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교사의 말 한마디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는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는 것보다 더 큰 복이 없다. 초등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같은 선생님과 생활을 하다 보니 혹시 잘못 이야기를 했다가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해서 부당한 것에 대해 항의를 하기도 어렵다.(학부모들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잘 이해해 주고, 아이들을 항상 격려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면 아무런 근심이 없이 학교를 보낼 수 있다. 반면 아이들에게 관심도 없고 교실을 그냥 방치하는 담임을 만나는 경우 공부는 둘째치고, 아이들 간의 크고 작은 싸움과 따돌림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어 조마조마해진다. 그렇지만 그런 선생님들의 문제는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조치가 가능하다.

진짜 문제가 되는 선생님은 차갑고,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도 크게 꾸짖으며, 자기만의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선생님이다. 그런 선생님이 담임을 하는 반은 대체로 활기는 없지만 질서는 잘 잡혀 있어서 경쟁에서 성과가 좋은 편이다. 학교 일에 극성스럽게 나서는 일부 엄마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학교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자기의 교육 방법을 잘 바꾸려고도 하지 않고,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런 반에서 눈치가 없거나, 자유분방하거나, 행동이 조금 느린 아이들은 항상 질책을 받고, 다른 아이들에게 공공의 적처럼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학교 폭력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도 있다. 아이가 그럴 때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쓰러워 촌지를 주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게 된다.

이전에도 몇 번 이야기를 한 것처럼 나는 어릴 적에 늘 '왜 그런가요?'라고 묻는 약간은 삐딱한 학생이었다. 미술과 실과 과제는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어디 내놓기가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는 것을 제출하는 학생이었다. 나는 늘 같은 학생이었지만 명덕초등학교 5학년 때 오현숙 선생님의 반이었을 때만 학교생활이 즐거웠었다. 내가 만든 형편없는 나박김치를 보고 "이게 뭐니?" 하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오! 정말 새로운 맛이야" 하고 맛있게(사실은 맛있는 척하신 것일 수도 있지만) 드시던 모습을 보며, 나는 공부든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교육이라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로부터 항상 추진 실적, 등수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받다 보면 교육자로서 생각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잊어버리는 수가 있다. 진정한 실적은 긍정적인 말, 격려의 말 한마디로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송기(능인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