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영화라도 찍나? 아무도 안 다니는 골목길에서 웬 웨딩드레스야."
1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한 골목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선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가 얹힌다. 동네 주민들이 몰려든다. 선남선녀까지 등장하니 영화 제작 현장이라 착각할 만하다.
"재개발도 되지 않은 허름한 곳인데 뭐 볼 게 있다고. 사람도 안 사는데…." 예비 부부와 30년이 넘은 골목길이 어우러져 카메라에 담긴다. 낡은 시멘트벽, 하수구 맨홀, 벽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물도 카메라 렌즈로 빨려 들어간다.
골목길을 웨딩사진의 배경으로 정한 박정재(28)·이해정(28·여) 예비부부는 사진 작가의 사진을 확인하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씨는 "웨딩사진 배경으로 골목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우리의 모습을 돋보이게 해주는 데 골목길만큼 좋은 공간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웨딩 사진 무대로 도심 골목길이 뜨고 있다. 요즘 예비 부부들은 고정된 연출보다 자연스러움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길거리 촬영이 시도된 건 3, 4년 전부터다. 수성구 두산동 속칭 부자촌 주택가 도로와 동성로 주변에서 시작해 도심 골목길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 작가 황성준(37)씨는 "예비 부부들이 돋보이는 곳이라면 장소 불문"이라며 "야시골목, 로데오골목 등 동성로 주변 골목도 여전히 인기지만 고전과 현대가 뒤섞인 느낌을 주는 중구 동산동, 계산동 주변 골목길도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은 날엔 하늘을 배경 삼아 옥상 웨딩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주택가 도로 양쪽에 주차된 불법주정차 차량도 자연스러움을 위한 소품이 된다.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곳곳에 꽃을 꽂아두던 예전과는 판이한 풍경이다.
앤스튜디오 홍운식 실장(웨딩사진 경력 30년)은 "1990년대 초반 어린이회관, 망우공원, 경상감영공원 등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공원이 웨딩사진의 주무대였다면 요즘은 자연스러움이 강조되는 도심 곳곳으로 무대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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