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이 축복이듯 죽음 또한 축복처럼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1년째 지역의 호스피스병동을 찾아다니며 발 마사지로 환자들을 돌보는 이동희(60'수성구 파동) 씨의 말이다. 17일 대구 보훈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환우들의 발을 정성스레 만지는 이 씨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5년째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대구 보훈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발 마사지를 하고 있다.
위암, 췌장암 외에도 각종 희귀 암을 앓고 있는 임종 전의 환자 20여 명에게 이 씨는 낮 12시 30분까지 하루 3시간 정성껏 발 마사지 봉사를 한다.
이 씨의 호스피스 자원봉사활동은 11년 전 영남불교대학 불교 교리 공부를 하면서 만난 신도들이 자비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대구 호스피스봉사' 단체를 결성하고 회원으로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봉사단체 결성 후 초기 활동은 병원 호스피스가 아니라 말기암 환자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평온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자택 호스피스 활동으로 시작한 것이 자연스럽게 호스피스병동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 씨는 보훈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대다수가 24시간 누워서 생활하는 까닭에 혈액순환 장애와 욕창에 시달리는 고통을 가장 손쉽게 덜어줄 수 있는 발 마사지를 하게 됐다.
11년 동안 이 씨의 손길을 스쳐간 호스피스병동만도 동산병원, 첨단요양병원, 경대병원 등 6곳이 넘는다.
이 씨는 "발에는 오장육부가 들어 있다. 발이 편해야 마음이 편안하다"며 "발 마사지는 단순한 지압의 효과가 아니라 스킨십을 통해 환자와 내가 한몸이 되는 일이며 영혼까지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봉사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 씨가 하루 돌보는 환자는 10여 명 내외다. 오랜 시간 봉사를 하다 보니 환자의 발을 만져보면 손끝의 촉감으로도 환자의 임종시간을 알아맞힌다.
이 씨는 "6개월 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팔순의 할아버지가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며 "임종을 앞두고 남을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돌봐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눈물을 보이던 모습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씨는 호스피스병동 발 마사지 봉사 외에도 영남불교대학 연화봉사단(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는 모임) 회원으로 11년째 활동 중이며 전국 사찰의 각종 행사 자원봉사에도 앞장서 오고 있다.
글 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 이종민 기자 chunghama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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