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0m 높이에 떠올라 도심 빌딩 숲 속을 시원스레 가로지르는 기분은 어떨까? 캄캄한 어둠 속을 속절없이 내달리는 지하철이나 앞차 꽁무니의 빨간 브레이크등에 막혀 짜증 섞인 한숨을 토해내는 굼벵이 도로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짧으면 8년, 길면 13년 뒤에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시철도 3호선이 등장한다. 매연도 없고 진동'소음도 없는, 보면 볼수록 타고픈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첨단 교통수단이 등장한단다.
하지만 기대만큼 걱정도 많다. 정거장 위치를 정하는 작업부터 경전철 시스템은 무엇으로 결정할 지, 13년으로 늘어진 정부 지원 예산을 좀 더 빨리 당겨올 방법은 없는 지 등등.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던가? 도시철도 3호선은 벌써부터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 대구도시철도3호선 효과
올해 직장 생활 3년차인 손정임(가명·28·북구 동천동)씨는 출퇴근길이 너무 고달프다. 직장이 있는 수성구 범물동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 동천종합시장에서 726번을 타고 태전초등학교 앞에서 급행3번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동거리만 21km 가량. 수성구쪽으로 이사도 생각해봤지만 집세를 감당할 수가 없어 포기한 상태다. 다행히 도시철도 3호선 소식을 듣고 훨씬 쾌적해질 출퇴근 길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게 됐다. 3호선 개통까지 직장생활을 계속 할런지는 모르지만.
기본계획대로라면 2019년이 돼야 3호선이 뚫리지만 대구시는 공사비 지원을 최대한 앞당겨 2014년 완전 개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10년 뒤로 날아가보자.
2016년 11월, 주부생활 9년차로 접어드는 손씨는 여전히 범물동 직장에 다니고 있다. 집 앞 동천역에서 경전철을 타면 40분이면 범물역에 내린다. 승용차보다도 30분 빠르다. 딸과 함께 출근길을 준비해도 시간이 넉넉하다.
먼저 칠곡지역의 경우, 기존 구안국도(5번) 대신 칠곡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팔거천을 따라 들어선다. 고가 궤도를 달리는 경전철에 몸을 실으면 팔거천의 시원스런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구청은 2011년까지 101억여 원을 들여 팔달동~동호동 8.1km 구간에 다목적 구장, 생태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 산책로, 잔디광장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사업이 끝나면 팔거천은 물고기와 새들이 뛰오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팔달교를 통과한 3호선은 북구청이 있는 고성네거리 이후부터 남북으로 방향을 꺾는다. 3호선에서 가장 난코스로 꼽히는 구간이 시작된다. 계획상 3호선은 달성공원역부터 지하로 파고들어 1호선 환승역인 명덕네거리까지 땅 속으로 도심을 통과한다. 특히 달성공원 앞부터 계명네거리까지는 최난코스. 왕복 4차로에 불과한 이곳 도로는 출퇴근시간마다 극심한 정체에 시달린다. 지상코스를 내기에 너무 좁고, 기존 지하철과 환승 문제도 있어서 일단 지하화를 기본계획에 넣었지만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구간이다. 지하철건설본부측은 "이곳도 지상화할 수 있다면 완전 개통시한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계명네거리에서 궁전맨션이 있는 범어삼거리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동서를 가르던 3호선은 다시 동대구로를 따라 두산오거리까지 남북을 내달린다. 도로가 넓고, 아직 복개가 안된 범어천 위로 경전철이 달리기 때문에 비교적 공사가 쉬운 구간으로 꼽힌다. 팔거천 구간과 함께 3호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구간이 될 전망. 3호선은 지산·범물로 들어선다.
대구경찰청에서 넘어오는 도로와 지산로가 만나는 교차로, 동아백화점 수성점 네거리 두 곳에 역사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종착역인 용지네거리에 도착한 3호선은 관계삼거리(변전소삼거리)로 방향을 튼다. 이곳에 늦은 시각 도착한 경전철이 하룻밤을 묵는 '숙박기지'가 들어선다. 차량기지는 북구 동호동에 세워질 예정이다. 동호역을 출발한 경전철은 30개 역을 통과한 뒤 42분 만에 용지역에 도착한다.
◇ 주민들의 반응
3호선 건설사업 승인이 떨어진 뒤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에 들떠있다. 조기 개통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포털사이트에서 '강북사랑'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근식(36'북구 동천동)씨는 "3호선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전혀 개발되지 않았던 안심과 월배 지역을 연결하는 1호선을 먼저 개통하는 바람에 적자만 키웠고, 결국 나머지 노선 건설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씨는 "칠곡 구간이라도 최대한 공기를 당겨서 2, 3년 빨리 개통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김선중(40'북구 동천동)씨는 "아무래도 아파트쪽이 부동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며 "하지만 3호선을 건설하고 팔거천도 생태하천으로 바꾼다는 말을 듣고 이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라앉기만 했던 동네 분위기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부 김주영(47'수성구 범물동)씨는 "2호선 개통으로 범어동 일대가 뜨면서 지산'범물이 상대적으로 침체한 양상을 보였다."며 "교육 여건이 좋고 주변 자연환경까지 뛰어난 지산'범물에 3호선이 들어선다면 대구 최고의 주거지로 떠오를 것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산 범물의 경우 더 지을 아파트터가 없다는 점에 주목, 재개발 할 수 있는 단독주택지역밀집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있다. 수성구 지산동에 사는 김영호(53)씨는 " 벌써부터 재건축이 가능한 지역을 알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 전했다.
부동산 효과는 칠곡과 지산'범물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금껏 개발 호재가 없어 침체 일로를 걷던 만평네거리 일대는 빼놓을 수 없다.
아직 중장기 계획일 뿐이지만 대구 도시철도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 4호선(도심 순환선) 건설도 필요하다. 만평네거리는 3'4호선 환승역으로 계획돼 있다. 최영순(49'북구 노원동)씨는 집을 팔려던 생각을 바꿨다. "집값이 지난 수년간 거의 변동이 없어 팔려고 생각했습니다. 3호선이라도 조기 개통된다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충분한 활력소가 될 겁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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