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현 기자 suhyeon303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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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민지(MZ)] '이열치열' 대프리카에서 뜨거운 쿠바식 커피를 마시다

    [카페민지(MZ)] '이열치열' 대프리카에서 뜨거운 쿠바식 커피를 마시다

    팬데믹 이후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유독 중남미 여행 프로그램이 많았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웹툰 작가 기안84는 페루 아마존에서 맨몸 수영을 했고,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는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배우 김도훈이 브라질 보니또 수직 동굴을 찾아 스노클링을 즐겼다. 중남미 천혜의 자연을 보고 있자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연차를 쓸 수 없는 직장인에게 지구 반대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남미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대구에서 즐기는 중남미 여행. 쿠바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대구 중구 엘마요르를 소개한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쿠바를 만나다"도심 한가운데 이 건물은 뭐지?" 엘마요르를 처음 보게 된 순간 가장 먼저 하게 될 말이다. 주변이 온통 회색빛인 주택가에 홀로 강렬한 노란색 빛을 내뿜는 엘마요르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자석에 이끌리듯, 이곳 마당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눈에 띄는 노란색 2층 건물에 페인트가 벗겨진 듯한 디자인의 민트색 창문, 특이한 모양의 바닥 타일, 나무 형태 야외 테라스석, 초록 잎 식물들까지 모든 것이 이국적이다. 한국적인 것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박상섭(40) 엘마요르 대표는 쿠바로 여행을 떠났다가 쿠바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쿠바에 여행을 갔다가 쿠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그 뒤로도 여러 번 갔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갈 수 없었다. '차라리 쿠바의 한 마을을 대구로 옮겨보자'라는 마음으로 카페를 차리게 됐다"고 했다. "쿠바 유명 도시부터 작은 마을까지 다 다녔어요. 그중 '트리니다드'라는 작은 마을이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그곳을 모티브로 엘마요르가 탄생하게 됐죠. 알록달록한 색감과 마을의 정감을 담으려고 했는데 느껴지시나요?" 내부 공간도 쿠바 가정집을 쏙 빼닮았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쿠바 국기를 뒤로 하고 주변을 살핀다. 페인트가 벗겨진 듯한 거친 벽면 위에 이국적인 유리 타일이 붙어있다. 공간 곳곳에는 빨간색, 민트색, 노란색 강렬한 색감의 그림이 걸려있다. 독특한 소품과 장식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박 대표는 쿠바 현지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페인트 색감부터 거친 벽체 표현, 바닥 타일, 창문 하나까지 신경 썼다고 한다. 그는 "쿠바식 창문 창살을 표현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며 발품 팔았다. 쿠바식 창문 창살을 구하기 힘들어서 결국 스페인 수입품을 가져와 달았다. 내부에 있는 그림들과 나무 장식품, 밀짚모자, 소품들도 모두 쿠바에서 사 온 것"이라며 "심지어 음료와 디저트를 담는 컵, 식기마저 쿠바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했다. "음악도 쿠바 음악만 틀어요. 칵테일바라면 신나는 살사나 레게톤을 골랐겠죠. 하지만 이곳은 쿠바 가정집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콘셉트잖아요. 그래서 도미니카 공화국 전통 음악인 바차타나, 남미의 조용한 바이브가 느껴지는 노래들을 선곡합니다." 세심한 부분 하나까지 신경쓴 박 대표의 노력으로 엘마요르는 중남미인들에게 사랑받는다. 박 대표는 "멕시코, 쿠바, 라틴계 손님들이 많이 오신다. 외국인 손님들이 쿠바 현지를 잘 표현했다고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손님들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국이 아닌 쿠바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 하나하나 최선을 다했다. 쿠바 그대로를 구현했으니, 여권 없이 해외여행 하는 기분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김은지(29) 씨도 연신 감탄하며 사진찍기 바빴다. 김 씨는 "신상 카페를 찾다가 엘마요르를 발견하게 됐다. 색다른 인테리어에 평소 먹어보지 못한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며 "쿠바나 멕시코로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대리만족했다"고 했다. ◆쿠바 가정식 커피를 맛보다쿠바에 왔으니, 쿠바식 커피를 마셔볼 차례다. 엘마요르는 쿠바 가정식 에스프레소를 판매한다. 시그니처인 카페 쿠바노(5천500원)는 현지인이 집에서 끓여 마시는 커피 맛 그대로 구현한 메뉴다.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설탕이 들어가, 쌉싸름한 첫맛과 달콤한 끝맛을 자랑한다. 카페 쿠바노를 변형한 메뉴도 있다. 카페 엘마요르 레몬, 오렌지(각 6천500원)가 그 주인공이다. 카페 쿠바노 베이스에 레몬·오렌지를 착즙해 넣은 커피로, 진한 에스프레소에 상큼한 과일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 쿠바노, 엘마요르 레몬·오렌지는 오직 뜨거운 커피로만 주문할 수 있다. 폭염에도 뜨거운 에스프레소만 고집하는 쿠바인들의 커피 문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쿠바 사람들은 4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커피를 절대 차갑게 먹지 않는다. 이들의 커피 문화를 알리고자 에스프레소 커피만큼은 뜨겁게 제공한다. 손님들이 쿠바에 왔다고 생각하고 쿠바식 커피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엘마요르에 뜨거운 커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중남미식 디저트도 준비돼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코코 그라니따 에스프레소(7천500원). 아이스크림 위에 얼린 에스프레소와 코코넛 크림, 코코넛칩을 얹은 커피 디저트다.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부드러운 코코넛이 잡아줘 조화를 이룬다. 다른 카페에서 찾아보기 힘든 중남미식 음료도 많다. 피냐 콜라다 스무디(6천원)는 쿠바 칵테일 '피냐 콜라다'의 알코올을 빼고 슬러시로 만든 음료다. 파인애플과 코코넛이 섞인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에 얼음 알갱이가 씹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중남미에서 많이 먹는 과일 중 하나인 구아바를 활용한 핑크구아바 에이드(6천500원), 무알코올 모히또 에이드(6천원)가 있다. 박 대표는 엘마요르가 손님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쁘고 멋진 카페에 가면 왠지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 엘마요르는 쿠바의 자유로움과 흥겨움을 담은 곳이다. 그래서 누구나 반팔,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와도 이상하지 않은, 손님들이 편한 차림으로 쉽게 올 수 있는 휴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4-06-13 18:30:00

  • [카페민지(MZ)] 대구 카페에서 즐기는 호캉스 'ABC라운지'

    [카페민지(MZ)] 대구 카페에서 즐기는 호캉스 'ABC라운지'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하룻밤 머무는데 수십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부담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 터.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단돈 1만5천원으로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 대구 중구 ABC라운지를 소개한다. ◆ 카페야 호텔이야? "어서 오세요." 호텔 유니폼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을 한 직원이 친절하게 인사한다. 기분 좋은 인사를 뒤로하고 주변을 찬찬히 살핀다. 카페 입구에는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는 생화가 놓여 있고, 벽면을 둘러싼 책장에는 책이 가득하다. 그 뒤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다. 고급 호텔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케이트(가명) ABC라운지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과거 공간기획을 했다는 케이트 대표는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이같이 인테리어했다고 설명한다. "1층은 호텔 로비, 2층은 객실처럼 꾸몄어요. 대부분 호텔 로비는 어두워요. 벽을 검정색으로 칠해 호텔 로비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고급 호텔에 생화가 놓인 점에 착안해 생화를 문 앞에 뒀고요. 2층은 호텔 객실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눈이 편안해지는 녹색 벽지를 사용했어요. 손님들이 조금 더 편하게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푹신한 의자도 뒀죠. 숙박이 되지 않는다는 점 빼고는 호텔 같죠?" 호텔을 쏙 빼다 닮은 이곳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책과 예술품이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 진열된 책들만 1천여권으로 디자인, 패션, 소설, 비소설, 심리, 인문, 시집, 에세이, 종교, 외서 등 종류도 다양하다. 벽면에 걸린 그림은 총 12점으로 피카소 후세대 작가인 로테, 김순철 화가의 작품도 있다. 이들은 모두 케이트 대표의 소장품이다. "공연, 연극, 그림 등 예술과 독서를 좋아해요. 전 세계에서 사 모은 그림과 책을 카페 내부 인테리어에 활용했죠. ABC라운지도 Art(예술), Book(책), Coffee(커피)에 라운지(호텔, 공항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를 합쳐서 지은 거예요. 예술, 책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오셔서 몇 시간이든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쉬었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2층 라운지에서 나만의 시간을 ABC라운지에는 비밀의 문이 있다. 여러 책장 중 한 책장을 밀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그러나 이 계단은 아무나 이용할 수 없다. 1층은 커피를 주문한 누구나 이용 가능하지만, 2층은 이용료 1만5천원을 받기 때문이다. 꽤 비싼 가격에 놀랄 수도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받는 순간 가격에 대한 생각은 사라진다. 2층 이용객은 원하는 음료 한 잔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리필 받을 수 있다. 또 스낵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프린트, 팩스, 복사, 스캔 서비스도 5장에 한해 무료 이용 가능하다. 이용객은 평일 기준 3시간 동안 이러한 혜택을 누리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면 된다. 1층에서 책을 가져와 읽는 것도, 원하는 서비스를 직원에게 요청하는 것도 자유다. 케이트 대표는 "예컨대 손님이 책을 끝까지 못 읽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남은 페이지를 기억했다가 다음에 카페에 재방문하시면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알려드리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손님 편의를 위해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에 회원권이 있다면 ABC라운지에는 회원제가 있다. 회원에게는 동반 1인 포함 라운지 무료입장, 브런치 메뉴 무료 제공, 음료·디저트 할인 등 등급에 따른 혜택을 제공한다. 회원제에 가입하면 특별 혜택도 있다.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케이트 대표는 "회원들 취향을 큐레이팅한다. 예술을 좋아하는 회원에게는 피아노 연주회를, 독서를 좋아하는 회원에게는 문학낭독회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3~5명 극소수에게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며 "매일신문 건너편 작은 한옥을 매입해 뒀다. 회원제가 정착되면 회원들이 반나절 정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 음료 한 잔도 호텔 룸서비스 받듯 호텔 같은 라운지에서 편하게 쉬었다면, 이제는 룸서비스를 시킬 시간이다. 메뉴판을 찬찬히 살핀 뒤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익숙하게 진동벨을 찾지만, 이곳에는 진동벨이 없다. ABC라운지는 손님이 커피 한 잔을 시키더라도 직원이 직접 커피를 가져다준다. 손님이 커피를 다 마시면 직원이 잔을 치운다. 손님이 조금 더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번거로움을 줄인다는 게 이곳의 원칙이다. 손님은 호텔 룸서비스 받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커피와 디저트도 보기 좋게 차려준다. 라탄 소재 원형 테이블 매트를 가져온 직원이 익숙하게 테이블 위에 매트를 깐다. 그 위에 커피와 디저트를 예쁘게 플레이팅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이곳 메뉴들 맛은 훌륭하다. 김한나 총괄매니저는 전 세계에서 들여온 값비싼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라떼 위에 올라가는 크림은 동물성 생크림을, 버터는 프랑스·영국산 최고급 버터를 사용한다. 초코라떼(6천원) 위에 뿌리는 시럽조차 미국 대표 프리미엄 초콜릿이라고 불리는 기라델리를 쓴다"고 말했다. 시그니처 메뉴는 크림이 들어간 라떼. 라떼는 총 7종류로 버터라떼, 코코라떼, 크림라떼, 흑임자크림라떼, 스누피라떼, 오렌지비앙코, 피치멜로우(각 6천500원)가 있다. 특히 오렌지, 복숭아 맛과 향이 나는 오렌지비앙코, 피치멜로우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다른 카페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메뉴도 있다. 위스키 맛이 나는 무알코올 아메리카노 '위스키노(6천원)'가 그 주인공이다. 점심시간 술 한 잔 마시고 싶지만, 마실 수 없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ABC라운지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테이크아웃용 컵 뚜껑에 바리스타의 이름을 적는 것이다. 김 총괄매니저는 "손님이 커피나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컵 뚜껑에 그 메뉴를 만든 바리스타 이름을 적는다. 같은 레시피라도 만드는 바리스타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손님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바리스타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했다. "집에 있기는 싫고 어딘가 나가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가고 싶지 않을 때 있지 않나요? ABC라운지에 오셔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힐링하다 가세요."

    2024-05-16 18:30:00

  • [카페민지(MZ)]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페가 있다고요?

    [카페민지(MZ)]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페가 있다고요?

    "기자님은 카페 취재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카페를 고르시나요?"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했다. 되돌아보니 지금껏 커피 맛이 좋거나, 독특한 디저트를 팔거나, 인테리어가 멋진 곳 위주로 골라 취재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카페를 선택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철학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참으로 어렵게 한 곳을 찾았다. 인간의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지구환경에도 관심을 두는 더커먼(대구 중구 동인동)을 소개한다. ◆ 지속 가능한 보통의 삶을 위해 차린 공간 더커먼의 인테리어는 조금 독특하다. 가게 입구문은 가정집 방문처럼 생겼고, 가게 안에 놓인 테이블은 각양각색이다. 더커먼의 모든 가구와 물건은 재활용된 것들이다. 가게문은 길거리에서 주운 나무문을 사포질해서 달았다. 파란색 원형 테이블은 80년대 예식장에서 사용했던 것을, 네모난 대리석 테이블은 폐업한 밀양 카페에서 사용했던 것을 가져왔다. 강경민(38) 더커먼 대표는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를 만들고자 이같이 인테리어 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정말 많은 카페가 있어요. 카페들은 살아남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인테리어를 바꾸곤 하죠. 그럴 때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아시나요? 1톤 트럭을 가득 메울 정도예요.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폐업한 카페, 예식장, 과학실에서 테이블을 가져왔고, 재활용된 집기도 사용하고 있어요. 지붕에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지구환경에도 신경쓰고 있어요." 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권과 해양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구제역 당시 동물들이 살처분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육식을 피하게 됐다. 또 취미활동으로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바닷속 스티로폼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강 대표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공간 곳곳에 반영됐다. 그는 카페와 제로웨이스트숍을 함께 운영한다. 더커먼 한쪽에는 견과류, 향신료, 세제, 화장품 등 130여 종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 손님들은 집에서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물품을 담고 1그램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손님들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고, 가게는 포장지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기 때문에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다. 가게 다른 한쪽에는 손님들로부터 병뚜껑과 유리 공병, 브라타 필터, 멸균팩, 종이팩을 기부받고 있다. 더커먼은 이들을 모아 업사이클링하는 곳으로 보내고 있다. 고체 비누를 사용해 보는 공간도 있다. 여기에는 설거지 비누, 린스바, 샴푸바, 화장 지움 비누 등 수십 종의 비누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샴푸, 린스, 클렌징폼, 클렌징오일은 모두 액체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어요. 액체를 고체로 바꾸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죠. 저도 세수하는 비누, 몸을 씻는 비누,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비누를 나눠서 사용하고 있어요. 손님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비치해 뒀어요." 더커먼은 환경, 동물, 인권 등 사회문제와 관련한 모임과 강연을 열고 있다. 방송인 줄리안이 '지구를 살리는 채소 한끼 최소 한끼'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기본소득당 대표가 기본소득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그는 유기농 음식, 식재료를 사고 싶어도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구매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동물권, 환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 비건 모임 등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모임을 만들고, 강연까지 열게 됐죠. 저는 믿고 있어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비건 식단을 하는 사람들을 유별난 사람이라고 보는 게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요." ◆ 내 몸과 지구를 위한 다정한 식단 "더커먼의 슬로건은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할 수 있어요'예요. 우리 몸에도, 지구에도 다정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죠. 이곳에서 판매하는 비건 음식, 커피, 음료, 디저트에는 동물성 재료가 아닌 식물성 재료가 들어가요."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더커먼은 손님들에게 커피 한 잔을 내어줄 때도 지구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젖소를 착취해 만들어지는 우유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두유, 아몬드유, 오트유를 쓴다. 강 대표는 "라떼를 만들 때는 우유가 아닌 대체유를 사용하고 있다. 대체유로도 충분히 고소하고 맛있는 라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커먼은 커피를 내리는 머신도 남다르다. 이곳은 가정식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일반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 머신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게 되죠. 저희는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어요. 아참, 원두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원두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건강 스무디(5천900원)에 들어가는 채소와 과일은 로컬푸드를 사용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사용하면 운송 시간이 단축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주변 농가에서 사과를 구해온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음료를 만들기도 해요. 지금은 미나리 철이라 청도에서 가져온 미나리로 베이글 샌드위치(1만1천900원)와 미나리 스파게티(1만3천900원)를 판매하고 있어요. 여름에는 토마토 음식과 음료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저희 가게에 디저트도 맛있는 게 많은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강 대표가 비건 오트 브라우니(3천500원)를 건넨다. 이 브라우니에는 밀가루와 우유, 버터, 달걀,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오트가루, 두유, 식물성 오일, 비정제 천연 원당, 해바라기씨, 호박씨가 들어간다. 식물성 재료만으로 브라우니를 만들어 칼로리가 낮지만, 일반 브라우니 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죠? 저는 환경이나 동물권에 크게 관심 없는 분들도 이곳에 한 번쯤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손님들이 이곳에서 비건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네?'라고 생각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음식들이 기후 위기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4-18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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