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34)대구씨름연맹 심판진 '차차반점'

비 오면 생각나는 그 짬뽕 "기대를 저버리지 않죠"

생각난다. 그 옛날 코미디 한 프로에서 목욕탕에서 일하는 맹구가 모두가 자장면을 시킬 때 '난 짬뽕'이라고 외치다 꿀밤을 맞는 장면이.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짬뽕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모두가 짬뽕을 시킬 때 '난 자장'을 외치면 따돌림을 당할 정도.

요즘은 간판부터 중국반점이 아니라 짬뽕집이다. 짬뽕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게 이름을 짬뽕 전문점으로 내건 곳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짬뽕 종류도 해물 백짬뽕, 해물 짬뽕, 해물 신짬뽕, 해물 냉짬뽕, 매생이 짬뽕, 해물 짬뽕밥 등 10가지가 넘는 웰빙식 짬뽕집도 있다. 수타 짬뽕면도 유행이다.

짬뽕은 또 주문하는 즉시 10분 이내로 나와서 더 편리하고 좋다. 당구장에서 시켜먹는 짬뽕맛은 또 색다르다. 먼저 짬뽕 국물을 한번 떠 먹어 보면 얼큰한 맛이 속 안에 '쏴~하게' 퍼진다. 고추의 매운 맛만 강렬한 게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진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에 남아 당구의 피로감을 싹 가시게 해 준다.

이번에 우리 직장 단골집은 100㎏이 넘는 거구가 대부분인 씨름인들의 단골 짬뽕집 '차차반점'이다. 이름부터 특이하다. '차이(差異) 나는 차이나 반점'의 줄임말로 짬뽕과 탕수육 등 몇몇 단일 메뉴로 깔끔하게 승부수를 던진 짬뽕 전문 중국집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부정류장 인근에 가게를 차린 이유도 젊은 감각과 웰빙 시대 흐름에 맞춰 깔끔한 짬뽕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함이다.

이 가게 박상언(31) 사장은 짬뽕과 자장, 탕수육으로만 메뉴를 단순화시켰으며 깔끔한 맛으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매일 아침 매천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받아오며, 손님들이 주방 안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내부 설계를 해놨다"며 "주문 즉시 한 그릇 한 그릇 정성스레 조리사가 직접 만들어내기 때문에 국물맛이 깔끔하고 다른 해물도 신선하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씨름 황제 이만기, 황태자 강호동의 뒤를 이어 제27, 28대 천하장사를 차지했던 김정필(38) 대구씨름연맹 심판이사는 "점심 때 출출하거나 비가 올 때는 항상 이 짬뽕집을 찾는다"며 "배가 고플 때는 짬뽕밥을 먹기도 하고 탕수육과 함께 먹으면 양도 적당하고 딱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함께 온 정홍제(30'동원초교 씨름부 감독) 심판도 "다른 짬뽕집보다 해물을 씹는 감촉이 좋으며, 국물이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며 "한 달에 꼭 2, 3번은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씨름 선수 출신의 권오식(31) 씨 역시 "술 마시고 나서 해장으로도 좋으며, 면발도 부드럽게 목 넘김이 좋아 언제든지 편하게 짬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칭찬했다.

이 중국집 짬뽕 국물은 육수에다 꽃게, 왕새우, 맛조개, 오징어, 낙지 등 푸짐한 해물과 버섯 야채를 넣은 뒤 경북 영양산 고춧가루를 볶아 짬뽕 국물 맛을 내기 때문에 더 얼큰하고 시원하다. 국물 맛도 여느 집처럼 신경질나게 맵기만 한 국물 맛도 아닌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 개업을 했지만 대구씨름연맹을 비롯해 인근의 시설관리공단, 라온치과병원, 서부시외버스정류장 직원 등을 단골 손님으로 유치했다.

차차반점의 메뉴는 너무 간략하다. 짬뽕이 4천원, 곱배기는 5천원, 짬뽕밥도 5천원, 자장면이 3천500원, 곱배기는 4천500원이다. 탕수육은 작은 사이즈가 9천원, 큰 사이즈는 1만4천원이다. 이번 달부터 새롭게 개발한 메뉴인 볶음 짬뽕도 5천원으로 인기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053)621-0944.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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