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예술가 삶의 궤적과도 같은 전시"…대구미술관 허윤희전
"지움으로써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죠. 창조하고 소멸하고, 또 창조해내며 순환하는 겁니다. 비록 내 에너지를 다 쓰더라도, 오히려 그 과정에서 얻는 충만함이 참 좋아요." 왜 애써 그린 그림을 다시 지우는 걸까.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만난 허윤희 작가는 이 물음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90년대 독일로 유학을 떠날 때 물감 대신 비교적 가벼운 재료인 목탄을 들고 간 것을 계기로, 목탄으로 드로잉하고 다시 지우는 회화적 수행을 30여 년 간 이어오고 있다. 전시 개막일에 그는 수많은 관람객 앞에서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장대에 목탄을 묶거나 직접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높이 5m 가량의 대형 작품 '물의 평화'를 그렸다. 그야말로 온몸의 리듬으로 그려낸 작업.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는 평화를 물에서 발견했다"는 작가는, 몸을 누인 평화로운 물가에 풀과 오리떼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 역시 전시가 끝날 때쯤 작가가 하얀 페인트로 모두 지워버릴 예정이다. 그의 작업은 남겨지는 결과보다 과정,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많은 이별을 겪으며 영원한 것은 없다고 깨달았고, 순간의 진실함을 강조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의 작업은 지워지더라도, 없었던 것이 되진 않는다. 누구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지만 내면에는 그 과거의 기억이 층층이 쌓여있듯이. 그에게 지운다는 것은 단순히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충만한 상태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번 전시 제목인 '가득찬 빔'은 이처럼 채움과 비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함축한 말로, 작가가 직접 쓴 동명의 시에서 비롯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 기념전시다. 회화부터 드로잉, 조각, 영상 등 2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예술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3전시실은 그의 독일 유학 시절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고립과 언어의 단절 속 '나는 누구인가, 예술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시기를 다룬다. 자신만의 책과 정원을 만들며 내면의 세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사유한 이 시기의 작품들은 그의 예술세계의 기초를 이뤘다. 전시실 중앙의 작품은 2001년 남프랑스에서 제작한 대표작 '관집'을 재현했다. 하루가 인생이라면 아침은 탄생, 밤은 죽음이라는 작가의 사유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집과 관을 하나로 결합해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닌 연속선상에 있음을 시각화했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작품 내부에 들어가 누워보며 체험할 수 있다. 그는 "작품들이 어둡고 무겁게 표현된 것 같지만, 되돌아보면 젊었기 때문에 뭔가 찾고 헤쳐나가려 했던 젊은 날의 초상 같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2전시실은 그가 귀국 이후 실존의 문제의식에서 생태적 사유로 확장해 온 여정을 보여준다. 그는 재난, 환경 파괴, 멸종 위기 등 현대 사회의 생태 현실을 마주하며,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일깨운다. 특히 광릉요강꽃, 분홍장구채, 나도풍란, 지네발란 등 이름조차 생소한 멸종위기식물들을 마치 영정사진처럼 그린 '사라져 가는 얼굴'과 '개가시나무는 살아있다', 그리고 10여 년 간 쓴 '나뭇잎 일지'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백미는 '해돋이 일기'다. 쉰 넘어 제주로 이주한 이후, 새벽 일출을 보며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던 생생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시작한 작업이다. 2년 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앉아 2시간 가량 걸려 완성한 그림들은 어느 것 하나 같은 장면이 없다. 전시된 '해돋이 일기'는 총 146점. 작가는 "젊었을 때는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싫어 색을 멀리하고 목탄만 고집했다"며 "해돋이 일기를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색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어떤 색을 써도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성숙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30여 년 간 예술가로서 걸어온 삶의 궤적과도 같다. 사라짐과 비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순환하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흐름을 그리며, 인간과 자연히 서로 닿는 지점을 바라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지며, 도슨트 해설과 연계 교육 프로그램이 전시 기간 진행된다.
2025-12-15 15:20:01
[전시속으로] 100년 된 부산 창고서 대규모 개인전 여는 길후 작가
서울 대형 화랑 학고재 갤러리의 전속작가인 길후 작가가 고향인 부산 영도의 스페이스 원지에서 12일부터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생의 3분의 2 가량은 대구·경북에서 보냈다. 계명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SAC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목 받았다. 돌연 중국으로 떠나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은둔하다시피 그림만 그리던 시절도 있었고, 다른 작가들과 일절 교류 없이 미술계의 '아웃사이더'처럼 작업해왔다. 지금은 경북 청도의 동제미술관에 작업실을 두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기장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의 개인전 이후 1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장 '스페이스 원지'는 100년 된 낡은 보세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 실제 선박이 접안하는 항구 바로 앞에 자리해 이색적인 풍경으로 이미 유명하다. 칠이 벗겨진 거친 벽면과 벽돌 기둥 등 100년 전 원형을 거의 보존하고 있어 독특함을 더한다. 공간의 분위기가 워낙 강렬한 데다 전시장 규모도 1천485㎡에 달한다. 개인전을 열기에 작가로서 망설여질 법한데, 그는 자신 있게 대형 평면 작품과 입체 작품 100여 점을 꺼내보였다. 최근 청도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오래전부터 탐구해 온, 마음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기억을 담아낸 다양한 시리즈를 내걸었다"며 "뚜렷한 형태보다 빛과 어둠이 부드럽게 스며들며 잠시 떠올랐다 사라지는 감정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작업 '현자(賢者)' 연작도 전시된다. 10여 년 전부터 이어오며 오랜 변화와 층을 쌓아가는 이 시리즈는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존재의 모습과 마음의 흔들림을 천천히 담아냈다. 그러한 노력이 겹겹이 지층을 이룬 작품을 보면,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내면의 여러 순간들을 마주하는 느낌을 준다. 그가 처음 미술할 때의 마음으로, 45년 만에 연필을 들고 종이 앞에 앉아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무한한 선들이 모여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면을 만들었다. 다른 작품들이 물감 또는 모델링페이스트를 더해 부조회화처럼 강한 마티에르를 발산하는 반면, 연필로 그린 작품은 화면 속으로 침잠하듯 깊은 입체감을 보여준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인물에게서는 마치 불상과 같은 숭고함이 배어나온다. 그는 앞선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물에 뚜렷한 표정이나 시선을 그려내지 않는다. '자아가 담기지 않는 그림'을 추구하기 때문. 그는 "많은 작가들이 자아 표현을 목적으로 작업하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없다"며 "그림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면 싫증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버리고, 잊은 채로 그저 붓이 가는 대로 선을 그어야 깊은 내면이 표현된다. 내가 만족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의도대로 되지 않은 실패한 그림이 진짜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 제목은 '무량대수(無量大數)'다. 우리가 감각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끝없이 넓고 큰 세계를 의미한다. 수많은 선과 면을 중첩하고 깎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이 걸려 작품을 완성하는 그의 작업과도 이어진다. 작가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마음속에서는 누구나 끊임없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흔들리고 움직인다"며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붙잡으려 하는 대신 찰나를 그대로 작품 속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화업 40여 년,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작업에만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평생 화가로 살아온 길, 정말 불후의 명작 하나를 남겨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을 만들고 싶은 바람, 그 하나 만을 보고 달려가는 겁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관람료 무료.
2025-12-13 13:29:01
A4 크기의 개성 넘치는 작품 한가득…'함께 하는 A4展'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13일부터 17일까지 SPACE129(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14)에서 '함께하는 A4 전(展)'을 연다. 'A4전'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매년 연말 진행하는 소품 전시다. 협회 회원들 간에 소통하며 뜻깊은 연말을 마무리하고, 시민들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압축해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다. 김민수, 김회원 등 70명의 작가가 참여해 유화, 동양화, 소묘, 판화, 드로잉 등 평면부터 영상, 입체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경희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은 "평소 흠모했던 작가의 작품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장할 좋은 기회"라며 "작가들도 동료 작가들과 서로의 작품을 교류할 수 있는 전시여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2025-12-12 17:59:24
빛과 숨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색채와 리듬…강미로 개인전
갤러리여울(대구 수성구 국채보상로 162길 26 2층)이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기획전으로 강미로 작가의 '빛, 숨: 제 1막'을 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빛과 숨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색채와 리듬을 추상적 형태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는 울퉁불퉁한 굴곡이 있는 투명 슬레이트판에 얘기를 담아낸다. 슬레이트 판의 굴곡진 부분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물결의 형상처럼 내면의 감정을 무한의 세계로 끌어올린다. 굴곡진 표면에 칠해진 색의 영역은 정면과 측면을 오가며 관객의 시선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고 착시를 일으킨다. 투명한 소재와 그 위의 색들은 빛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달라지는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그녀의 작품은 빛과 어둠, 또 다른 공간을 모두 담고 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은 슬레이트 판 표면에 드러난 색(color)까지 관통해 전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작품은 우리를 자극적이거나 현혹하지 않으며, 차분하고 간결한 미니멀적인 형상으로 고요한 관조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갤러리여울 관계자는 "우리는 작품을 통해 감정을 연상하고 기억을 회상하며, 일상의 한순간 내면에 얽혀있는 여러 감정의 색깔을 펼쳐 놓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며 "나아가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으로의 확장을 경험하게 하게 되는데, 이는 순기능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미로 작가는 1986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 학사를 졸업하고 뉴욕 롱아일랜드대학교에서 석사학위(MFA)를 이수했다. 뉴욕에서 처음 작가활동을 시작해 감정의 추상적 표현방식을 다루는 작품으로 자신만의 감정을 순수하게 보여주고 담기 위해 투명한 소재와 착시기법,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작업을 연구해 왔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12월 25일은 정상 개관하며, 1월 1일은 휴관한다.
2025-12-11 15:04:23
라움아트 '작은 선물 큰 기쁨전; 온기를 더(the)하다'
라움아트가 기획한 '작은 선물 큰 기쁨전; 온기를 더(the)하다' 전시가 오는 16일부터 21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대구를 비롯해 부산, 세종, 포항, 밀양, 당진 등 전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 34명이 참여해, 회화, 입체, 영상 등 120여 점을 선보인다. 노애경 라움아트 대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술을 통해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삶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질 것"이라며 "연말, 미술을 통해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마음의 휴식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2-11 14:45:49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연계 특강 '지리지의 나라, 조선'
국립대구박물관이 현재 진행중인 특별전 '사람과 땅 지리지에 담다'와 연계한 특강을 연다. 오는 18일 오후 2시 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은 양보경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서 '지리지의 나라, 조선'을 주제로 진행한다. 양 교수는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와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지도포럼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지리학사, 한국의 문화와 역사지리, 특히 한국의 고지도와 지리지, 한국의 자연인식과 백두대간, HGIS(역사지리정보시스템)에 관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특강에서는 경상도지리지(1425년),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대동여지도(1861년) 등 지리지의 나라라 일컫는 조선의 지리지와 지도를 살펴본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지리지는 끊임없이 변해온 공간과 장소, 그 지역 위에서 살아간 사람들, 사람들이 남겨 놓은 흔적과 기억을 전해 준다"며 "이번 강의는 지리지가 국토와 지역문화를 꽃 피울 문화유산이자 기록유산임을 알려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작업임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국립대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2025-12-11 10:54:08
시대 풍경 담은 '크리스마스 씰' 한눈에…대구근대역사관 작은전시 개최
대구근대역사관이 기증유물 작은전시 '크리스마스 씰, 희망을 전하다'를 1층 '기증자 명예의 전당' 앞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함태환 씨가 기증한 '크리스마스 씰'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앞서 함 씨는 우표·지폐·음반 등 오랜 시간 수집한 자료를 근대역사관에 기증했다. 근대역사관은 이 중 결핵퇴치 기금 마련을 위해 크리스마스 전후에 발행된 크리스마스 씰을 먼저 소개한다. 근대역사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나눔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씰의 의미와, 씰에 담긴 그 시대의 풍경을 다시금 기억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증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대구시립 3개 박물관(대구근대역사관·대구방짜유기박물관·대구향토역사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2025-12-11 10:45:48
갤러리 공감, 김성란 초대전 '꿈꾸는 서귀포-추자도 풍경'
갤러리 공감이 김성란 초대전 '꿈꾸는 서귀포-추자도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30년 만에 제주로 귀향해, 제주의 자연과 삶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빠르고 힘 있는 붓 터치와 절제된 색채는 '서귀포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제주 특유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의 흐름과 감정의 층위가 잘 나타나 있다"며 "시각적인 감상의 차원을 넘어 제주라는 공간의 정서와 나의 내면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나의 작업은 여전히 느림과 깊이, 진심이 예술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되새기게 만든다"고 했다. 한편 김성란 작가는 인사아트스페이스, 제주문예회관 등에서 개인전을 13회 열었으며 제주경찰청과 이중섭미술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섭이 꿈꾸던 아름다운 서귀포' 책을 펴낸 바 있으며 한국미술협회와 한라미술협회 회원,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다. 053-285-0850.
2025-12-11 10:31:34
역사와 비평, 기획자를 넘나드는 배형민 교수의 한국 현대 건축 이야기
"인류 문명과 함께해 온 건축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규범들을 품고 있다. 공간, 물질, 디테일, 조직, 이런 규범들을 한국의 현대 건축을 통해 읽어내지만 그것을 고정불변의 가치로 설파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변하고, 건축과 비평이 변하고, 그와 함께 글 쓰는 이도 변한다. 여기에 실린 글은 변화의 궤적을 잇는 매듭이다."(책의 서문 중) '건축 너머 비평 너머'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 20년 간 쓴 글을 추려 만든 책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가. 역사가이자 비평가, 큐레이터로서 건축부터 미술, 디자인, 조경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기획과 연구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뤄온 이다. MIT 건축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30년 간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임해온 그는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초대 감독과 제5차 광주폴리(도시재생 건축프로젝트) 총감독을 지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런던 카스갤러리 등의 초청 큐레이터였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로는 202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MIT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MIT 프레스에서 출간한 '더 포트폴리오 앤 더 다이어그램(The Portfolio and the Diagram)'은 세계 유수 대학의 필독서로 쓰일 정도다. 그러니 한국 건축계는 물론 문화예술계의 많은 전문가와 독자가 그의 책을 기다렸다는 출판사의 얘기는 과장이 아닌 셈이다. 더욱이 그는 한국 건축사의 생생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 건축의 태동을 이룬 1세대 건축가와 직간접적으로 마주했으며, 오늘날 현대 건축의 주축을 이루는 건축가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오랫동안 교류했다. 너무 학문적인 글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넣어둬도 된다. 그의 글은 논리적 이해와 정서적 공감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한국 현대 건축의 다양성과 건강함을 펼쳐 보인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순서대로 읽어도, 관심 있는 주제 혹은 아는 건축가를 다룬 글부터 읽어도 좋다. 특히 대구간송미술관과 왜관 수도원부터 부여박물관, 공간 사옥, 설화수의 집,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쌈지길, 제주 오설록 단지 등 직접 가봤거나 마음만 먹으면 가볼 수 있는 건축물들의 이미지와 함께 건축 스케일과 디테일을 보여주는 도판 등이 균형 있게 배치돼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은 3부로 구성되는데, 1부 '말과 얼굴'은 김수근과 승효상, 김석철, 민현식과 유걸, 신경섭 등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 건축의 역사적 배경과 정체성 담론을 말한다. 2부 '사유와 감각'은 대구간송미술관을 설계한 최문규를 비롯해 김승회, 최욱, 임재용, 조민석, 승효상 등의 건축가를 통해 건축 규범과 공간 조직, 도시의 변화에 적응하는 건축 방법론, 역사성과 건축 미학, 시간과 장소의 문제 등 근원적인 주제를 다룬다. 3부 '텍토닉스'는 이정훈, 조병수, 조남호 건축가와 바래 건축사사무소 등의 작업을 바탕으로 재료·구조·물질의 과제를 다루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건축, 건축에서 실패의 의미, 건축의 실험에 관한 생각을 얘기한다. 책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독자들은 눈치챌 것이다. 책의 부제가 '갈망, 사유 그리고 애정의 비평'인 이유를. 그의 비평은 우리를 '좋음'과 '싫음' 같은 단순한 대립이나 취향의 관점에서 벗어나, 건축을 통해 생각하게 하고 변화에 함께 대응하게 한다. "갈망이 사유와 학습을 동반하지 않을 때, 애정을 말할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건축 너머, 비평 너머 세계의 애정 어린 탐구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2025-12-11 10:28:12
대구환경미술협회가 전시 '메리 재활용 마스!'를 오는 15일부터 정부대구합동청사 문화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는 44명의 회원이 참여하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고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들과, 크리스마스와 관련해 재활용품으로 제작한 설치, 입체, 평면 등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신재순 작가는 '과대포장, 환장하네!' 작품을 통해 과대포장을 통한 자원 낭비에 경각심을 주며, 김지영 작가는 시장에 버려진 나무궤짝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선물박스를 제작했다. 또한 남학호 작가는 병뚜껑을 입 모양으로 만들어 수다를 떠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김명주 작가는 양파망, 폐안경을 활용한 '게이즈 그레이(Gaze Gray)'를 통해 무분별한 산업개발로 황폐화된 환경을 안경 너머로 바라보는 차갑고 이지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또한 전시장에는 세탁소에서 주는 철사 옷걸이를 활용해 회원들이 협동 제작한 대형작품 '옷걸이 트리' 등이 설치된다. 신재순 대구환경미술협회 회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예술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울림을 전달하고자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담아내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6일까지.
2025-12-11 10:21:19
가족과 함께, 작가와 함께 '알록달록 감정 일기' 만들어봐요
대구미술관이 오는 20일 어린이·가족 대상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알록달록, 감정 일기'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이자 현재 진행 중인 '허윤희: 가득찬 빔' 전시 작가 허윤희가 함께 한다. 참여자들은 허윤희 작가와 함께 '해돋이 일기', '나뭇잎 일기' 등 주요 작품을 살펴보며 빛과 색을 활용한 작가의 작업 방식을 배우고, 작품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전시 감상 뒤에는 교육실에서 '나만의 감정일기'를 제작하는 활동이 이어진다. 오일 파스텔 드로잉과 짧은 글쓰기를 통해 떠오르는 장면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7~12세 아동을 포함한 가족 10팀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12월 19일 정오까지 구글폼 선착순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053-430-7534.
2025-12-11 10:21:12
"이미 폐허가 된 곳도…빠르게 변하고 사라지는 대구 고택의 모습, 사진에 담았죠"
10여 년 간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중장기 기획 프로젝트 '대구를 보다'를 이어오고 있는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이 올해는 '대구의 고택'을 주제로 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오는 16일부터 21일까지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기획 및 지도를 맡은 윤국헌 빛그림방 대표를 비롯해 김정현, 박은혜, 박정배, 송혜경, 이정표, 이화선 최숙현, 최양수, 최현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은 대구 전통 한옥마을인 옻골마을, 인흥마을, 한밤마을, 묘골마을부터 근대 선교사 주택까지 시내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시기의 고택 60여 채를 직접 찾아, 그곳에 남겨진 생활 흔적과 세월의 결을 카메라에 담았다. 윤 대표는 "대구의 고택은 한 세기의 삶과 변화를 품은 도시의 유산이지만, 너무 빨리 변하고 쉽게 사라진다"며 "하루 빨리 기록해서 아카이빙해야겠다는 생각에 대구의 고택을 올해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이 마주한 고택의 모습은 다양했다. 여전히 사람이 거주하며 일상의 삶을 이어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비어있고, 리모델링을 통해 카페나 식당으로 변모해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할 땐 몰랐는데, 막상 찾아갔더니 아예 건물 자체가 흔적 없이 사라진 곳도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대구에서 한 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의 삶과 감정이 묻은 기억의 장소들이 알게 모르게 잊히고 있는 것이죠." 특히 윤 대표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는 고택의 경우 드론을 활용해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드론으로 찍은 눈 쌓인 묘골마을과 인흥마을의 모습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사진가는 이러한 상반된 풍경 속에서 도시의 정체성과 사라지지 않은 오래된 것들을 응시하며 그 안에 깃든 인간의 삶과 정서의 흔적을 드러낸다"며 "그것은 기록을 넘어 사라진 한 세대의 삶이 머물렀던 존재를 기억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은 시간을 붙잡는 도구이자,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언어이다. 우리가 사라짐을 마주하며 기록한 대구의 고택, 그 흔적들을 '사라지지 않을 기억'으로 세워 여전히 과거가 살아 있음을 증언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빛그림방은 2013년 '대구를 보다'의 첫 작업인 신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와 함께 탁상달력을 제작해왔다. 이번 탁상달력에는 흑백필름으로 촬영한 고택 사진들이 삽입됐다. 이와 함께 빛그림방은 촬영 작품들을 모아 사진집 '대구의 고택'도 출간한다. 사진집은 ▷전통고택 마을 ▷근대 건축 ▷일반 고택 ▷리모델링 활용 고택 등으로 나눠 구성됐다.
2025-12-11 10:21:05
구채옻칠협회의 제7회 회원전이 오는 16일부터 21일까지 대구 아양아트센터 아양갤러리에서 열린다. 2022년 2월 창립한 구채옻칠협회는 전국에서 190여 명의 작가가 소속돼 활동 중이다. 옻칠의 국제 규격화와 표준화 사업, 옻칠 대중화, 지역 공헌활동, 회원 간 교류와 협업 네트워크 형성 등에 주력해오고 있으며 회원전이 대구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전국 20명의 작가가 작품 42점을 출품한다. 민화, 피혁, 테라코타, 도자기, 불화, 천연염색, 한지공예, 자개(난각), 서각, 합죽선, 목공예 등 다양한 소재에 옻칠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또한 전시와 함께 'K-구채옻칠 굿즈마당'을 열어, 옻칠한 전통 굿즈를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석태호 구채옻칠협회 회장은 "옻칠은 가장 한국적인 자원이자 세계적인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11 10:20:57
규정에 없는 승진제도 강행한 대구문예진흥원…위법·부당 35건 적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규정에도 없는 승진제도를 임의로 실시하는 등 부당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진흥원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35건의 위법·부당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진흥원은 규정에 없는 '본부장·관장의 승진자 추천제'를 실시해, 승진대상자 중 본부장 및 관장이 추천한 일부를 승진 추천자로 결정해 인사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이같은 운영이 부당한 것으로 보고, 인사관리업무 총괄책임자에 대한 중징계 및 인사업무 관련자 3명에 대한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감사위는 "최종적으로 본부장·관장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는 모두 승진한 반면, 추천을 받지 못한 후보자들은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모두 탈락했다"며 "이는 인사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가져왔으며, 특혜·불공정 논란으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을 초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무자에게 시간외근무수당을 과다 지급한 부분도 확인돼, 모두 71명에게 과다 지급된 3천600여만원을 환수하라는 조치도 내려졌다. 또한 감사위는 진흥원이 2억2천여만원을 투입해 조직진단 연구용역 등을 실시했으나 이에 대한 검토나 활용을 소홀히 하는 등 후속작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진흥원 감사부서의 실질적인 감찰 성과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기관의 내부통제 및 자정역할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근무성적평정제도 부당 운영 ▷전문직(무기계약직) 직급부여 및 보수체계 부당 전환 ▷국외공무출장 및 겸직허가 부적정 ▷그룹웨어(전자결재시스템) 교체 계약 부당처리 ▷개방형 직위 운영 부적정 등에 대해 신분 및 행정상의 조치들이 내려졌다.
2025-12-10 16:35:34
"하얀 달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을, 별빛과 푸른 밤하늘은 인간을 향한 깊은 위로를, 집과 꽃의 풍경은 우리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의미합니다." 갤러리 리즈민(대구 수성구 세진로 45-2)이 오는 31일까지 정소연 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달의 마을' 연작을 선보인다. 그는 초승달 위에 집, 나무, 꽃이 어우러진 동화 같은 풍경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내면을 표현한다. 그는 "내게 달은 광활한 우주의 시간을, 그 위에 정겹게 자리 잡은 집과 꽃은 우리네 삶을 은유한다"며 "우주는 힘든 낮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치유의 장이며, 별빛과 달빛은 우리에게 조용히 건네는 위로의 언어로 다가온다. 이러한 마음을 담고자 자연스럽게 화면에는 따뜻하고 동화적인 풍경의 서사가 자리 잡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달의 마을' 연작을 통해 마음의 기원을 탐색하고, 그 마음이 편안하게 머무는 가장 아늑한 장소를 표현했다며, "고단한 낮 동안 소모된 마음을 밤에 치유하듯,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회복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2025-12-09 11:34:25
예술체험·플리마켓·공연·전시·강연까지…대구아트웨이 '윈터아트페스타'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내 대구아트웨이에서 오는 12일 연말 축제 '윈터아트페스타'가 펼쳐진다. 아트웨이 전 구간 400m에 걸쳐 열리는 이번 축제는 전시, 공연, 강연, 예술체험, 플리마켓부터 시민 참여 이벤트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된다. 시민체험 프로그램은 '행복한 연말'을 주제로 운영한다. '스탬프 투어'는 행복역으로 향하는 승차권 형태의 종이를 배부하며, 쇼룸·공방 스튜디오, 기획전시, 포토존 등 총 4개소를 방문해 미션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모으면 '크리스마스 정거장'에서 경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견습산타 X-윈터'는 행복한 겨울을 선물하려는 견습 산타 'X-윈터'가 돼, 직접 임무를 수행하고 정식 산타 임명장을 받는 몰입형 참여 이벤트다. 선착순 200명으로 운영한다. 이와 함께 행복한 연말의 분위기로 꾸민 포토존들이 행사 구간 곳곳에 조성된다. 참여형 미디어 아트 공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는 QR 스캔을 통해 직접 벽면에 소원지를 생성할 수도 있다. 포토존에서 찍은 행복한 추억 사진을 SNS에 업로드 후 인증하면 기념품도 제공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시민 참여 워크숍 '겨울공장'의 결과물 전시와 쇼룸 입주예술인 김조은 작가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 '고요의 숲을 지나'를 만나볼 수 있다. 미술점빵에서는 들안예술마을 특화상품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며, 6·7번 출구 인근 통로 구간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특별 플리마켓도 운영한다. 또한 범어역 지하 11번 출구 옆 이음서재에서는 오후 4시부터 특별강연 '저자와의 만남'이 진행된다. 목정원 공연예술이론가가 주제도서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토대로, '해방된 관객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논한다. 전석 무료로, 사전신청자만 참석이 가능하다. 이음서재 인근 중앙무대에서 3회에 걸쳐 진행되는 특별 공연 프로그램은 재즈밴드 '펄스'와 테너 김명규가 함께 구성한다. 클래식과 재즈,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거리에 연말의 색채를 선명하게 입혀줄 무대를 선보인다. 한편 아트웨이 전 구간에 위치한 쇼룸 및 공방 스튜디오는 행사 기간 중 오픈 스튜디오로서 상시 개방하며 시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크리스마스 오브제·굿즈 제작, 드로잉 클래스 등 다양한 예술 체험이 가능하다.
2025-12-09 08:56:08
35년 영남대 교수직 마감하며…임경호 개인전 '오래된 기억의 숲'
임경호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 '오래된 기억의 숲'이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연의 하모니를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일러스트레이션과 복합재료를 결합한 섬세한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화면 위에 더해진 자개 서랍과 함지의 질감은 자연이 품은 생명의 숨결을 시각적으로 번역하고, 나무와 꽃, 새, 바람과 햇살 등 자연의 요소들이 상징처럼 등장한다. 이요한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그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관조를 통해 체험한 자연의 시간과 리듬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시적 장면에 가깝다"고 했다. 전시 '오래된 기억의 숲'은 작가가 오랜 시간 자연 속에서 체득한 사유와 감정을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자신의 성(姓)과 음이 같은 임(林), 즉 숲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자연의 공간을 넘어 삶과 기억, 치유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따가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시각적 경험을 통해, 자연이 전하는 조용한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가 35년 간의 교수직을 마감하며 준비한 전시라 더욱 뜻깊다. 그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영남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대구미술협회 부회장,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이사, 대구시각디자이너협회장, 영남대 디자인미술대학 학장, 국제외교디자인교류재단 대구경북지회장,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대구경북 이사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 큐레이터는 "작가가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한 예술가의 지난 시간과 그 안에 쌓인 자연의 기억들을 차분히 되짚는 의미를 지닌다"며 "전시를 통해 연말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자연의 언어로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임 작가의 개인전은 봉산문화회관의 전시공간 지원프로젝트 '오픈스페이스'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2025-12-08 11:14:08
아양아트센터 로비갤러리에서 이슬 작가의 초대전이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로비갤러리는 아양아트센터 아카데미 복도를 오픈형 갤러리로 조성한 공간으로, 지난 9월부터 지역 우수작가들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슬 작가는 달항아리, 기와집, 민화 등 우리 선조의 지혜와 얼이 담겨있는 전통 예술에서 소재를 가져와, 요철화된 캔버스 위에 절제된 구도와 색상으로 현대적 미감을 더한 한국적 정서를 시각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최근 작품 15여 점을 볼 수 있다. 아양아트센터 관계자는 "이슬 작가의 작품은 삭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기억 속에 숨어있는 행복했던 순간의 공간으로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자유롭게 구축하고, 내일이라는 험난한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2025-12-07 12:56:17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 사기 혐의 피소…전시 제작업체에 정산금 미지급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이 전시 제작업체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해당 업체들은 전 관장을 상대로 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오는 11일 전 관장을 사기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전 관장은 전시 제작업체 4곳으로부터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해당 전시는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미디어아트 전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이 후원한 이 전시는 간송미술관이 최초로 선보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로, '훈민정음 해례본'과 '미인도' 등 소장 문화유산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했다. 전 관장은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해 5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전시는 오픈 당시 호평과 함께 큰 기대를 모았으나, 계엄 등 예상치 못한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관람객이 급감,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큰 손실을 입은 채 전시가 종료됐다"며 "순수 미디어 전시는 처음 해보는 사업이라 개인사업자 법인인 'KMM아트컨설팅'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채무자와의 분쟁 사안은 간송미술관 또는 간송재단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일의 여파로 현재 대구간송미술관에 상설전시 중인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가압류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 관장은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실물 전시에 한계가 있는 고미술을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려던 것이었고 결과물도 좋은 평가를 받았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돼 안타깝다"며 "콘텐츠가 질적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해외 전시 등을 타진하고 있고 실제로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그로 인한 수익으로 미수급을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든 분들을 힘들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지급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하지 않는다는 일부 제작사의 주장은 오해"라고 했다. 그는 "의도와 달리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소재로 한 미디어 전시회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소송으로 인해 관장으로서 간송미술관의 전통과 명예에 흠집을 내게 된 것에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구간송미술관은 가압류 여부와 관계 없이 다음달까지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상설 전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술관은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내년 1월 19일까지만 전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5-12-05 18:35:56
"크게 보면 강위원사진미술관이고, 작게 보면 강위원 사랑방인 셈이죠. 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과 후학들이 모여 함께 얘기를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지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강위원이 6일 '강위원갤러리'를 개관한다. 논공읍 위천리에 자리한 갤러리는 132㎡ 규모에 전시장과 작품·자료 보관공간 등을 갖췄다. 이곳은 58년 간 이어온 그의 사진 작업뿐 아니라 출판물과 아카이브 등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전시를 열어 작품들을 꺼내보일 계획이다. 첫 전시는 '길 위에서'. 그는 지난 3년 간 초기 작품을 정리하며 암실에서 젤라틴 실버 프린트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으며, 그 중 36점의 흑백사진을 엄선해 개관특별전에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을 시작한 이래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며, 다양한 대상을 관찰하며 기록하려고 노력해 왔다. 기와집 사진의 정수가 담긴 전통 한옥의 집성촌인 한개마을과 양동마을, 말과 마부들의 모습을 기록한 팔달교의 모래 채취장 등 다양한 풍경을 담았다. 특히 선정한 작품 중 다수는 작가가 살아왔던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다. 경북공고 교사 시절 만난 제자들의 일상을 비롯해 출퇴근길에 있던 서문시장의 풍경, 동호인들과 다닌 화원유원지 등을 틈틈이 찍었다. 그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삶의 가까이에서 마주했던 장면들"이라며 "그 때는 사실 환경이 넉넉지 않고 뭘 모르고 다니며 찍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그곳의 기록을 남겨둔 건 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가는 이 초기 작업의 과정들이 사진 인생의 태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줬기에, 더욱 의미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사진을 찍을 때 지역의 역사는 물론 인문사회학적 공부를 반드시 하고 갔습니다. 그러한 과정들이 좋은 사진을 이끌어냈던 경험이 축적되며, 이후 조선족 마을이나 베트남 촬영 등을 갔을 때도 꼭 그 지역에 대해 공부를 했어요. '아는 만큼 사진의 깊이가 깊어진다'는 깨달음은 사람에게도 적용되더군요. 휴머니즘을 탐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강지호 큐레이터는 "사진가에게 길은 단순한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삶이 스며드는 자리이자 시간의 흔적이 축적되는 풍경"이라며 "이번 전시는 작가가 걸어온 연대기 중 초반부의 작업을 뒤돌아보며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소환하고, 동시에 현재의 발걸음이 이 길의 어디쯤에 서 있는가 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한편 갤러리는 앞으로 연 2회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장은 매주 토·일요일 개방하며, 평일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이번 개관특별전은 내년 5월 28일까지 이어진다. 010-2725-0727.
2025-12-05 12: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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