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毒樹毒果이론 이번은 예외로?

안기부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도청 테이프 내용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어 조만간 모종의 결론이 도출될 전망이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실무진에서 올라오는 각종 연구보고서를 검토하고 검찰 간부나 법조계 원로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솔로몬의 해법찾기에 부심하면서 잠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반한 파생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을 이번 사안에 곧바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실무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이 문제에 대해"아무 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해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인 도청 테이프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소문과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그러나 테이프 내용의 처리문제는 안기부·국정원 도청수사와 함께 이번 수사의 양대 줄기라는 점에서 검찰이 이 문제를 먼저 해소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데 이견이 없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9일 특별법과 특검법을 동시 발의,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형국이어서 검찰은 가급적 빨리 최종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적 압박(?)마저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수사 가능론과 불가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불가론이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데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대검 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은 각국의 사례나 이론 등을 검토하면서 이 문제의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으며 김 총장도 연구보고서를 검토하고 수시로 참모 등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가능론은 도청자료를 근거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명문의 법조항이 없는 만큼 사회안전이나 공공복리에 명백히 반할 경우 이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불가론은 도청행위가 근절해야 할 더 큰 거악(巨惡)임에도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경우 본의 아니게 모든 국민을 도청이란 범죄에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앞으로도 도청을 악용할 소지를 남기는 것이므로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고민과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특별법이나 특검법 중 어느 것이 통과될 경우 테이프 내용의 공개가 명약관화한 상황이어서 검찰이 법리적 문제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현실론적 시각도 없진 않다. 일각에선 장고 끝에 실기하거나 악수를 둘 수 있다는 경계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결국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검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셈인데 법리문제가 검찰이 해결하지 못할 논란이라면 이제는 검찰의 선택과 결단이 남았다고 봐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검찰 관계자는 "도청 테이프 수사여부는 검찰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넘어야할 산이다. 수장인 김 총장이 일선 검찰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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