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를 안은 엄마들이 도서관 열람실에 모여 앉아 강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표정을 크게 하고 목소리에도 생동감을 줘야죠." 처음 배우는 동화구연이 우습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지만, 엄마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열람실 안은 소란스럽다. 갑자기 우는 아기를 달래는 엄마도 있고, 가방에서 새 기저귀를 꺼내 갈아주는 엄마도 있다. 강사님 말씀 들으랴, 아기 보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오늘 배운 것을 꼭 아기에게 해보리라 다짐하는 엄마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의 '북스타트 운동'이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선포식을 갖고 처음으로 진행된 지 한 달, 대구의 각 공공도서관에서는 이처럼 함께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진 엄마와 아기들로 북적대고 있다.
▶북스타트 운동 한 달
"책꾸러미를 선물 받은 아기 엄마들이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면서 뒤늦게 참가 문의를 하네요. 일찍 회원이 된 분들은 '영·유아들에게 딱 맞는 강좌'라며 좋아하시고요." 백희순 서부도서관 열람봉사과 담당은 북스타트 운동의 인기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12시 북스타트 데이 강좌를 운영하는 서부도서관 경우 회원은 21쌍의 엄마와 6~14개월짜리 영아들이다. 백희순 담당은 "우는 아기도 있고 기어다니는 아기도 있지만 3분의 2 정도는 (수업을)잘 따라온다."며 "참가 엄마들이 독서지도 요령, 동요도 배우고 육아 정보도 나눌 수 있다며 아주 좋아한다."고 전했다.
대봉도서관 경우 북스타트 회원 정원이 20쌍인데 벌써 대기자만 20명을 넘었다. 이곳은 열람실 공간이 부족해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로 나눠 북스타트데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28일에는 아기 발달 단계에 맞춘 부모교육 강연도 가졌다. 대봉도서관 측은 "참가자 대부분이 기존 도서관 이용자거나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수업 집중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남부도서관은 이번 한 달 동안 100여 개의 북스타트 책꾸러미가 배부됐다. 서민영 남부도서관 북스타트 담당은 "예상보다 배부량이 적지만 일단 프로그램을 소개받으면 엄마들 누구나 환영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점 없나
"시작은 했는데 홍보가 너무 덜 된 것 같습니다. 몰라서 못 오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윤지윤 대봉도서관 어린이실 담당은 북스타트 운동의 과제로 부족한 홍보를 지적했다. 대봉도서관에는 올해 선물용 책꾸러미 1천400여 개가 쌓여 있지만 배부된 분량은 60여 개다. 윤 씨는 "매주 100권 정도는 배부돼야 하는데 북스타트 운동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과제는 후속 프로그램 마련. 현재 북스타트 운동은 1~3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진행중이지만 그 이후부터 초등학교 입학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체계화돼 있지 않은 편이다.
세 번째 과제는 북스타트 프로그램 참가 주기 조정. 지금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모집 사이클이 길다보니 참가자가 제한된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남부도서관은 당초 1년에 상·하반기 두 번(매 11주)으로 나눠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하반기부터는 프로그램 운영 사이클을 4주 정도로 짧게 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서부도서관 백희순 담당은 "이달 초 회원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은 8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책꾸러미를 평일에도 나눠주거나 아기들에게도 책 대출증을 발급하고 북스타트 데이를 연장하는 등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 도시에서는 어떻게
대구보다 먼저 북스타트 운동을 진행한 곳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북스타트 운동의 성공 사례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충북 제천시 '기적의 도서관'. 2005년 5월 말 처음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만 2년째 성공적으로 운동을 정착시켜가고 있다.
2개월 단위로 아기와 엄마 40쌍씩 북스타트 회원을 뽑고 있다. 대구의 도서관들에 비해 기수당 참가자가 많고 모집 시기도 빨리 돌아오는 편.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 선택법, 아가랑 함께하는 언어활동, 촉감놀이, 음악과 율동 등 격주로 2개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이 좀 번잡스럽다."고 말을 연 강정아 사서담당은 "6~12개월 아기들이다 보니 집중력도 잠깐이고 엄마들도 수고스럽지만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참가자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2개월 과정을 마친 엄마들 가운데 희망자를 중심으로 '북스타트 플러스'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구성,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연계하고 있다. 또 북스타트 운동 대상 연령을 지난 36~48개월 아이들을 위한 후속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강 씨는 "책꾸러미를 선물받는데 그치거나, 2개월 강의만 듣고 후속 프로그램이 없다면 모처럼 북스타트 운동에 참가한 효과가 없어진다."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참가 기회를 주고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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