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15일 청와대 정상회담에서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남쿠릴 수역 꽁치조업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서 시작돼 러·일간 남쿠릴 어장에 대한 한국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배제 합의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간 긴장관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정리=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과거사 왜곡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구체적인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 대통령은 이미 정부가 천명한대로 이들 문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지난 95년 무라야마 담화와 98년 21세기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서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현행 검정제도상 불가피했고 앞으로는 검정과정에서 근린제국 조항을 고려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 역시 "전쟁희생자를 추도하고 부전(不戰)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며 향후 참배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꽁치잡이=한일간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남쿠릴 수역에 대한 한국어선의 꽁치잡이 조업 배제 문제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있는 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러시아와 일본간의 협의 결과가 우리의 기존 꽁치잡이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추가적인 협상여지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한일관계 전망=이번 회담의 성과는 예상한대로 기대 이하였다. 과거사 인식문제와 꽁치조업 문제에 대해 일본측이 약간의 진전된 입장을 제시하긴 했으나 현재 한일간의 응어리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이런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그칠 바에야 무엇하러 정상회담을 했는냐는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 전망이다.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일본이 기본적으로 종전의 입장을 버리지 못한데서 확인할 수 있듯 이번 회담은 우리정부의 빈곤한 외교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일부 진전된 합의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이런 합의가 일본정부에 의해 구체적인 조치로 조기에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한일관계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