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기도 이천 CJ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 1명이 연기에 질식돼 숨진 데 이어 진화작업 후 돌아가던 소방관 1명은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21일 경남 김해에서는 불을 끄고 돌아온 소방관 1명이 갑자기 쓰려져 사망했다.
이처럼 죽음과 늘 마주치며 위험한 업무에 노출된 소방관들이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하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인력이 너무 모자라고,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올 초 총액인건비제도를 시행하면서 소방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인력 보충 명목으로 보통교부세를 내려보냈지만 충원은 되지 않아 더욱 불만을 사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80억 원가량이 내려왔지만 올 들어서 신규채용된 소방공무원은 한 명도 없는 것.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고, 인력 채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지난달 19일 부산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전국의 소방공무원과 가족들의 항의성 글들이 빗발쳤다. 부산시가 올해 소방공무원을 한 명도 뽑지 않은 것과 관련, 부산시청 한 공무원이 "1년에 화재가 그렇게 빈번하게 나는 것도 아닌데, 사람만 자꾸 늘려 3교대로 해서 계속 놀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된 것. 시청 앞에서 1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소방공무원 '비하 발언' 논란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부산시는 해당 공무원을 인사조치하고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이 여파는 부산시와 마찬가지로 올 들어 한 명의 소방공무원 채용이 없었던 경북도로 옮겨졌다. 경북도청 홈페이지와 경북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소방인력 증원 문제를 두고 소방직과 일반직 공무원 사이에 연일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소방직 공무원들은 "대다수 공무원이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주 40시간 근로를 시행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소방공무원만 주 84시간,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반직 공무원들은 "증원 문제는 행정수요 여부와 효율성, 경제성 등을 따진 후 시행해야 하는데 무조건 억지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경상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화재출동은 2004년 1천962건에서 2005년 1천901건, 2006년 1천909건으로 감소했지만 올 들어 10월 말 현재 2천472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구조 및 구급출동은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표 참조) 이에 반해 소방직 공무원 채용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해마다 100명 이상씩 신규로 뽑았지만, 지난해는 60명으로 줄더니 올 들어서는 한 명의 충원도 없었다.
영주소방서 한 소방관은 "출동하는 소방차나 구급차에 원래는 3명 이상 타도록 돼 있지만 혼자 혹은 2명만 출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때문에 위급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기획조정본부 한 공무원은 "소방관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고 해서 행정수요 증가 등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조건 인원을 늘려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북도는 올 초 직속기관·사업소에 대한 조직진단을 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증원 여부를 내년 2월쯤 도의회에 상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자
정해진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효율성을 기해야 하지만 소방 같은 안전 분야에서도 너무 경제성만 따진다면 안전사각지대가 생기게 마련이고, 이것은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동국대 행정학과 김영종 교수는 "전쟁이 안 난다고 전체 군인이 노는 것이 아니듯 소방 같은 안전 분야를 단순히 경제성, 효율성 잣대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며 "소방직과 일반직 공무원이 서로 교류가 없다 보니 오해에서 시작된 조그마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린 만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상희선 교수는 "소방직 공무원이 광역지자체 소속으로 돼있는 지금의 구조 속에서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소방도 경찰과 같이 독립적인 기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면 단위 이하 농촌 지역은 밤이 되면 소방서를 제외한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아 주민들에게는 소방이 안전의 유일한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며 "때문에 고령화 사회가 지속하고 있는 농촌 지역에서 구조·구급 분야 119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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