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 리뷰-미국 물신주의의 환부 신랄한 고발

누가 내 앞을 가로 막는가?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보이스카우트'. 평이하다 못해 짜증까지 날만한 영화지만 도입부는 흥미롭다.

관중들이 열광하는 미식축구 경기장. 볼을 든 선수가 태클하는 선수들을 권총으로 난사하며 적진을 향해 뛰어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권총까지 뽑아들었을까?

'아메리칸 사이코'는 자기 보다 잘난 동료를 죽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미국 자본주의의 물신숭배가 잘 드러난 영화다.

피부관리를 위해 선탠까지 받으며 병적으로 청결과 고결함에 집착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여피족 패트릭 베이트만(크리스천 베일). 부잣집 딸인 약혼녀가 있고, 부자 아버지를 둔 덕에 P&P사의 최고경영자가 된 27살의 젊고 자신만만한 인물이다.

최고급 브랜드만 고집하며 체력단련과 스킨 케어로 하루를 보낸다. 부러울 것 없이 지내는 그지만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결코 참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친구 폴 앨런이 자신조차 예약하지 못한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하자 광기가 터진다. 집으로 초대해 음악을 들으며 스테인레스 도끼를 든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지난 91년 발간된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당시 소설은 발간되자 마자 격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우익 레이건 정부의 강력한 대외정책에 반해 썩어가는 미국 자본주의의 환부를 칼끝으로 쿡쿡 찌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여성감독 매리 해론은 온갖 사치를 일삼는 미국 젊은이가 연쇄살인마로 전락하는 정신병적 강박관념을 엽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친구를 죽이고 급기야 창녀까지 끌어들여 고문하고 살해하는 잔학상이 호러영화의 음침한 공간이 아니라 반들반들한 뉴욕의 최고급 아파트이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치를 떨게 만든다.

그러나 미국사회의 병폐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희화적이고 평면적인 구성이 눈에 거슬린다. 살인환상으로 끝내는 결말도 억지스럽다.

필 콜린스의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전기톱을 드는 광포가 미국사회의 두얼굴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시체가 든 가방을 보고도 브랜드를 묻는 무신경과 국제뉴스를 들으면서 누구 명함이 더 고급스러운지 재는 물신주의가 섬뜩하게 그려졌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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