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꽁치가 나지 않으면 젓갈을 담그지 않고 다들 놀아요. 나뿐만 아니고 마을 사람들 모두 젓갈 담그는 데 손을 놓지요."
봉산수산 김춘자씨의 꽁치젓갈 담그기는 100% 동해바다에 달려 있다. 꽁치가 나면 젓갈을 담그고 안 나면 못 담그고….
수입산 냉동꽁치도 소금 많이 치면 젓갈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니까 맛이 떨어지기에 손님에게 건넬 수도 없고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맛을 지키겠다는 김씨의 고집이 손쉬운 돈벌이는 아예 생각도 못하게 했다.
처음 꽁치젓갈을 직접 담가 본 것은 시집오던 해인 스물두살 때. 올해로 36년이나 됐다. 그 이전에도 친정 어머니와 할머니한테 어깨너머로 배워온 김씨의 솜씨는 봉산마을에서도 알아준다. 오랜 경험으로만 할 수 있는 꽁치젓갈이기에 김씨의 손맛은 인간문화재 감이다. 봉산2리에서 나고 봉산2리에서만 살았다. 김씨는 꽁치잡이집 딸이 이웃집 총각을 만나 꽁치젓갈집 며느리로 바뀐 것뿐 평생 꽁치하고만 살아왔다.
손맛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꽁치젓갈로 차려 낸 밥상은 구수한 냄새부터 먹음직스럽기만 했다. 부추와 배추 겉절이, 미역줄기와 파무침은 꽁치젓갈을 만나 감칠맛을 내면서 금세 밥 도둑이 됐다. 특히 꽁치젓갈 부추김치(정구지 짠지)는 별미 중의 별미. 듬성듬성 썰어 대파와 무 넣고 끓여 낸 가자미국도 꽁치젓갈 밥상에 제격이다. 옛날에는 큰 항아리에다 담근 꽁치젓갈이 날씨가 좋아 잘 삭게 되면 그해 가을에 쓰고 잘 삭지 않은 해에는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봄에 냈다. 054)787-6190.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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