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으면 코베가는 세상이라지만…"
주부 김모씨(31·경북 경산시)는 얼마전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당했다. 대낮에 그것도 30여분만에1백82만원을 고스란히 털린 것이다. 11일 낮 김씨는 학원에 간 딸을 마중나가다 아파트 앞에서한 할머니를 만났다. 남루한 옷차림, 추위에 더욱 오그라든 할머니는 김씨를 보고 대뜸 말을 건넸다.
"약재를 전하러 왔는데 전화번호도 잊어버리고 집도 못찾겠고…"
김씨는 몇해전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이때 30대중반의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할머니가 든 시장바구니를 펼쳐보더니 "이거 '산천궁'아녜요. 속병에 그렇게 좋다는데…"하며 깜짝 놀랐다. 제법 잘 차려입은 다른 할머니도 다가와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했어. 우리 남편도 이거 먹고 나았는데"라며 대화에 끼여들었다.
할머니는 "약재에 부정탄다"며 쉽게 보여주려하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아주머니가 또어디서 나타나 말을 보탰다. 남편이 한약방을 한다는 아주머니는 '산천궁'을 귀하디 귀한 약재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눈엔 '산천궁'이 어느새 산삼만큼이나 귀한 약재로 보였다. 매일 과음으로고생하는 남편이 생각난 김씨는 일행과 함께 집으로 갔다. 일행은 할머니에게 약을 나눠 팔라고설득했다. '안된다'며 버티던 할머니도 마지못해 4백60만원에 팔겠다고 했다.
김씨의 몫은 1백82만원. 신청궁을 집에두고 함께나온 김씨는 은행에서 돈을 찾아 할머니에게 쥐어주었다. 김씨가 '아차'하며 정신을 차린 것은 남편의 흐뭇해하는 모습을 그리며 아파트에 막 들어설 때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약방에 전화를 걸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산천궁이란 약재는 없다' '천궁은 1근에 1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한약방 안주인이 산다는 아파트 이웃 동에도전화를 해봤으나 '그런 아주머니는 없다'는 말 뿐이었다. 전문 사기단에 당한 것이다. 김씨는 남편에겐 부끄럽고 미안해 말도 못했다며 흐느껴 울었다.
"저같은 피해자가 또 생길까봐 걱정이에요. 길에서 떨고있던 할머니가 불쌍하게 보여 돕는다는생각뿐이었는데…"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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