 기념관으로 복원됐다. 남산동 집은 전 열사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언급했던 곳이다.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은 지난 13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옛집' 개관식 및 54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다. '전태일의친구들'은 전 열사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전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절규하며 산화(散花)한 게 50여 년 전이다. 이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사회 인식 변화 등에 힘입어 노동권이 향상되고 노사 상생(相生) 문화가 형성됐지만, 아직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노동조합은 인간다운 삶과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법적인 제도이다. 노조가 없는 직장의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3%에 불과하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무려 383만 명(전체 근로자의 17%)이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부당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救濟) 신청을 할 수 없다.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초기업(超企業) 노조가 등장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가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노조설립신고증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노조는 기업 근로자가 아닌 개인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초기업 노조다.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직장인이나 구직자들이 직종·업종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병·의원, 정보기술(IT), 중소 금융회사,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는 물론 학원 강사와 트레이너들도 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활동은 네이버 카페(cafe.naver.com/119union)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노조는 업종별로 지부를 구성해 업종 노사 교섭(交涉)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의견 수렴을 거쳐 ▷퇴근 후 연락 금지 ▷회식 문화 개선 ▷근로계약서 쓰기 등의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각지대(死角地帶) 근로자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노조 출범은 의미가 깊다.
2024-11-14 19:52:55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돌아가지 않겠다'(not going back·트럼프 재집권을 저지하겠다는 뜻)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슬로건은 무력(無力)했다. 미국인들은 첫 여성 대통령보다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을 선택했다. 남의 나라의 대통령이 누가 된들 무슨 상관이냐고? 그게 미국이면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 '시즌2'는 극강(極強)의 매운맛을 예고한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강조했다. 이는 '시즌1'보다 더 고립적인 외교·안보·경제 정책을 의미한다. 방위비 추가 부담 요구 등 우리나라에도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선(獨善)과 아집(我執)에 가득 찬 트럼프가 어떻게 두 번이나 대통령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한국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길고, 인구도 많은 미국에 인물이 그렇게도 없냐는 의문이다. 그는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했고, 기밀문서 불법 유출 등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트럼프는 무죄를 주장하고, 강성 지지층은 '정치 보복'이라고 감싼다. 우리나라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속내를 꿰뚫었다. 특히 백인 노동자들의 경제적 불안을 선동했다. 자유무역과 대량 이민이 미국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계는 물론 공화당까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대량 실직·실업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확대로 파생된 문제로 보는 게 합당(合當)하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스펀지처럼 대중을 빨아들였다. 뉴욕타임스(NYT)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55%는 이민 감소를 원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민주당 당원의 42%가 무증명 이민자의 대량 추방에 찬성했다. '반복하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는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비정상적인 트럼프의 포퓰리즘(populism)이 미국을 지배하다니. 모순(矛盾)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그렇지만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2024-11-07 20:01:59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쾌거(快擧)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부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빨갱이 작가'란 거친 폄훼(貶毁)까지 쏟아낸다. 일부 보수 단체들은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규탄했다. 이들은 "픽션과 논픽션을 가리지 못하는 미래 세대들에게 잘못된 사상이 새겨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편파·편향된 역사 왜곡의 손을 들어줘 노벨상의 권위를 실추시킨 스웨덴 한림원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 단체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선정적(煽情的)이라며 도서관 비치를 반대했다. 형부와 처제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내용 등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은 내용을 다룬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재혼한 삼촌이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역시 도서관에서 퇴출돼야 한다. 근친상간·불륜·동성애·살인이 곳곳에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마찬가지다. '문학'을 '이념'으로 읽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해 김훈 작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를 비판한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야권 강성 지지층의 뭇매를 맞았다. 2001년에는 보수 매체에 실린 이문열 작가의 칼럼을 비난한 반대 진영이 그의 책을 불태운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설령 잘못된 의견이라 해도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과 진리를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정서적(情緖的) 양극화'의 단면이다. 정서적 양극화는 '확증 편향'(確證偏向)과 '우리 편 편향'의 복합 작용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한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옹호하고, 다른 편이면 무작정 핍박(逼迫)한다. 이런 편향이 뇌 전두엽에 똬리를 틀면, 세상은 미망(迷妄)에 빠진다. 정서적 양극화는 이념적 양극화와 함께 정치적 양극화에 속한다. 정서적 양극화는 정책과 이념의 대결보다는 편을 갈라서 상대 편에 무조건 반감을 갖는 현상이다. 논리와 이성보다 감정과 감성이 앞선다. 우리 사회에 만연(蔓延)한 정서적 양극화의 실상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진보·보수 갈등의 심각성은 정치 성향에 따른 교제(交際) 의향을 묻는 답변에서 두드러진다. 58.2%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와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응답은 33%였다. 정서적 양극화가 내면 깊숙이 스며든 것이다. 정서적 양극화는 갈등·혐오·차별을 조장한다. 정치권은 정서적 양극화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다. 그 결과 여당과 야당은 극한 대립각을 세운다. 끝 모를 정쟁(政爭)으로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민생은 파탄 나고 있다. 정서적 양극화는 '호환 마마'(虎患媽媽)보다 무섭다. 정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어렵다. 진영·이념·젠더·세대·계층 등 다양한 갈등 요소가 얽혀 있어서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의 시인 겸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라'고 하지 않았던가.
2024-11-04 20:07:30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의 오랜 염원(念願)이었다. 한강 작가가 숙원(宿願)을 풀었다. 서점가와 출판계엔 '한강 특수'가 출렁인다. 사람들이 모이면 '한강'이 화제다. 한강의 소설을 놓고 이념적인 논쟁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부동산과 주식, 골프와 프로야구 얘기가 아닌 문학이 얘깃거리가 되는 이 가을, 그저 찬란하다. 노벨문학상 열풍이 한강을 넘어 다른 작가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BC카드의 분석 결과를 보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일주일간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 늘었다. 한강 작품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른 문학 작품 등을 찾는 수요도 동반 상승했다고 한다. 더욱 반가운 일은 평소 책과 거리를 뒀던 50·60대의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2016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한국인의 유별난 노벨문학상 열망(熱望)과 독서 실태를 비판한 문학평론가의 칼럼을 실었다. 그 평론가는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 30개 상위 선진국 중 국민 1명당 독서 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기분 나쁘지만 맞는 말이다. 그 신랄한 비판을 뒤로하고,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이 침체된 한국 문학과 출판계의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게 노벨문학상 보유국(保有國)의 진정한 품격이다. 2023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 독서율(1년간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은 43%, 종합 독서량은 3.9권이었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일과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게 독서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유튜브 시청 통계를 보면, 이는 궁색(窮塞)한 변명이다. 한국인 1인당 하루 73분꼴로 유튜브를 시청했다고 한다. 세계 유튜브 사용자의 평균(19분)보다 4배 많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않는 게 아니다. 시간이 많아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가 책보다 재미있어서다. 어디 유튜브뿐인가. 세상에는 책보다 흥미롭고, 돈과 정보가 되는 게 널려 있다. 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쓰다'(良藥苦口利於病).
2024-10-30 20:18:40
1946년 10월 1일 대구. 민중들이 거리에서 "쌀을 달라"고 외쳤다. 경찰과 시위대는 충돌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 2명이 숨졌다. 다음 날 시위는 거세졌다. 미군정(美軍政)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다. 분노의 횃불은 경북으로 번졌다. 당시 대구경북 인구 317만 명 중 77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구 10월 항쟁(抗爭)'이다. 10월 항쟁의 원인은 미군정의 식량 강제 공출(供出)과 잔존한 친일 매국 세력의 횡포 때문이었다. 게다가 콜레라 확산으로 봉쇄된 대구에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미군정과 경찰은 이 사건을 '좌익 세력의 불순한 파괴적 정치활동에 선동돼 일반 시민들이 가담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항쟁에 나선 사람들은 보도연맹(保導聯盟)에 강제 가입돼 사찰 대상이 됐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들은 재판도 없이 집단 학살(虐殺)되기도 했다. 10월 항쟁은 오랜 세월 동안 묻혔다. 그것은 침묵과 망각의 대상이었다. 10월 항쟁이 '폭동'에서 '사건'을 거쳐 '항쟁'으로 호명(呼名)되기까지 시간은 더디고 더뎠다.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사건'으로 명명했고, 2016년 8월 대구시의회는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22년 매일신문은 '대구 시월, 봉인된 역사를 풀다'란 제목으로 탐사보도를 했다. 10월 항쟁을 조명하는 기획이었다. 목격자와 유가족의 증언, 많은 기록과 연구 자료를 통해 참상(慘狀)을 다뤘다.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도 강조했다. 이 보도는 일경언론인상, 민주언론실천상, 대구경북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을 받았다. 최근 대구공고 학생들이 대구시 산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10월 항쟁 기념비 건립'을 촉구했다. 지난 1일 열린 10월 항쟁 위령제에서는 진화위가 10월 항쟁을 '10월 사건'으로 낮춰 불러 비판을 받았다. 1946년 대구의 10월과 1948년 제주, 여수·순천은 이념 갈등이 낳은 비극(悲劇)이다. 그러나 진상 규명과 역사적 평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는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의 희생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10월 항쟁도 그렇게 돼야 마땅하다.
2024-10-23 20:07:34
[이런일] 국공립 로제비앙어린이집 재롱발표와 나눔 행사
국공립 로제비앙어린이집(원장 박미경·대구 북구 연경동)은 지난 17일 제4회 '마음 나누 go ,행복 더하 go, 사랑곱하 go' 재롱 발표와 나눔 행사를 했다. 이 어린이집은 저소득 결식 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해 행사에서 마련한 라면 157박스를 무태조야동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박미경 원장은 "개원과 함께 4년째 실시하는 행사에 학부모님. 교직원 등 관계자 분들이 적극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24-10-20 16:15:08
대구간송미술관 입구는 벌써 '셀카 성지'가 됐다. 드넓은 가을 하늘, 한눈에 들어오는 팔공산은 훌륭한 배경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간 대구간송미술관은 평일인데도 붐볐다. 간송미술관은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교과서나 화첩(畫帖)에서만 봤던 명화들을 직접 보는 것은 귀한 경험이었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잠시 딴짓을 하기 십상인데, 여기선 그럴 겨를이 없었다. 몸짓과 표정을 생생하게 살린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눈썹달 아래 담 모퉁이에서 남녀가 몰래 만나는 장면을 담은 '월하정인'(月下情人)은 밀회의 끝을 궁금하게 한다. 독립 공간에 전시된 '미인도'는 압권(壓卷)이었다.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의 인기는 대단했다. 마침 한글날 무렵이었으니. 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독창적인 서체(추사체)로 시대를 앞서간 김정희의 작품들은 또 어떤가. "제 글씨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칠십 년 동안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습니다"란 그의 글은 머리를 숙이게 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달 2일 개관했다. 개관 기념 전시인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가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간송이 소장한 국보와 보물을 보기 위한 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얼굴 보기 힘들던 서울 며느리, 부산 사위를 대구로 부른 일등 공신이었다는 후문(後聞)도 있다. 대구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대구간송미술관을 유치했다. 2016년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미술관 건립·운영 계약에 따라 총사업비 446억원을 들여 2002년 2월 착공했다. 대구시는 대구간송미술관을 시립(市立)으로 건립해 비용을 지원하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소장한 문화유산을 상설 전시하며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협약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의 자랑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미술관을 '사립'(私立)으로 알고 있다. 미술관 현장의 설명이나 미술관 홈페이지에서는 '시립'이란 명칭을 찾아볼 수 없고,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언급도 없다. 내가 낸 세금으로 지은 미술관이란 사실을 안다면, 시민들의 자긍심은 빛나고 간송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질 터인데.
2024-10-17 21:10:46
기후위기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보험은 무엇일까. 대구의 비영리 환경단체 '더커먼크루'가 경북대 미술관(대구 북구 대학로 80 2층)에서 10월 31일까지 'MZ무배당기후위기바로행동보험 가입 상담센터'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MZ무배당기후위기바로행동보험' 은 환경단체 '더커먼크루'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인식 제고를 위해 (재)숲과나눔-사랑의열매의 '초록열매' 사업의 지원으로 기획된 아트 프로젝트다. 더커먼크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생명' 이란 가상의 보험사와 'MZ무배당기후위기바로행동보험'이란 가상의 보험상품을 만들고, 보험가입 상담센터를 콘셉트로 전시를 하고 있다. 경북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관람객들이 가상의 보험상품에 대해 상담 받고 가입하는 등 시민 참여 형태로 진행된다. 또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미래생명 보험가입사이트 (www.theclimateinsurance.org)에서 보험상품설명서를 내려받아 읽은 뒤 가입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채소기반 레스토랑·제로웨이스트 브랜드인 더커먼(thecommon.kr)의 강경민 대표와 김하경 크루, BIYN(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김주온 활동가, '오늘의풍경'의 신인아 디자이너가 협력해 만든 것이다. 강경민 더커먼크루 대표는 "지역에서 친환경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후위기 문제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일상적이고 친숙한 '보험'이란 소재를 수단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금 기후 행동을 시작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4-10-10 17:58:16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직장을 다니는 아내를 위해 가난한 남편이 차린 점심상이다. 남편은 "왕후(王后)의 밥, 걸인(乞人)의 찬. 우선 이것으로 시장기나 속여 두오"라고 쓴 쪽지를 밥상에 올려뒀다. 이를 본 아내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했다. 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이다. 김치, 달걀프라이에 멀건 국 한 그릇. 불 끄러 다니는 소방관들을 위해 한 소방서가 마련한 아침상이다. "미안해요, 허기(虛飢)나 면하세요"라는 쪽지까지 있으면 명실상부(名實相符)했을 거다. 변변찮은 반찬을 낼 수밖에 없는 조리사나, 부실한 밥상을 받는 소방관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게 선진 대한민국의 소방서 급식이라니, 민망하다. '가난한 날의 행복'이 출간된 1978년,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은 493만원. 지금은 3천705만원(2023년)이다. 소방관들의 부실 급식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話題)가 됐다. 교도소 급식보다 못 하다는 수모도 겪었다. 한 끼 급식 단가가 3천원대인 소방서도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네티즌들은 "저런 부실한 밥을 먹고 화재 진압하러 가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소방관 부실 급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 중 급식 단가(전국 241개 소방서 중 지역별 1곳 표본조사)가 가장 낮은 곳은 대구 A소방서(3천112원)다. 경남 B소방서, 전북 C소방서도 3천원대였다. 편의점 도시락 값보다 싸고, 서울시 공립고교의 무상(無償)급식 단가(5천398원)·서울시 결식우려아동 급식 단가(9천원)보다 낮다. 소방서별로 최대 2.2배 차이가 나는 점도 문제다. 시·도별 소방관 급식 예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2020년 국가직(國家職)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재정의 85%를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소방관 처우가 열악(劣惡)한 이유다.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급식비 등 관련 예산이 천차만별이다. 특수업무수당은 수년째 그대로다. 위험근무수당은 8년째 월 6만원이며, 화재진화수당도 24년째 월 8만원이다. 정치권은 지난 1월 말 경북 문경 화재 참사로 숨진 소방관을 추모하며, 소방관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소방관이 초라하면, 국민이 부끄럽다.
2024-10-09 20:02:50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겐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곤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1994년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곡 '서울 이곳은'의 노랫말은 여전히 현재성(現在性)을 갖는다. '88올림픽'을 치른 지 6년이 지난 서울. 고도성장의 뒤안에는 달동네가 있었다. '서울의 달'은 도시 빈곤층의 욕망을 담았다. '한탕'을 꿈꾸는 제비족 홍식(한석규), 홍식에게 속아 서울에 온 춘섭(최민식),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하려는 영숙(채시라). 이들은 산업화, 도시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달동네에 비친 서울의 달은 야박했다. 이촌향도(離村向都)는 1960년대에 본격화됐다. 가난한 한국이 산업화 시동을 걸던 때다. 농촌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하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중노동저임금, 궁핍과 달동네였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고생문(苦生門)이다. 바닥을 기고, 변두리를 서성거릴 뿐이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은 황폐해지고, 서울은 비대해졌다. '황폐'(荒廢)나 '비대'(肥大), 모두 사람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그런데도 이촌향도는 '탈(脫)지방 향(向)서울'로 진화하면서 70년을 이어간다. 매년 청년 10만 명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간다. 일과 돈이 흐르는 땅이니 어쩌겠나. 문제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의 가속화(加速化)다. 사람이 넘치니, 집값이 급등한다. 사람이 빠지니, 폐허만 남는다. 서울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치솟지만, 지방에는 미분양이 숱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비수도권보다 5배 비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차이는 2010년 1.2%에서 2022년 7%로 커졌다. 극심한 불균형은 나라를 병들게 한다. 수도권으로 간 청년들은 과연 행복할까? 친구의 딸 A씨는 서울에서 2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대구로 귀향(歸鄕)했다. 300만원 남짓한 월급은 '서울살이'에 빠듯했단다. 오피스텔 월세에 교통비·식비·통신비를 지출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 왕복 4시간의 통근은 숨 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적게 벌어도 마음 편하게 살자." A씨는 이렇게 결심하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보다 소득은 많지만, 삶의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통계청의 '통계플러스 가을호'를 보면, 2022년 기준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19~34세)의 연간 총소득은 2천743만원.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의 소득보다 34.9%(709만원) 많다. 반면 '최근 1년간 업무·학업·취업 준비 등으로 소진(消盡)됐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의 경우,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42%)이 비수도권 청년보다 12.3%포인트 높았다. 삶의 행복감에선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6.76점)이 비수도권 청년(6.92점)보다 낮았다. 이솝 우화 '시골 쥐와 도시 쥐'가 연상되는 통계다. '로컬'(local)이 청년층에서 화두(話頭)다. 고향(지방)에서 나만의 삶을 찾자는 움직임이다. 고향의 빈집을 고쳐 카페, 공방, 책방을 차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수월찮게 듣는다. 부모님의 빵집, 반찬 가게, 식당을 잇는 청년들도 많다. 지자체들은 멀쩡한 보도블록 그만 뒤집고, 이들을 마중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경쟁에 내몰리는 서울의 삶과 조금은 느슨한 고향의 삶,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2024-10-07 20:04:10
별미(別味)를 맛보는 일은 일탈(逸脫)이다. 이는 권태와 일상에서 벗어남이다. 여행처럼 설레고, 연애처럼 짜릿하다. 대구 동구 불로동의 소문난 묵집에는 그런 별미가 있다. 그 음식의 생김새는 오묘하다. 묵채가 아닌데 묵이 들었고, 김치와 돼지고기가 들었지만 김치찌개나 돼지찌개도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잡탕'으로 여길 것이다. 그 음식은 '태평추'라는 어엿한 이름이 있다. 음식의 몰골은 서민적(庶民的)인데, 이름은 관념적(觀念的)이다. 유래가 궁금해진다.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참기름으로 볶다가 김치, 대파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인 다음 메밀묵, 대파, 당근, 황백 지단을 돌려 담아 더 끓여 간장으로 간을 하고 구운 김을 올린 것이다. 태평초, 묵두루치기라고도 한다."('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태평추는 경북 북부, 특히 예천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다. 어떻게 태평추라고 불리게 됐는지 불분명하다. 조선시대 궁중 음식인 탕평채(蕩平菜)와 비슷해서 태평추가 됐다는 설이 있다. 탕평채의 재료는 청포묵, 소고기, 미나리, 김 등이다. 태평추와 탕평채는 재료나 이름이 엇비슷하다. 백성들이 탕평채란 이름을 태평추로 풍자했거나(혹은 잘못 알았거나), 탕평채를 흉내 내서 태평추를 만들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탕평'(蕩平)은 위정자들의 지향이며, '태평'(太平)은 백성들의 소망이었으니. 탕평채는 영조의 탕평책(蕩平策)을 상징한다. 온갖 재료를 한데 섞은 탕평채는 당쟁(黨爭)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고르게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책과 닮았다. 조재삼의 '송남잡지'(松南雜識·1855년 간행)에는 영조 때 좌의정 송인명이 탕평채 파는 소리를 듣고 탕평 사업을 추진했다는 기록이 있다. "나는 태평추가 혹시 귀한 궁중 음식이라는 탕평채가 변해서 생겨난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하나 세상은 줄곧 탕탕평평(蕩蕩平平)하지 않았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탕평해야 태평한 것인데,/ 세상은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기울기 일쑤였고 그리하여 탕평채도 태평추도 먹어 보지 못하고/ 나는 젊은 날을 떠나보내야 했다." 예천 출신 시인 안도현의 시, '예천 태평추'의 부분이다. 나라가 정쟁(政爭)으로 편한 날이 없다. 정치인에겐 탕평채를, 서민들에겐 태평추를!
2024-10-02 19:55:25
대구 연세간호학원(대표원장 김영규)은 2일 국비교육으로 진행한 경력단절여성 간호조무사 과정을 마친 뒤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거나 재취업한 성공한 수료생들을 위한 축하 행사를 가졌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해당 과정 수료 후 취업률은 90.6%를 기록했다.
2024-10-02 17:28:30
[이런일] 이철희 신홍도요양병원 행정원장, 병원행정인상 수상
이철희 신홍도요양병원 행정원장(사진 가운데)이 최근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가 주최한 '2024년 병원행정 종합학술대회'에서 국민보건 및 의료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자랑스러운 병원행정인상'을 받았다.
2024-09-29 14:23:45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 아들이 학교를 떠났다. 친구는 아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어렵게 선생님이 됐는데, 왜 그만뒀는지 모르겠다. 5년만 버텨 보라고 했는데…." 그런데 사연(事緣)을 알고 보니, 제3자 입장에선 아들의 결단에 수긍이 갔다. 친구 아들은 1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관료적인 교무실 분위기, 온갖 행정 업무, 자녀의 학교생활을 시시콜콜 따지는 학부모의 갑질을 견디기 힘들었단다. 늘 가슴이 답답하고, 악몽을 꾸는 날이 잦았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 초등교사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간에 교단을 떠나거나, 교사의 꿈을 포기하는 교육대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의원면직(依願免職) 초등교사는 2022년 423명에서 2023년 55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3~8월)는 벌써 440명이다. 지난해 전국 교대 10곳과 초등교육과 3곳(이화여대·제주대·한국교원대)을 '중도 탈락'한 학생은 667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256명)보다 2.6배 늘었다. 교육계는 교권(敎權) 추락과 신규 임용 감소를 중도 탈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교대의 위상(位相)도 추락하고 있다. 전국 9개 교대 및 초등교육과의 2024학년도 정시 합격선이 전년도보다 하락했다. 수능 성적 3~4등급 수준까지 떨어졌고, 일부 교대의 경우 국어·수학·탐구에서 6등급을 받은 학생도 합격했다. '안정적 직업 확보'라는 장점으로 콧대 높던 교대의 인기는 시들고 있다. 초등교사와 교대의 위상 실추는 현실의 반영(反映)이다. 존경을 받던 교직이 재미도 보람도 없는 직업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성세대가 말하는 MZ 세대의 나약함 때문일까? 그건 아닌 듯하다. 학교 공동체의 붕괴와 교권의 추락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내 자식 지상주의' '출세 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의 세태가 빚어낸 결과다. '괴물 부모의 탄생'의 저자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괴물 부모는 학교에서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 대우를 요구한다. 또 내 아이는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자녀의 초교 담임 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왕의 DNA가 있으니, 왕자 대하듯 하라"는 교육부 공무원의 갑질 발언은 무심(無心)결에 나온 게 아니다.
2024-09-25 19:42:21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은 25일 환자 안전 리더십 라운딩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병원장과 QPS(서비스 질 향상 및 환자 안전 추구 활동) 위원들은 병원 내 시설·환경을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확인·개선하기로 했다.
2024-09-25 16:40:16
추석은 풍요롭지 않았다. 구름에 가린 보름달은 애잔했다. 추석 연휴 폭염이 이어졌다.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날씨는 미쳤고, 물가는 뛰었고, 민심은 화났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大亂)이 우려됐다. 디행히 큰 혼란 없이 고비를 넘겼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자'는 주문(呪文)이 통한 것인지, 정부와 국민이 현명하게 대처한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응급실이 정상 운영된 것은 아니다. 연휴 첫날, 청주에서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70여 개 병원의 문을 두드린 뒤에야 입원할 수 있었다. '응급실 뺑뺑이'는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민들은 차례상과 고향의 술자리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내 대화 주제는 날씨에서 물가, 의료 공백, 정치권 싸움으로 이어졌다. 가마솥 날씨에 짜증 나고, 한 포기 1만원 넘는 배춧값에 놀라고, 의정(醫政) 갈등에 분통이 터진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 모든 원망의 종착역은 정치판이었다. 국민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인데, 정치권은 '네 탓'이라며 싸움질만 하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추석 민심' 간담회에서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19일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또 민주당 내 전(前)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담당 검사의 탄핵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이게 민주당의 추석 민심 독법(讀法)이다. 그들에게 민심은 강성 지지층의 주장뿐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정쟁(政爭)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국민 삶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말은 그럴싸하나, 국민의힘은 힘이 없다.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지지부진하다. '민생 공통 공약 협의 기구'는 진척이 없다. 정치력 부재(不在)가 빚은 결과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떨어진 20%, 28%를 기록했다. 위기 상황이다. 여당과 대통령실, 야당은 '동굴'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추석 민심을 당신들 입맛대로 해석하지 말라.
2024-09-18 22:32:34
박언휘종합내과의 박언휘 원장이 11일 아시아복지재단(이사장 강영신)에 1천만원을 기증했다. 이 기부금은 우수 자원봉사자들을 예우하고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한 '수성구 우수 자원봉사자 명예의 전당' 조성에 사용된다.
2024-09-12 16:09:27
옛날 한 선비가 과거길에 올랐다. 어디서 요란한 까치 소리가 들렸다. 구렁이가 나무에 올라가 새끼 까치들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어미 까치는 숨넘어갈 듯 울기만 했다. 선비는 활을 쏴 구렁이를 죽여 까치들을 구해 줬다. 선비는 날이 저물자 산중(山中)의 어느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역시 야밤의 외딴집은 위험했다. 구렁이(낮에 죽은 구렁이의 짝)가 잠든 선비를 꽁꽁 감아서 죽이려 했다. 그때 어디선가 종이 세 번 울렸다. 종소리에 놀란 구렁이는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선비는 종을 찾아갔다. 종의 주변에는 까치들이 죽어 있었다. 전날 선비의 은혜를 입은 까치들이 종을 들이받아 소리를 냈던 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은혜 갚은 까치' 얘기를 소환(召喚)했다. 1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바로 직전 대통령, 당신(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벼락 출세시켜 준 분을 어떻게 저렇게 보복 수사를 하냐"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이젠 품격도 없고, 감도 떨어졌다. '배은망덕(背恩忘德) 타령'은 민주당의 속내와 다름없다. 지난 3일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발언은 가관(可觀)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배은망덕한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패륜(悖倫) 수사'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거기서 패륜이 왜 나오나. 지금이 왕조시대(王朝時代)인가. 윤 대통령은 은혜를 갚기 위해 검찰 수사를 중단시켜야 하나? 민주당이 생각하는 법치국가는 그런 것인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수사는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설령 현실이 그렇지 않다 해도 공당(公黨)과 정치인은 '법치'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은혜 갚는 까치'가 되라는 말은 정신 나간 소리다.
2024-09-11 20:01:43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은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해 "냉정한 실태 파악과 융통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혜란 대변인은 "의료 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위기 상황으로 적시(適時)에 진료받지 못해 국민이 생명을 잃는다면, 결국 의료 개혁이 성공한다고 한들 그 국민이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식 회담을 했다. 양당은 공동 발표를 통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萬全)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땅한 조치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의료 개혁이 중요하나, 당장의 의료 공백에 따른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認識)은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의료 공백 관련 질문에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 가면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굴러가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이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응급의료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니 그들은 대통령 표현대로 '의대 증원에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이니, 그렇다 치자. 그럼 국민들은 어떤가. 수술과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웃들이 숱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응급실 뺑뺑이'는 사태의 단면(斷面)에 불과하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있던 날, 국민의힘 연찬회(硏鑽會)가 열렸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의대 증원 계획을 재확인하자 "당신들 보고와 달리 의료 현장은 어려워하고 있다"며 "결사 항전인 전공의를 복귀시킬 복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는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고 했다. 진중(鎭重)하지 못한 답변이다. 여기서 '우리'란 누구일까? 그것은 정부이지 국민은 아닌 것으로 들린다. 국민들은 지난 6개월도 고통스러웠다. 의정(醫政)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추석 연휴가 걱정이다. 명절 연휴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2배 많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아야 한다.
2024-09-04 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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