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 도시재생사업] <상>지역에 새로운 色을 입히다(후생시장)

근대 한옥상가·추억의 거리 복원…驛前을 역전시키다

세계는 지금 도시재생에 주목하고 있다. 버려지고 쓸모없는 곳을 개조해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려주는 도시재생은 이제 공공디자인과 도시 계획을 뛰어넘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도시재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기존 시가지의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공간적, 환경적으로 쇠퇴한 지역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전국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지만 그 가운데 지자체의 잇따른 벤치마킹과 선도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드물다. 영주시가 선도적으로 추진한 '역전(驛前)의 역전(逆轉) 사업'의 특별함을 세 차례에 걸쳐 들여다봤다.

◆도시재생의 시작

1970년대 철도교통 중심지였던 영주시는 인구 18만 명을 자랑하는 중규모 지방도시로 경제와 산업 모두 지역주민들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자족도시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철도물류수송과 중앙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철도 이용률이 줄어들면서 경제는 쇠퇴하고 인구는 11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한때 영주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구시가지는 영주역 이전으로 신영주(휴천동)란 신시가지가 탄생하면서 차츰 쇠퇴해 상권이 줄어들고 노령인구만 살아가는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부터 영주시가 구도심을 살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면서 이곳 구도심은 새로운 활기를 띠는 새로운 명소로 발전하고 있다. 바로 도시재생 사업이다. '역전(驛前)을 역전(逆轉)'이라 이름 붙인 영주시 도시재생 사업은 행정기관과 전문가, 주민들의 열정이 어울어진 지역 발전 종합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은 각종 평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경북도내에서 유일하게 매니페스토 최우수상을 받는 모범사례로 우뚝 섰다.

영주시의 도시재생은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공모, 전국 86개 지역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근린 재생형 사업에 선정된 6개 지역에 포함되면서부터다. 총사업비 260억4천400만원이 투입된 영주시 도시재생 사업은 '영주 驛前, 逆轉사업'이란 이름으로 구역세권인 영주 1.2동 1.5㎢에 ▷후생권역(근대역사문화자원의 관광자원화) ▷중앙시장권역(청년창업과 문화예술로 새로운 인프라 구축) ▷구성공원권역(공동체 마을기업) 등 3개 권역을 연계한 연계권역으로 나눠 추진돼 오고 있다.

◆다시 태어난 구도심

구도심 살리기 프로젝트인 도시재생 사업은 영주의 구도심인(역전) 후생시장을 추억과 문화의 거리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곳은 한옥상가로 재탄생해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든 장소에는 저마다 황금기가 있다. 우리는 그 시절을 꿈꾸고 추억하며 살아간다. 후생시장은 영주의 영화로운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영주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와 추억을 간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추석 도시재생을 추진한 전국 도시재생 명소 10곳을 10월의 가 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영주시가 야심 차게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온 후생시장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영주시 영주 1동 336의 50번지 일대 4천812㎡ 규모의 후생시장권역은 목조 한옥상가가 밀집한 곳이다. 이곳은 근대의 가로 모습과 옛날 방식의 소규모 잡화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원형목조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는 독특한 근대 경관이다. 전국적으로도 몇 안 남은 문화재급 근대모습이다.

1942년 중앙선 철도 개통과 영동선, 경북선이 교차하는 철도 중심지로 급부상할 당시 현 중앙시장 부근에 위치한 후생시장은 구영주역 앞 도로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국 규모의 고추시장이다. 1955년 신축 개장한 이 시장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삶의 터전으로 발전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1961년 영주 대수해로 철도가 이설되고 1973년 급기야 영주역이 현재의 휴천 2동으로, 1980년 영주시청이 휴천 2동으로 각각 이전하면서 급격하게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여기에 2008년 고추시장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시는 이곳에 근대한옥상가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워 도시재생 사업에 착수했고 소규모 점포인 고추가게와 양복점, 의상실, 여인숙 등 지역주민들의 생업 기반을 다시 조성, 옛 시장 풍격을 다시 복원했다. 특히 다시 들어선 맞춤양복'맞춤제화 점포 등은 지역 소상인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후생시장에 운영 중인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공간은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좋은 문화 상품이 되고 있어 시장의 가치도 높이고 있다.

◆전성기를 추억하다.

나만의 특색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영주 후생시장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한국관광공사가 도시재생을 테마로 선정한 '가 볼만한 곳 10선'에 꼽힌 곳이다. 후생시장은 영주역 인근에 일본식 적산가옥을 빌려 1955년 개장했다. 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이다. 선비골인삼사과빵을 먹어 보고, 오랜 세월 시장을 지켜온 대폿집인 '청주집'에서 연탄구이와 시원한 막걸리를 맛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주민 생활이 윤택해질 때까지 돕는다"는 뜻을 가진 후생시장은 거리와 어깨를 맞댄 상가형 건물이라 다른 지역 적산가옥과 구별된다. 적산가옥은 100m 정도 이어진다. 시장 뒤쪽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상가들이 들어서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영주에서 가장 번성했던 이 일대는 거리 왼편으로 김정현의 장편소설, 고향사진관, 지성약국, 협립양산, 여왕의상실, 영광라사, 후생약국, 남창상회, 역전유리 등이 자리하고 있었고 오른편으로는 개풍상회, 삼화상회, 학생사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 안쪽으로 난 좁은 길 좌우로 소백 여인숙, 청주집, 가일제분소 등이 들어서 있었다, 오고 가는 영주시민들의 오랜 애환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의 거리다. 현재도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청주집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양념돼지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근대경관 복원한 후생시장…45개 건물 매력있는 공간으로 후생점방·군것질거리 등 조성

후생시장권역 사업은 고추전 근대경관사업 복원을 들 수 있다. 고추전 근대경관사업은 근대한옥시장의 경관을 복원하는 사업으로 기존 시장의 경관을 매력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장 부지 4천400여㎡에 자리한 총 45개의 건물 외관을 보수해 근대경관을 고스란히 복원했다.

후생시장에 들어선 후생사랑방 1층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황금시대 방송국'을 개설, 기존의 영주 FM방송국을 입주시켰다. 매주 토요일 지역 뉴스를 89.1㎒로 송출하고 있다.

마을 기록을 전시한 'U-마을사진관'과 마을의 역사이야기와 콘텐츠를 활용한 '흥미진진 후생체험', 지역 문화예술인과 외부 관광객을 위한 문화, 먹거리 소비 공간인 '문화아지트 응답하라 1955', 인형극과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문화창조 공간인 고추전 '빨강인형극장', 방과 후 공부 및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골목오락실', 옛날 가게와 신규 창업 가게가 어우러진 '후생점방', 마을점포 창업을 위한 길거리 먹거리 개발 프로그램인 '군것질거리', 소백 여인숙을 활용한 게스트 하우스 '소백여관'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문화공간 조성으로 새 옷을 갈아입은 후생시장은 새로운 후생시장 르네상스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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